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박문수도 못 당한 아이

증보 태인지 2018. 3. 30. 10:37

박문수도 못 당한 아이

 

 

[태인면 설화 30]

 

옛날 박문수 박어사가, 어사가 되아갖고 한 군데를 떠억 당도헌게 아 어린것들이 나무지게를 바쳐놓고 질가상으서 장난을 허는디, 한놈이 가만히 쳐다본게 맹상스럽게 생겼어.

야 임마! 너 멫살 먹었냐?”

내 나이 나 먹었오.”[청중:건방진 놈이네.]

네끼놈 어른이 뭔 말허는디 그럴 수가 있냐?

네 이놈! 네 성이 뭐이냐?”

울아부지 성허고 똑같어라오.”

참 그건 일건지란 말여.

넉 아버지 성은 뭐이가니?”

내 성허고 똑같어지라오.”

이거 안 되겄어, 때릴 수도 읎고 달래도 안 듣게 생이고.

넥 호리아들놈같으니 넉아버지는 어디 갔냐?”

울 아버지 시방 도둑놈 잔치헌디 갔소.”

박문수 박어사가 가만히 생각헌게, '옳다! 인자 죄인 하나 잡었다.

인자' 속으로.

거 너 어매는 뭣허냐?”

열 놈이 달라들어서 꾀벳기오.”

아이 틀림없이 이게 도독놈이란 말여.

그러냐?”그리서는,

야야! 그러지 말고 나를 따러 가자.

나를 따러가머는 이런 일 안허고도 먹고 산다.

나를 따러 가자.”

당신이 어디 산디라오.”

내가 한양 산다.

너 장개도 좋은 디로 보내줄틴게 나를 따러 가자.


러나 나 물은 대로 이얘기를 해라.”

.”

네 성이 무엇이라고 했냐?”

아 아무것이라오.”

그리어.

그러믄 도둑놈 잔치 헌디가 어디 근방으 있냐?”

아 장바닥이라오.”

어찌 도둑놈 잔치가 있냐?”

아 그 싸게 살락 허고 비싸게 팔락 허고 헌게 도둑놈 잔치헌 디 아니오?”

그믄 넉어매가 열 놈이 꾀벳긴다 소리가 뭔 소리냐?”

아이 나락방애를 찧는디 보쇼.

아이 도긋대를 잡은게 아 저 열 놈이 아뇨, 이게.

근게 꾀를 벳겨라오.”

아이 듣고 생각헌게 허망허거든.

가자, 되얐다!”

인자 데리꼬 얼매쯤 가는지 한군데를 간게 오뉴월 염천이 되았든가, 밭을 메는 큰애기 궁둥이 넙적수름헌 큰애기가 머리를 궁둥이까지 찰랑허니 땋고 노파허고 밭을 미고 있어.

밭을 민디 지내다가,

네 처녀허고 가서 입을 맞추고 오먼 내 그리 장개를 보내주마.”

참말로 그려라오?”

오냐! 그러마.”

인자 거그를 인자 대처 인자 밭에 들어가서,

아이고 할머니 욕보쇼.

아이고 누나도 욕보시네.”

어찌고 험서 인자 이놈이 어성부성 험서 앞에 댕임서,

앗다 이것 참 크요.

이것 잘 크겄소.

뭣허겄소.”

어영구영 뛰댕이다가 이놈이 아 별안간 눈 아퍼 죽는다고 허네 눈에 티가 들었다고.

아 근게 이놈이 밭이서 둥구니 다 된 곡식을 다 베리게 생있어.

둥근게 밭이서 둥근게.

.

근게로,
아야야! 그 어떻게 눈이 티가 들어서 그냐?”근게 눈이 티든 놈을 서바닥으로 핥으믄 좀 개거든이?

나왈 수도.

게서바닥으로 핥은게 그도 소용없다고 눈을 비빔서 막 둥글어.

