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시하관에 인시발복지
[태인면 설화 4]
옛날에 어떤 사램이 아들을 하나 낳고 참 홀어마이가 됐어.
그 사람도 그 아들을 고이고이 길러서 그 사는디, 글도 못 가르키고 헐 수 없어 인자 넘의 집 머슴살이를 살아.
머슴살이를 사는디, 머심을 삼서 아침밥 먹다
좀 냄기고, 점심밥 먹다 좀 냄기고, 저녁 먹다 좀 냄기고, 즈 어머니를 갖다 줘 저녁이는.
여그서 말허먼 저 산밑에 사는디.
근게 인자 지그 어마니를 인제 그걸 받아먹고 인자 살고, 이놈은 머슴을 살고, 거그서는 저 십 년을 살았어.
아 그런디 하루는 밥을 모아가지고선 가니까 즈 어머니가 죽어 버렸어. [조사자: [혀를차며] 어이구!]
아, 이거 기가 맥히지.
머리를 풀고 통곡을 해도 죽은 어머니가 살아날 수 있는가?
꼬부라져 죽은, 이렇게 이렇게 다리를 주물러서 피어갖고 이렇게 아리묵으다 놓고는 인제 꺼적대기를 이케 가려놓고, 그러고는 아무것도 없인게 있는 사람 같으면 평풍을 쳐고 그렇게얄틴디, 꺼적대기를 덮어 가리켜 놓고 있는디 인자 있는디, 아 얼매쯤 있인께, 아 어떤 사람들 둘이,
“주인 있소?”
그러그등?
“예. 누구쇼?”
문을 열고 나간게,
“우리는 구산 댕기는 사람들인디 - 구산 댕기는 사람들은 뭐냐먼 묘자리 잡으러 댕기는 사람들이라 그말여.
- 지내다가 참, 날 저물고 그려서 더는 못 가겠다.
근게 여그서 좀 자고 갈라고 왔다.”고.
“아 여보쇼.
우리 모친 상을 당하고 시방 방에 시체가 누웠는디 어치케서 여그서 자냐.”고.
“아이, 상관없다고.
그럴 것 있냐고 같이 처리하자고 말여 응?
혼자 외로운게 같이 지내먼 어찌겄냐.”고.
“좋다.”고.
들어가 본께 참말로 참혹허그든.
“아, 아 이 사람아, 이거 이렇게 생겼는데, 이렇게 참혹한데 내가 아무데 거그 하나 봤는디, 삼 년 만이먼 발복이 되네.
그런디 거그다 해 주야겄네.”
“[호통을 치듯이 빠른 소리로] 야, 이 사람아 삼년꺼정(까지) 이렇게 생긴
사람이 어찌 삼 년꺼정 발복을 바래고 있는가?
시방 현재가 급헌디.
나는 오다가 그저 석 달 만이먼 발복 자리를 봐뒀네.”
“그럼 자네 봐둔디다 허먼 그저 그 쉽겠네.
그럼 그렇게 허세.”
그러코 허는 찰나에 아 어떤 노장 스님이 말여, 도사님이 떡 바랑을 짊어지고,
“주인 있소!”
그 나가본게 그런 분이 왔그든.
“아, 웬 분이냐.”고.
“아, 나는 지내가는 중인디, 날은 저물고 잘 데 없어서 내가 여그를 찾아 왔다.”고.
“아, 울 어머니 상을 당허고 이런디, 이렇게 어찌 누추한데 들오시겄냐.”고.
“아, 거 상관 없다고 말여.
상관 있냐고.
아, 시체는 시체고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이고 사램은 사램이지 뭐 상관 있냐고.
내가 더 못 가겄은게 들어 가자.”고.
아, 그 사람들 둘이 앉어서 삼 년 만에 발복(發福)이 온다네, 석 달 만에 발복이 온다네 그런단 말여.
근게 이 노장님이 허는 소리가,
“여보쇼.
시방 이 사람 형편이 이렇게 생겼는디, 삼년이 뭐이며 석 달이 뭐요.
