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태인(泰仁)의 행정구역(行政區域) 변천(變遷)
제 1절 마한시대(馬韓時代)와 태인
청동기시대(靑銅器時代)에서 초기 철기 시절인 기원전 2~3세기경 위만(衛滿)이 고조선의 지배권을 장악할 무렵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 진국(辰國)이 있었는데, 이들은 중국의 군현세력에 저항하면서 점차 부족연맹 세력을 형성하여 갔다. 그 결과 삼한(三韓)이라고 통칭하는 연맹왕국인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 등 세 그룹의 부족 사회가 생겨, 기원후 3세기경에는 대방군에 공격을 가하기도 하고 직접 진(晉)과 교섭하기도 했다. 이후 마한의 백제국(伯濟國)이 백제(百濟)로, 변한의 구야국(狗邪國)이 가야(伽倻)로, 진한의 사로국(斯盧國)이 신라(新羅)가 되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삼한으로 통칭되는 78개의 ‘국’(國)의 성격을 두고는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되어 왔는데, 대개 신지(臣智: 규모가 큰 나라의 지배자)를 정점으로 읍차(邑借)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서열화 되어 있는 상당한 정치수준으로 추정된다.
삼한(三韓)시대에는 마한의 54국 중 일리국(一離國), 불미국(不彌國), 지반국(支半國, 천관우 비정(比定))이 태인 지방에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1)
<그림 해동역사(海東繹史) 제3권 세기(世紀) 3>
<그림 해동역사(海東繹史) 속집 제3권 지리고(地理考) 3>
태인은 크고 작은 나라가 54개국을 거느린 마한에 속하였다. 마한의 범위는 대개 지금의 경기․충남․전남 지역에 해당된다고 한다. 마한의 54 개국 중 전북에는 12개국이 있었는데, 태인과 관련 있는 곳은 지반국(支半國)이다.
지반국은 마한 54소국 중의 하나이다. 그 위치는 한조(韓條)의 기록순서로 보아 지금의 전라도지방에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현재의 특정한 지명에 비정하기는 어렵고, 지금의 전라북도 부안ㆍ태인 지방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삼국지(三國志)』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한조(韓條)에는 삼한의 여러 소국들의 이름이 열거되어 있는데, 이름의 한자 표기는 우리말 이름을 당시의 중국 음에 의하여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중국 고대의 북방 음은 우리 한자음에 가까우므로 지반국의 위치비정에 도움이 된다.
마한 연맹체의 일원으로 맹주국과 결속관계를 견지하면서 토착세력의 기반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3세기 이후로 다른 소국들이 복속될 때 백제에 정복되었다.
그러므로 태인은 독자적인 행정구역을 형성하지 못하였고, 이들에 흡수되어 행정력을 행사하는 영역에 속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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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관우, “마한제국(馬韓諸國)의 위치시론(位置試論)”, 『동양학 』9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