둥근게 다 된 곡식 다 베리게 생있어, 왼 밭을, 아 근게,

아이고 야야야 눈 어둬서 안 뵌게 근갑다.

니 밝은 눈으로 봐라.”

인자 큰애기가 달라들어서 얼굴을 인자 두귀를 잡고서 눈을 인자 이러고 인자 핥는다 말여.

게 이쪽서 먼디서 쳐다본게 꼭 틀림없이 입맞추거든.

아 인자 괜찮다고 썩썩 비빔서 인자 엄살 떤 놈이라 그 왔다 그 말여.

어쩌라오.

인자 되겄어라오?”

야 임마 그런 디로 가서 쓰겄냐?

더 좋은 디로 내가 장개 보내 줄틴게 좋은 디로 보내 줄틴게 그런 생각말고 나 따러가자.”

얼마끔 가다가 인자 참 과객집을 들어서 잔 것이 해필 당골네집이던게벼.

근디 참 여자가 일색여.

지금 시상은 전깃불이지만 그때는 전깃불도 읎고, 기름불로 석유도 없은게 그 나무기름불 뭐 인자 이 지름을 내가지고 이 벽짝을 뚫고 여그다 접시를 놓고 우아랫방을 불을 봐.

보는디 이가운데가서는 그 아랫방으서 등잔불 밑이서 코노래 부름서 바느질허는 처자를 본게 참 미인이라 그말여.

아조 절색여.

욕심이 어찌게 나던지 걍, 참 헐 소리가아니지마는 떡 내놓고는,

봐라 봐라 있은게.”헌게.

여자가 걍 딱 불을 꺼번지고 자네, 소리도 없이.

자는디 이 어사는 잠이 안오고 곰곰히 생각해보 참 여자가 일색인디.

어떻게 히야 허꼬 시방 궁금하는 중인디 쥔은 없고, 근디 얼마끔 있은게로 쥔이 쏙 들오네.

쥔이 쑥 들오더니,

아이 우리집이 과객 손님들이 있냐?”.

손님이나 뭐이나 점쟎은 것 같으더니 개상놈의 자식 같으드라.”.

아 이렇게 욕을 허거던.

왜 그러냐고?”

아 나보고 이러고 저러고 허드라고.”


에이 그려, 그놈 못씰놈이고만 그놈 쥑이야겄고만,”

칼을 썩썩 갈어 걍 칼로 찔러 쥑일라고.

칼을 쑥쑥 가니 이거 어떻게 헐 방도가 없어.

어떻게 뭐라고 변명헐 수도 읎고 헌게 자는 놈을 깼어.

야야 인나봐라.

이러이러 힜더니 저 여자가 일러가지고 남편이 시방 칼을 갈고 있다, 나를 쥑일라고.

허니 어떻게 허먼 살 방도가 있겄냐?”

예 그러라오.

좋은 수가 있은게, 나는 쥔이 들와도 자는 듯기 헐틴게 말여, 나를 깸서, '좀 봐라 인나거라 좀봐라 인나거라'허고 흔드시오.”

그 여자보고 좀봐라 인나라 힜은게이?

흔드시오 그러믄 내가 일어나리다, 자다가,”

대처 가만히 생각헌게, 어사가 생가헌게 그 방도베끼는 없어.

그 인자 쥔이 떠억 들오더니,

실례헙니다.”허고 문을 열고 들오거든.

아이고 쥔양반이시냐?”.

그저 다급헌게 마패까지 비쳤어 걍.

내 이러헌 사람인디 참 날이 저물어서 쥔도 없는디 이렇게 과객으로 들리고 본게 쥔양반 뵐 면목이 없다고.

야 좀봐라 인나거라.

좀봐라 인나.

쥔양반 왔다.”

인자 흔들거든.

슥 쥔놈이 가만히 생각헌게 저놈을 이름 불렀는디 그렇게 했다고 했단 말여.

하마트면 어사 쥑있으믄 저그집 집구석이 다 멸종 당헐 뻔했거던.

