은혜를 잊지 않은 건달
[태인면 설화 67]
옛날에 건달 생활을 허고 댕기는디, 집이를 안 들어와.
새끼들도 있고, 처자가 있는디.
처자가 빌어먹고 살던지 말던지 걍 그지같이 허고 댕기는디, 섯달 그믐이 돌아왔단 말여.
인제 동네방네 가서 전부 설 새고, 가서 다 가, 자그 혼자 가만히 생각혀 본게 '나도 처자가 있고 자식이 있는디 내가 왜 이럴꼬.' 의복도 험상허고 인자 들어갔어.
인자 가서 저녁으 들
어간게 새끼허고 어머니허고 얘기허는 소리가 새끼들이,
“아, 어머니, 내일이 초하룻날인디, 나 한 번 옷도 좀 히주고 글지.
다른 아들은 다 히 입는디 안 혀주고 그런단게.”
“어, 너그 아부지가 인지 다 히갖고 온다.”
그 소리를 들은게 기가 멕혀.
걍 정신이 하나도 없단 말여.
들어갈 수가 없어.
술을 좋아혀.
그 인제 그 뒷집이 가서 부자가 사는디, 섯달 그믐날은 문을 다 열어 놓거든.
환허니 밤새도록 열어놔.
뭐 구명을 치고 그런 때야.
에그 뒷집이를 가, 문 열어 놓고 가서 곳간을 턱 들어가 본게 지사 지낼 장보기나 히논 것보다 걍 몽땅 히 놨어.
조께 그놈을 거둬서 갖고 인제 집이 올라고다 그놈의 술이 저 염병헐 낙닥으 한 잔 먹어, 두 잔 먹어, 이놈의 술이 어떻게 좋던지 곯아 떨어져 자버렸네.
날을 새고 본게 하인이 쌀 갖다 밥헐라고 나가본게, 어떤 사람이 곳간에가 나자빠졌네.
근게 영감님보고 그 말을 힜어.
“저 곳간좀 가 뵈기요.”
“왜 그러냐?”
“어떤 사램이 걍 술 먹고 걍 떨어져 잡니다.”
가서 본게 그 윗집이 사람이여.
“여서 여서 인나 인나.”
아 깨본게 훤이 날이 샜네.
이거 그런 우세가 어디가 있어.
“들오소.”
거 참 후헌 영감이여.
“들오소, 들와.”
방으로 아랫묵으로 와서 조 곡절을 물었어.
“어떻게 된 일인가?”
그 얘기를 다 혔어.
“갑짜기 집이를 와서 본게 제 처자허고 제 자식이 엄마를 조른게 뭣, 뭣 너그 아부지가 다 히갖고 오는디, 내가 빈손 쥐고 오다가 저케 생기고
근게 정신이 나서 집이 음석을 많이 장만히 놨을 중 알고 곳간을 뭣좀 갖고 갈라고 왔다가 술이 좋아서 술을 먹고 떨어져 잤네.”
“아, 걱정마쇼.”
존 말로 나무래도 않고 하인 시켜서,
“음석 장만헌 놈 저 지내서 갖고가고 쌀이랑 다 갖다 주라.”고.
인자는 몰라.
“푸군히 자소.”
[조사자:그러기가 어려운 일인디요.] 보통일이 아녀.
그려 인제 그 영감이 안으로 들어가서, 그 옷 히논 놈 샜지.
한 벌 줘서 입히서 챙기라고 헌게 일로 들어와.
“인자 가소.”
와서 본게, 그 무엇을 많이 채려놓고 지사 지낸다고 쌀, 흐건(하얀) 쌀로 밥도 히 놓고,
“미안혀, 어떻게 도서 이려.”
“뒷집이서 다 가져 와서 혔다고.”
“아, 그려.”그러고 인제 치루고 나서 웃집이서 불러.
“자네 금년의 어디나 가지 말고, 자네가 일도 잘 허고, 착실헌 사람이 왜, 그렇게 부왕을 떨고 댕겨.
암디 논도 주고 밭도 주고 전부 우리 소있고, 논도 갈아 줄틴게 농사짓고 살으라고.”
근게 맘을 잡고 농사져.
이 사람은 도독도독 자꾸 인난디, 윗집은 망혀.
그 살림살이가 이 사람한티로 싹 와 부맀어.
그냥 몇 달 동안의 근게 그 노인이 인자 밥을 또 못 먹게 생겼네.
그런게 그냥 쫓아가서,
“아, 아 어트게 허다가 아들이 다 실패해서 그러니.”
“아, 당초 걱정허지 말기라우.
지가 식냥허고 입는 것허고 전부 대요.
어트게 노인이.”
아들은 인자 돈 다 없이고 나가 버리고 영감 할멈을 내가 그냥 전부 일
절을 다 히서 드리고.
- 끝 -
제보자-김길한|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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