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생활 민속(삶의 방식) 15

눈 비비며 새벽에 맞이하는 저잣거리 '도깨비' 시장

“다른 데 채소는 눈에 안차” 이영규 기자 ▲ 태인면의 중심인 저자거리를 가득 메우고도 부족했다는 '도깨비시장'. 하지만 지금은 할머니 몇 분이 그 '이름'만을 지키고 있다. ⓒ 김태성 기자 정읍 태인장을 찾는다. 동학농민혁명이 태동한 역사의 현장, 조선 중기 목조 건축양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보물 제289호 피향정을 장터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곳, 전국 면 단위에서는 유일하게 ‘새벽 도깨비시장’이 열린다는 곳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발동해서다. “옛날에는 칠보·옹동 사람들도 다 여그로 왔어” 새벽 5시. 도깨비시장의 부산한 움직임이 태인의 아침을 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면소재지는 조용하기만 하다. 시장이 열린다는‘저자거리’를 찾았지만 역시 조용하다. 20∼30분 면소재지 구경을 한 뒤 되돌아오니 비..

백파제(百派祭)

백파제(百派祭) 한줄기 물 백갈래 퍼져 풍년가 울리고 한 근원 섬진강 물줄기 구천리 수로(水路)타고 백갈래로 퍼져가니 호남평야 젖줄이라. 세세년년(歲歲年年) 풍년들어 새 생명이 약동(躍動)하니 물의 날을 지정하여 영원토록 기념하리. 1981년 4월1일 ‘물의 날’ 지정을 기념하여 당시 동진농조에서 낙양 취입수문 기념비 아래에 새긴 글이다. ‘일원종시백파(一源從是百派)’. 한 줄기의 물이 백 갈래로 퍼져 김제, 만경 등 호남평야의 광활한 농경지를 골고루 적셔준다는 뜻으로 정읍시 태인면 낙양리 낙양동산 취입수문 옆 언덕에 위치한 비석의 문구다. 취입수문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70여 년 전에 세워진 이 기념비는 벼농사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거미줄처럼 연결해놓은 수로(水路)의 역할을 널리 알리는 상징물로 ..

전승(傳承)놀이

전승(傳承)놀이 1. 일반적인 놀이 1) 줄다리기 정월이나 7월에 있는 놀이인데 한 부락에서 할 때에는 마을의 중앙을 뚫는 도로 또 내[川]를 분계(分界)로 하여 부락을 상하로 나누어 승부를 내고 진 쪽에서 주식(酒食)을 내어 즐겁게 논다. 부락끼리 대항할 때에는 시장 같은데서 하고 마을에 따라서는 남녀가 조로 나누어 하기도 한다. 이 때 미성년자는 여자 편에 낀다. 줄[綱]은 자강(雌綱: 암줄)과 웅강(雄綱: 수줄)을 가져와서 두 개를 이을 때는 농악을 치며 고함을 지른다. 이 줄다리기로 마을이 떠들썩하게 되면 연중 액운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 암줄은 머리 부분을 둥글게 만들고 수줄은 머리 부분을 둥그런 막대같이 만든다. 2) 다리 밟기(踏橋) 정월 대보름날 태인 대각교(大覺橋)의 다리를 건너고 돌아..

세시풍속(歲時風俗)

세시풍속(歲時風俗) 세시풍속은 1년을 주기로 계절에 따라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는 생활행위로서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농경문화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민족에 있어서 더욱 발달하였다. 이처럼 우리의 세시풍속이 농경생할 위주로 되어 있는 만큼 전승놀이도 농경생활과 관련되어 왔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여기는 농경생활은 24절기(節氣: 節候)마다 행사가 따르고 명절도 농절(農節)과 관련이 있다. 고대에 제천의식을 5월과 10월에 거행한 것은 농경시기와 관계가 있으며, 정월에는 안택(安宅)을 해서 1년 동안 가내태평(家內太平)을 빌었고, 가을에는 새로운 곡식으로 천신(薦新)하여 고사를 지내 감사의 뜻을 밝혔다. 우리의 세시풍속이나 놀이는 거의 정월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것은 일년지계(一年之計)는 정월에 ..

속신이란?