아 걍 그 칼로 에펜네로 가 콱 찔러 죽여버맀어.

그 꼴을 본게 참 어사가 살기는 살었어도 생목숨 끊은디 본게 안 되았단 말여.

그 인자 호남 순시를 딱 돌고서 인자 한양을 가서 어느 정승 정승이 딸 셋을 가지고 있는디 큰 정승 딸한티 중매를 히줬어.

히서 인자 결혼 성립을 떡 힜는디, 아 정승이 어사말만 듣고 결혼을 힜는디.

이것이 문장이 어떻게좀 씰만헌 줄 알었더니 아 순전 글이 순전 봉사라 못쓰겄어.

하루는 '이놈 어떻게 허는가 보자' 허고서는 종오를 백지를 한장 줌서,


너 여그다가 꽉 차게 글씨를 다 써놔라.”

그맀단 말여.

종오를 줌서 글씨를 꽉 차게 써노락헌게, 대답히놓고는 내 도다님서 놀아.

놀은게 하인이,

아 여보쇼! 아 여그다 대감님이, 대감님이 나가심서 말여 이 종오때기다가 글씨를 꽉 차게 뭔 자든지 써노라고 했느디 어쩔라고 이러쇼.”

.

그려 참 깜박 잊었다.

먹 갈어라이! 붓 가조니라!”

하더니, 종오때기 귀영탱이를 딱 히서 이렇게 딱 가상으로 딱 봉히논게 그 입구자가 되았지,

저리 치어라.”

아 어디 글씨 썼오?”

아 이자식아 니 구탱이가 꽉 찼으먼 다 썼지, 얼마나 써 !”

정승이 어디 갔다와서는 보닌게 그 지경여.

너 글씨 다 썼냐?”

.

썼읍니다.”

어디 가조니라.”본게.

그 입구() 자를 이렇게 가상으로 뺑뺑 돌랴 딱 써놔.

어디 글씨가 꽉 찼냐?”

아 꽉 안 찼읍녀?

어디 빌 디 있는거라오.”

아 이것 이것 참 허망허단 말여.

정승이 곰곰 생각히본게 참 애낀자여.

이 통머리 지서리만 팽팽 허고.

근디 하루 어느 날은 인자 그 두째 사오 얻어, 세째 사오 얻어 하는디 따로 살기는 살트지마는 불난여.

성제간질이 왜 불난이냐?

'너는 글 잘 배운 학자 얻어서 좋겄다, 선비 얻어서 좋겄다, 나는 내 서방이 무식헌게로 벨 수 있냐?' 서로 이것을 의견다툼허고 싸와.

그러는디 이거 이놈은 이 통머리 지서리만 팽팽 허고 댕이지.

'저것을 어떻게 쌈을 말길꼬.' 정승이 골치여.

하루는 둘째 사오를 불러가지고,

니가 유식헌게로 연구가 좀 빠를 것이다.

요너머 간다 치먼은 중 하나
가 내기중치세기를 허는디 천냥씩 주얀다.

거기 가서 내기중치 한 번 허고 오니라.”

천냥을 떡 준게 그놈을 가지고 가서,

야 중놈아 ! 아니 중님 ! 내기중치세기 허로 왔읍니다.”

천냥 가지고 왔읍녀?”

여기 있소.”

근게 궤문을 열더니 털거덕 갖다 쟁이 놓고 쇠 딱 채고는 문턱으 턱 걸터 앉음서,

내가 나가겄읍녀?

들어가겄읍녀?”

앞을 앞으로 들렀은게 나오겄다고 했단 말여.

게 나오겄다고 헌게 안으로 쑥 들어감서,

어디 내가 나갑니껴?

지셨읍니다.”

아 험없이 돈 천냥을 뺏겨 번졌어.

인자 집이 와서 그런 얘기를 허지.

헌게 인자 막둥이 사오를 한번,

네 가서 천냥 줄틴게 내기중치세기 허고 오니라.”갔단 말여.

