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갑한 여우를 때려잡는 지팡이
[태인면 설화 15]
옛날에 어떤 사램이 음, 새비젖 장사를 히여.
새비젖 장사를 혀갖고는 돈을 많이 벌었는디, 돌아댕기다가서는 어느 인제 그 지사집을 갔어.
거그 가서 술도 읃어먹고, 밥도 읃어먹고, 인제 그러다가 그 마당을 보니깐 막 노름을 허그던?
'에, 이거 나도 돈 좀 따 먹어야 허겄다' 말여.
그려 갖고서는 노름을 힜어.
아 그런디 이거 다 잃어 버렸네.
홀랑 잃어 버렸지.
아, 이거 헐 수 없이 인제 허평대평 빈 지게만 짊어지고서는 댕기는디, 어느 재를 하나 턱 넘어 간단 말여.
넘어가는 도중에 그 우그 꼴짝에서 뭣이 쌕쌕쌕쌕쌕쌕쌕쌕 소리가 나더니 헤헤 하고 웃거던?
뭣이 그러는고 하고 보니까, 요렇게 덤불태기로 요렇게 그 꼴짝을 보니까, 아 여우란 놈이 한 마리 앉아가지고 말여, 해골박적을 갈먼 쌕쌕쌕쌕쌕 소리가 나.
그러믄 이에 이놈을 갈아서 뒤집어 쓴다치먼 호호한 늙은이가 되야.
안노인이 되야.
그러고는 안노인이 된께 헤헤 웃거든.
그 쌕쌕쌕쌕쌕 하다가는 쓰고 저, 나믄 헤헤 웃고.
'하, 이거 이상시럽다.
여우가 둔갑을 한다드이만 저것이 둔갑을 하는 것이로구나.'
[웃으면서] 그러고 인제 그걸 봤어.
음, 보고는 인자 거그 있으니까는, 지필 막대기를 집고 말이지 영낙없이 노인네 흉내고 이러코 아장아장 걸어 내려 오거든.
걸어 내려 오더니마는 그 등짐장사보고 하는 말이,
“자네는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는 사람인가?”그런께,
“예, 나는요.
매기 돈을 다 잃어 버리고 장사도 못하고 고지뒷불로 돌아대니는 사람이요.”
“음.
그려?
그럼 배도 고프고 시장도 허겠네 그려.”
“아, 그렇죠.”
“그럼, 나 따러 가세.
내가 우리 저 조카딸네 집이 잔치를 허는디 내가
잔치를 먹으러 가네.
그런게 나 따라 가믄 자네 술도 많이 먹을 것이고 밥도 잘 먹을 것인게 나 따라 가세.”
“예, 그러지야고.”
따라 갔어.
따라 가서,
“마, 바깥마당 여그가 있게.
내 가서 한 상 채려 내보내께.”
근게 들어간게, 종조할매 오신다고 그러고, 아주매 오신다고 그러고 또 저 작은 어머니 오신다고 그러고 인자 자제집에서 나와서 모두 인사맞여 들어가던, '하 이거 참, 이상하다.
저거 여우 저놈을 여우, 여우를 보고선 어째서 저렇게 뭐 종조할매니 아주머니니 뭐 작은매니 그러는고….'
가만히 본게로 안방으로 모셔 가그든?
그러고 거그 있은께, 아 여우 요것이 뭔 수가 있냐먼 상을 하나 받아갖고는 고기는 지가 죄다 먹고 저 떡하고 밥하고 술하고는,
“저그 저 사람 갖다 주라.”고.
그서 인제 가져온게, 술에 밥에 떡에 인자 잘 먹었어.
잘 막고는 인자 석양쯤 됐는디 저놈의 여우 저놈을 때려 잡아야겄그든.
탈바가지만 썼지 여우란 말여.
그 그 등짐장사 짝대기는 퉁퉁허니 끄떠머리다 못 박아 갖고, 여 쇠를 박아갖고 단게를 딱 들여갖고 목에 무 무게가 무근(무거운) 것이여.
그려갖고 인자,
“여보쇼, 내가 오늘 큰 짐승 하나 잡을라니까 안에 있는 이들 전부 놀래지 마쇼.
이게 조화 짝대긴게, 이 조화 짝대기가 시 번만 울면 큰 짐승을 잡소.
근께 당신들 진짜 비끼시요.”
아, 어찐 영문도 모르고 전부 다 질을 비킨게 그양 안방으로 들어가갖고 아랫묵에 앉은 그 호호한 할머니를 케엑 한 대 먹여 버렸어.[일동:웃음]
미긴게,
“아 이놈, 아 이놈 봐라.
호호한 늙은이를 왜 패냐!”
“야, 이년아.
니 늙은이냐 여우지.”
그러고 막 디리 막 해골박적을 디리 팬게, 해골박적이 할딱 벗어져 버
렸단 말이.
버거본게 하얀 백여시여.
때려잡아 버렸지.
때리잡아 찍찍 끌고 밖으로 내다 논게, 하 이거 차(참)말로 히얀하거든.
어째 그 종조할머니를 때려 죽였드니 여시가 됐냐 말이야.
“그 다들 보쇼.
이 해골박적을 씌고 이것이 여시가 둔갑을 헌 것이요.
그런게 이 가죽을 빗겨서 팔읍시다.”
