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도 못 당한 아이
[태인면 설화 30]
옛날 박문수 박어사가, 어사가 되아갖고 한 군데를 떠억 당도헌게 아 어린것들이 나무지게를 바쳐놓고 질가상으서 장난을 허는디, 한놈이 가만히 쳐다본게 맹상스럽게 생겼어.
“야 임마! 너 멫살 먹었냐?”
“내 나이 나 먹었오.”[청중:건방진 놈이네.]
“네끼놈 어른이 뭔 말허는디 그럴 수가 있냐?
네 이놈! 네 성이 뭐이냐?”
“울아부지 성허고 똑같어라오.”
참 그건 일건지란 말여.
“넉 아버지 성은 뭐이가니?”
“내 성허고 똑같어지라오.”
이거 안 되겄어, 때릴 수도 읎고 달래도 안 듣게 생이고.
“넥 호리아들놈같으니 넉아버지는 어디 갔냐?”
“울 아버지 시방 도둑놈 잔치헌디 갔소.”
박문수 박어사가 가만히 생각헌게, '옳다! 인자 죄인 하나 잡었다.
인자' 속으로.
“거 너 어매는 뭣허냐?”
“열 놈이 달라들어서 꾀벳기오.”
아이 틀림없이 이게 도독놈이란 말여.
“그러냐?”그리서는,
“야야! 그러지 말고 나를 따러 가자.
나를 따러가머는 이런 일 안허고도 먹고 산다.
나를 따러 가자.”
“당신이 어디 산디라오.”
“내가 한양 산다.
너 장개도 좋은 디로 보내줄틴게 나를 따러 가자.
그
러나 나 물은 대로 이얘기를 해라.”
“예.”
“네 성이 무엇이라고 했냐?”
“아 아무것이라오.”
“그리어.
그러믄 도둑놈 잔치 헌디가 어디 근방으 있냐?”
“아 장바닥이라오.”
“어찌 도둑놈 잔치가 있냐?”
“아 그 싸게 살락 허고 비싸게 팔락 허고 헌게 도둑놈 잔치헌 디 아니오?”
“그믄 넉어매가 열 놈이 꾀벳긴다 소리가 뭔 소리냐?”
“아이 나락방애를 찧는디 보쇼.
아이 도긋대를 잡은게 아 저 열 놈이 아뇨, 이게.
근게 꾀를 벳겨라오.”
아이 듣고 생각헌게 허망허거든.
“가자, 되얐다!”
인자 데리꼬 얼매쯤 가는지 한군데를 간게 오뉴월 염천이 되았든가, 밭을 메는 큰애기 궁둥이 넙적수름헌 큰애기가 머리를 궁둥이까지 찰랑허니 땋고 노파허고 밭을 미고 있어.
밭을 민디 지내다가,
“네 처녀허고 가서 입을 맞추고 오먼 내 그리 장개를 보내주마.”
“참말로 그려라오?”
“오냐! 그러마.”
인자 거그를 인자 대처 인자 밭에 들어가서,
“아이고 할머니 욕보쇼.
아이고 누나도 욕보시네.”
어찌고 험서 인자 이놈이 어성부성 험서 앞에 댕임서,
“앗다 이것 참 크요.
이것 잘 크겄소.
뭣허겄소.”
어영구영 뛰댕이다가 이놈이 아 별안간 눈 아퍼 죽는다고 허네 눈에 티가 들었다고.
아 근게 이놈이 밭이서 둥구니 다 된 곡식을 다 베리게 생있어.
둥근게 밭이서 둥근게.
아.
근게로,
“아야야! 그 어떻게 눈이 티가 들어서 그냐?”근게 눈이 티든 놈을 서바닥으로 핥으믄 좀 개거든이?
나왈 수도.
게서바닥으로 핥은게 그도 소용없다고 눈을 비빔서 막 둥글어.