근디 약속을 했지.

아이 형님 먼자 갔다 왔은게 어떻게 허더냐?”.

아이 문턱으 걸터 앉었걸래 밖으로 앞을 둘렀길래 나오겄다고 했더니 이놈이 안으로 쏙 들어감서 안나오더니 졌닥히야.”

그러믄 나는 안으로 들어갔닥 히야 이기겄소이?”

그럴 거 같다.”

아 이놈이 또 그 식으로다가 떡허니 돈 천냥 집어넣고는 문턱으 턱 걸터앉어서,

내가 나가것읍녀 들어가겄읍녀?”

이 나온다고 힜다가 졌은게,

들어가겄다.”고 헌게, 밖으로 휘휘 돔서,


어디 내가 들어갑니껴?

돌아댕기지!"[일동:웃음]

져버맀지, 이놈이.

아 근게 이것을 큰 사오놈이 알고 에이 잘 배운 놈들이라 잘헌다 못헌다 허고 이놈 익살을 주는디 하이간 정승이 걍 듣덜 못허겄어.

'에이 저놈으 자식도 내가 돈 천냥 더 없일 폭 잡고 저놈도 잊어 번지고 와야 앞으로 저놈 주둥이가 막어질랑가비다.'

아무개야!”

.”

가 너도 가 내기중치세기 한번 허고 오니라.”

그리서 내기중치세기허로 갔단 말여.

간게,

돈 천냥입니다.”

응 천냥인 줄 안다.”

탁허니 귀 속으다 탁 집어넣고 쇠를 딱 채고는.

/문턱으 떡 걸터앉어서,

지가 나가겄읍녀 들어가겄읍녀?”

순전 그 소리를 혀.

니가 나가 들으가?

나가믄 나가고 들으가믄 들으가겄다,”

히번졌단 말여.

뭣 오도가도 못혀, 이놈이.

어쩌냐?”

졌읍니다.”

돈 천냥 이천냥을 떡 내놔.

또 허자.”

예 그럽시다.”

인자 뭐라허는고는,

우리집 뒤안에 당나구 가죽이 삼년 묵은 놈이 있는디 이놈이 여물을 돌라고 빽빽 울어싸니 뭣을 멕이야 허끄라오?”

당나구 가죽 삼년된 놈이 여물을 돌리고 빽빽 울어?

오뉴월 염천에 짚시랑 고드름을 썰어 멕여라.”

아 여보쇼.

오뉴월 염천에 짚시랑 고드름이 어디가 있읍니까?”


야 이자식아 삼년 묵은 당나구 가죽이 뭔 여물 돌라고 울어?”

져번졌어.

어찌냐?”

예 졌읍니다.”

또 내놔라 또 허자,”근게 인자 본전 이천냥을 찾었지.

찾고 인자,

또 허자.”

예 또 헙시다.”

돈 천냥 인자 같이 맞세워놓고는,

우리 뒤안에 독부처가 있는디, 아 귀좇이 빠갈빠갈 나오요.

그러니 뭣이로 히야 약이 되거라오?”

독부처가 귀좇이 빠갈빠갈 나와?”

연구허더니,

당나구 젖 한 방울로 갖다 틀어 막어라.”

아 여보쇼! 독 속으로 어떻게 당나구 젓이 들어가요?”

아 이자식아 독 속으서 무슨 놈의 귀좇이 나와?

이 넋 빠진 놈아!”

삼천냥 안 땄다고?

근게 천냥 땄어.

그 동서들이 와서, 이천냥 잃은 놈 말고도.

또 허자.”

예 밑천 지가 그 배낍니다,”

이놈이 천냥 가지고 달랑달랑 주서 먹던게벼.

그래서 그 사오가 '아서라 그도 큰 사우 니가 낫겄다, 연구허는 것이.' 재산을 그 큰 사우기다 맽기드라만.

- -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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