가죽을 팔아 갖고는 음, 주었어.
그리고,
“참, 당신 아니면 말이지 우리집이 멸종을 당할 챔인디.”
근디 애들이 가끔 죽어.
그집 애들이.
그럼 그뇜이 내먹어.
그 병주고 약주고 그것이 내먹어.
갖다 묻으면 내먹어.
그런 뇜이여.
여시 고기 안보는디.
“큰일날 뻔 했다고 말여.”
돈을 모도 지절히 걷어서 돈을 많이 줬어.
근디 그 이웃에 사는 놈 하나가 가만히 보니까, '저 사람 저 짝대기가 조화 짝대긴디 저놈을 내가 산다치면 말이야 나도 여우를 잡겠다.' 요 생각이 들어가.
근게 탐재(貪財)가 생겨갖고, 그 사람보고 그랬지.
“여보, 당신이 이걸 짝대기갖고 어찌케면 여우를 잡소?”
“아니요.
오느 잔치집날 간다치먼은 이 짝대기가 말이지 찌르르 울먼 시번만 울먼 여시를 잡소.”그런게,
“그리라오?
그럼 그 짝대기 나한테 팔으시오.”말여.
“이건 무신 소리냐고, 내가 이 조화 짝대기로 먹고 사는데 판다 말이 웬말이냐고 말여.
안판다.”고.
“하, 값은 고하간에 내가 줄 것이니 팔라구.”근다 말이여.
그 가만히 생각혀본게 지가 그 여시 그놈을 봤인게 때려 잡었는데 저 녀석은 보도 못한 자식이 이걸 사자군게 에, 그 이럴때 그양 팔아 먹어야겄다고.
아 팔었어.
팔었는디 돈을 주고서 이놈이,
“내가 다녀오도록 우선만 우리집에서 살으시오.”말야.
그 자 즈그 마누라 젊고 이런디, 즈그 집에서 살으라고.
아 그리삼서 인자 마느래하고 연애가 되 버렸네.
그래 인자 살지.
연애 걸어갖고 인자 마느래 존놈 읃어갖고 그양 살어.
그 인제 논도 많고, 밭도 많고, 그런 주인 영감넨게 산다 말여.
집에가 작파1)해 버리고 사는디, 여 이놈은 인자 몽댕이 작대기 그놈만 지게를 내버리고, 그놈만 집고 대니네.
사방 팔도강산을 다 돌아댕겨.
아 용케 어느 큰 부잣집 잔치를 하나 만났어.
여러해 만에 인자 만났다 말여.
빌어먹고 댕기다가.
'옳지, 오늘은 여우를 한 마리 잡겠구나.' 그런 인자 잔치집을 만났어.
여러해 만에.
거가서 인제 안마당을 가서 휘익 들러서 인제 본께, 먼 빛으로 이렇게 보니깐두르 안방 아랫묵에 앉은 것이 머리가 하얗게 나는 것이 시여갖고 앉은 것이 [웃으면서] 영락없이 여우여.
'오, 너 참 나하고 잘 만났다.
니가 분명히 여우다 말여.
그런께 너는 내가 오늘 잡을 것이다.' 그래 인제 들어가갖고 이놈이 천수(薦羞) 주 한 잔 먹었어.
거기서 먹고는 석양쯤 된게 참 그때 그 사람이 여우 잡을 때 맹이로 그때 쯤 된게, 이놈이 물매 작대기를 술 한 잔 먹어 걸취한 비야한 짐에 텅 침서, '옳지 우리 물매기 작대기헌테 우는 것이 한번 큰 놈 한 마리 잡겠구나.'
[웃으면서] 그때 돌아댕김서,
“여보쇼.
이 저 거그서 저 안방으로 가는데 거그 전부 다 질을 비키시요.
사람이 왕래하지 말고 비키시요.”
“왜 그러냐.”고 헌게,
“오늘 큰 짐승 하나 잡을라고 헌다.”[일동:웃음]
그러니 원 에, 뭔 영문도 모르고 다 비켜 줬네.
이뇜이 [손뼉을 치며] 침을 딱 발라갖고는 들어가갖고는 아 불민곡직(불문곡직, 不問曲直)하고, 이 아 그 노인 아자마니를 막 드리 뚜두리 팬게,
“[할머니 목소리로] 하이고, 이뇜는 웬뇜이 사람 팬다.
우 사람 죽네!”
“그 가만있어.”
칵 막 뚜드려 팬게, 아 쭉 뻗어 죽어 버리네.
아, 댓 번 뚜드려 팬게 죽어 버렸단 말여.
“아, 이봐라! 한 번 때맀더니 안되네.
한 번 때맀더니 안돼.”
그놈으 될 놈이 안된다고.
아이, 바깥마당으서 저 젊은 사람 한 두어서람 오더만,
“요놈의 새끼가 어떤 놈의 새끼가 넘의 종조할매를 때려 죽인다.”고.[일동:웃음]
갖다 어떻게 뚜드려 패든지 디져(죽어) 버렸어.
음, 그래서 그뇜이 허욕지심(虛欲之心)을 내려다가, 저는 신세를 망쳐 버리고, 마느래할라 그놈한테 뺏겨 버리고, 저는 죽어 버리고.
근게 허욕지심이 많으면 그러는 수가 있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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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作破; 하던 일이나 계획을 그만두어 버림.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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