둥근게 다 된 곡식 다 베리게 생있어, 왼 밭을, 아 근게,
“아이고 야야야 눈 어둬서 안 뵌게 근갑다.
니 밝은 눈으로 봐라.”
인자 큰애기가 달라들어서 얼굴을 인자 두귀를 잡고서 눈을 인자 이러고 인자 핥는다 말여.
게 이쪽서 먼디서 쳐다본게 꼭 틀림없이 입맞추거든.
아 인자 괜찮다고 썩썩 비빔서 인자 엄살 떤 놈이라 그 왔다 그 말여.
“어쩌라오.
인자 되겄어라오?”
“야 임마 그런 디로 가서 쓰겄냐?
더 좋은 디로 내가 장개 보내 줄틴게 좋은 디로 보내 줄틴게 그런 생각말고 나 따러가자.”
얼마끔 가다가 인자 참 과객집을 들어서 잔 것이 해필 당골네집이던게벼.
근디 참 여자가 일색여.
지금 시상은 전깃불이지만 그때는 전깃불도 읎고, 기름불로 석유도 없은게 그 나무기름불 뭐 인자 이 지름을 내가지고 이 벽짝을 뚫고 여그다 접시를 놓고 우아랫방을 불을 봐.
보는디 이가운데가서는 그 아랫방으서 등잔불 밑이서 코노래 부름서 바느질허는 처자를 본게 참 미인이라 그말여.
아조 절색여.
욕심이 어찌게 나던지 걍, 참 헐 소리가아니지마는 떡 내놓고는,
“봐라 봐라 있은게.”헌게.
여자가 걍 딱 불을 꺼번지고 자네, 소리도 없이.
자는디 이 어사는 잠이 안오고 곰곰히 생각해보 참 여자가 일색인디.
어떻게 히야 허꼬 시방 궁금하는 중인디 쥔은 없고, 근디 얼마끔 있은게로 쥔이 쏙 들오네.
쥔이 쑥 들오더니,
“아이 우리집이 과객 손님들이 있냐?”고.
“손님이나 뭐이나 점쟎은 것 같으더니 개상놈의 자식 같으드라.”고.
아 이렇게 욕을 허거던.
“왜 그러냐고?”
“아 나보고 이러고 저러고 허드라고.”
“에이 그려, 그놈 못씰놈이고만 그놈 쥑이야겄고만,”
칼을 썩썩 갈어 걍 칼로 찔러 쥑일라고.
칼을 쑥쑥 가니 이거 어떻게 헐 방도가 없어.
어떻게 뭐라고 변명헐 수도 읎고 헌게 자는 놈을 깼어.
“야야 인나봐라.
이러이러 힜더니 저 여자가 일러가지고 남편이 시방 칼을 갈고 있다, 나를 쥑일라고.
허니 어떻게 허먼 살 방도가 있겄냐?”
“예 그러라오.
좋은 수가 있은게, 나는 쥔이 들와도 자는 듯기 헐틴게 말여, 나를 깸서, '좀 봐라 인나거라 좀봐라 인나거라'허고 흔드시오.”
그 여자보고 좀봐라 인나라 힜은게이?
“흔드시오 그러믄 내가 일어나리다, 자다가,”
대처 가만히 생각헌게, 어사가 생가헌게 그 방도베끼는 없어.
그 인자 쥔이 떠억 들오더니,
“실례헙니다.”허고 문을 열고 들오거든.
“아이고 쥔양반이시냐?”고.
그저 다급헌게 마패까지 비쳤어 걍.
“내 이러헌 사람인디 참 날이 저물어서 쥔도 없는디 이렇게 과객으로 들리고 본게 쥔양반 뵐 면목이 없다고.
야 좀봐라 인나거라.
좀봐라 인나.
쥔양반 왔다.”
인자 흔들거든.
슥 쥔놈이 가만히 생각헌게 저놈을 이름 불렀는디 그렇게 했다고 했단 말여.