나는 묘시하관에 인시발복지(卯時下棺, 寅時發福地)를 보, 봐두고 왔소.
내가 오다가.
[청중: 묘시하관에 인시발복, 근게 금방 늫다 허먼 발복이 된구만.] 한 시간 땡기와.
그런 자리를 나는 봐두고 왔으니 어찌겠소.”
[청중: 당기와, 복이?]
“아, 그러먼은 그 참, 대사님 말씀헌디로 그렇게 헙시다.”
그런 얘기하다가 인제 날이 휘훤허게 샜어.
샐라고 혀.
그런디 그 머슴살던 그 집 부잣집 메느 저 과수댁이 꿈을 꾸니까, 문을 열어 놓고 항상 아니 문을 닫아 놓고 자는디 문을, 저녁에 꿈을 꾼게 청룡이 말여.
구부를 틀고 득천을 허거든? [청중: 하늘로 올라가.]
응, '아 이거 무신 벨 뀜
이다'고.
'내가 남편만 있으먼 큰 자식을 날 꿈이다. 이러니 오늘저녁 하여간 어찌게 되었거나 문을 열어 놓고 자야겄다.' 문을 열어 놓고, 대통헐 꿈이여.
응, 누가 들오던지 그놈허고 꿈땜을 헐라고 열어 놨단말여.
그런데 인제 하관을 하고, 저 묘를 쓸라고 헌게 연장이 없으닌께 가 그 대사님이 그랬어. [청중: 괭이라도 가져 오라고.]
“집에 가서 연장을 가져 오니라.”
근게 연장을 가질러 간께, 가서 연장 지가 항상 두고 쓰는 그 연장 곡간에 가서 덜그덕 덜그덕 헌게 그 홀엄씨가,
“거 누구여?”
“접니다.”
“아, 어쩐…새복(새벽)에 이 웬일이여.”
아, 이 모친상을 당허고 시방 거시기 엄토1)헐라고 시방 연장을 가지러 왔읍니다.”
“어 엄토고 뭐고 이리 들와.
이리 들어와.”
아, 본게 이 총각이 그냥 꽃딩이 같이 뵈이네.
걍 환장허겄어.
아, 딱 끌어안고 걍 방으로 들어가서 걍,
“나 살려라.”말여.
아, 어찔 것이여.
동품이 되비맀지.
그러고서,
“우리가 도오, 동품이 됐으니까 응 이걸 가져 가져 가라고 말여. [청중: 연장 갖고 가서 써라.] 가서 일을 해라.
내가 뒷처리는 허께.”
그러고 인제 있는 집인게 가 조고(조기) 사다논 것도 있고, 밤·꽂감· 대추도 있고, 뭐 오만 것 다 있지.
천석허는 집인게. [청중: 장 볼 것도 없이….]
그래가지고 대벌 쌩쌀 퍼서 떡허고 밥하고, 히갖고는 인제 지고 이고 인제 올라가네.
아 이거 저 묘시하관에 [청중: 인시발복이 인시발복이 한 시간 앞땡겨.] 한 시간 땡겨서 올라갔단 말여.
올라 가서 떡허니 평소기 [청취 불능] 를 가서 딱 쳐다본게, 아 그 거시기 도사님이,
“저 부인도 거시기 머리 풀고 곡하지 그려?”
근게 머리풀고 곡하드래야.
근게 음양이란 것이 그렇게 무선 것이여.
거그서 대번 뭣이 들어섰어.
그 곡허지.
“[무릎을 치면서] 보라고 말여.
어떠냐.”고.
이놈들이 물팍치고,
“참말로 그렇다.”고.
아, 그르게 됐으니 어찔 것이여.
천석꾼 살림네가 지게 돼버맀지.
걍 단번에 발복힜구만 어, 단번에 걍.
근게 어찌서 그렇게 되느냐?
십 년간을 그 어머니를 끄니 끄니 밥을 갖다 맥였어.
그 공덕이여.
어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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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토(掩土) 흙이나 덮어서 간신히 지내는 장사(葬死).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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