속신(俗信)은 민속신앙의 준말이 아니며, 또한 민간사고와도 별개의 개념이다. 민속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비교적 근자에 관심을 모은 새 분야에 속하는 것으로 ‘folk-belief ’의 역어(譯語)이다. 인과론적인 주술심리를 비롯해서 감염원리 또는 유사원리의 주술심리로 말미암아 생겨난 사고의 체계이면서 그 체계는 나아가 행동의 체계까지 유발한다. 주술적 함축성이 있는 속신을 신성 속신이라 부를 수 있는데, 세속적인 속신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의 사고체계라고 할 때, 흔히는 이른바 ‘민간사고’가 연상되는데, 민간사고는 오히려 민간의 철학이라고 부를 만한 종합적인 관념의 체계, 사상의 체계이다. 민속의 모든 영역이 하나하나 그물의 코같이 얽히고 설켜서 마련한 결과에서 비로소 민간사고는 추출해 낼 ..

태인의 속신

속신(俗信) 1. 잠밥 메기기 가정에서 누가 병이 나면 그 집의 노파가 됫박에 쌀을 가득 담아 보자기로 싸서 병자의 아픈 데를 쓰다듬으며 그 해의 년·월·일과 병자의 나이, 성명, 가중(家中)을 들먹이면서 “사대삭신 6천 마디가 모두 저리고 아픈데 강남서 나온 잠밥 각시가 영금코 기엄하다 해서 이렇게 불러 먹이고 웨멕이면 다 시원하고 개운하고 은으로 세수하고 분으로 도금하듯 그저 앉았다, 섰다, 거짓말 말고, 진 놈 먹고 마른 놈 가지고 오든 길로 훨썩 물러 가렸다. 하나 쉐, 두 쉐, 세 쉐, 다 시원하고 개운하게 물러 가렸다.” 이렇게 하고 나서는 헌 짚신짝에다 겨를 담아서 불을 피우고 밥, 된장, 소금, 쌀 세닐곱 21개를 됫박에서 집어넣고 병자의 머리에다 좌우로 세 번씩 둘인 다음에 병자가 침을 ..

1. 관례(冠禮)

1. 관례(冠禮) 상투를 틀어 갓[冠巾]을 씌우는 의식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절차로서, 남자아이가 15세가 넘으면 관례를 행하고, 그 때부터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우하였다. 한편, 여자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으로서 계례(筓禮)를 행하였다. 이와 같은 관례의식은 『가례』의 유입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례』의 유입 이전인 고려시대에도 관례의 기록이 나타난다. 『고려사』에는 광종·예종·의종 때에 왕태자의 관례를 행한 기록이 보인다. 이로 보아 고려왕실에서도 유교식 관례를 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에서는 예서에 따라 관례를 행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예서보다 간소하게 행하였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와서는 1894년 갑오경장 이후 단발령이 내려 머리를..

2. 혼례(婚禮)

2. 혼례(婚禮) 결혼은 전통적으로 양가의 부모님들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나 요즘에는 결혼 당사자의 뜻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비교적 자유롭게 이성교제가 이루어져 결혼할 뜻을 본인들이 굳힌 다음 부모들의 승낙을 받아내는 경향으로 변천되어 가고 있다. 지난날 조혼하여 14, 15세만 되면 혼례를 치렀으나 지금은 10년 이상 늦어진 25세에서 30세 내외에 결혼하는 만혼의 경향이다. 신라나 고려시대 근친혼이 매우 심했음에 반하여 조선시대에 와서는 그 폐습을 통탄하면서 근친혼은 물론이고 동성동본혼도 엄격히 금지하여 오고 있다. 14, 15세의 처녀 총각의 집에 중매쟁이가 드나들며 당혼간의 인적사항이 소개가 되면 관선을 한다. 며느리 된 규수를 사위가 될 총각을 양가의 부모들이 각기 직접 선을 ..

3. 출산의례(出産儀禮)

3. 출산의례(出産儀禮) 1).기자속(祈子俗) 옛 부터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부귀다남자(富貴多男子)를 인간오복(人間五福)의 하나로 쳤다. 그러므로 여자는 아들을 낳아야할 절대적인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므로 여자는 아이를 낳지 못하면 가통을 잇지 못하고 선영봉사를 못한다는 데서 죄악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부터 아내를 내쫒는 일곱 가지 조건(七去之惡) 가운데 아들이 없는 경우를 들었다. 그러므로 결혼 몇 년 동안에 생산을 못하거나 또는 생산을 해도 아들을 낳지 못할 경우는 아들을 낳기 위하여 불공(佛供)과 산제(山祭)를 드리고 한방약(韓方藥)을 쓰기도 했다. 기자신앙(祈子信仰) 가운데 불공치성이 예부터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다. 시기는 무당․점쟁이의 분복(分福)으로 손(損)이 없는 길일(吉日)을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