하마트면 어사 쥑있으믄 저그집 집구석이 다 멸종 당헐 뻔했거던.
아 걍 그 칼로 에펜네로 가 콱 찔러 죽여버맀어.
그 꼴을 본게 참 어사가 살기는 살었어도 생목숨 끊은디 본게 안 되았단 말여.
그 인자 호남 순시를 딱 돌고서 인자 한양을 가서 어느 정승 정승이 딸 셋을 가지고 있는디 큰 정승 딸한티 중매를 히줬어.
히서 인자 결혼 성립을 떡 힜는디, 아 정승이 어사말만 듣고 결혼을 힜는디.
이것이 문장이 어떻게좀 씰만헌 줄 알었더니 아 순전 글이 순전 봉사라 못쓰겄어.
하루는 '이놈 어떻게 허는가 보자' 허고서는 종오를 백지를 한장 줌서,
“너 여그다가 꽉 차게 글씨를 다 써놔라.”
그맀단 말여.
종오를 줌서 글씨를 꽉 차게 써노락헌게, 대답히놓고는 내 도다님서 놀아.
놀은게 하인이,
“아 여보쇼! 아 여그다 대감님이, 대감님이 나가심서 말여 이 종오때기다가 글씨를 꽉 차게 뭔 자든지 써노라고 했느디 어쩔라고 이러쇼.”
“음.
그려 참 깜박 잊었다.
먹 갈어라이! 붓 가조니라!”
하더니, 종오때기 귀영탱이를 딱 히서 이렇게 딱 가상으로 딱 봉히논게 그 입구자가 되았지,
“저리 치어라.”
“아 어디 글씨 썼오?”
“아 이자식아 니 구탱이가 꽉 찼으먼 다 썼지, 얼마나 써 !”
정승이 어디 갔다와서는 보닌게 그 지경여.
“너 글씨 다 썼냐?”
“예.
썼읍니다.”
“어디 가조니라.”본게.
그 입구(口) 자를 이렇게 가상으로 뺑뺑 돌랴 딱 써놔.
“어디 글씨가 꽉 찼냐?”
“아 꽉 안 찼읍녀?
어디 빌 디 있는거라오.”
아 이것 이것 참 허망허단 말여.
정승이 곰곰 생각히본게 참 애낀자여.
이 통머리 지서리만 팽팽 허고.
근디 하루 어느 날은 인자 그 두째 사오 얻어, 세째 사오 얻어 하는디 따로 살기는 살트지마는 불난여.
성제간질이 왜 불난이냐?
'너는 글 잘 배운 학자 얻어서 좋겄다, 선비 얻어서 좋겄다, 나는 내 서방이 무식헌게로 벨 수 있냐?' 서로 이것을 의견다툼허고 싸와.
그러는디 이거 이놈은 이 통머리 지서리만 팽팽 허고 댕이지.
게 '저것을 어떻게 쌈을 말길꼬.' 정승이 골치여.
하루는 둘째 사오를 불러가지고,
“니가 유식헌게로 연구가 좀 빠를 것이다.
요너머 간다 치먼은 중 하나
가 내기중치세기를 허는디 천냥씩 주얀다.
거기 가서 내기중치 한 번 허고 오니라.”
천냥을 떡 준게 그놈을 가지고 가서,
“야 중놈아 ! 아니 중님 ! 내기중치세기 허로 왔읍니다.”
“천냥 가지고 왔읍녀?”
“여기 있소.”
근게 궤문을 열더니 털거덕 갖다 쟁이 놓고 쇠 딱 채고는 문턱으 턱 걸터 앉음서,
“내가 나가겄읍녀?
들어가겄읍녀?”
앞을 앞으로 들렀은게 나오겄다고 했단 말여.
게 나오겄다고 헌게 안으로 쑥 들어감서,
“어디 내가 나갑니껴?
지셨읍니다.”
아 험없이 돈 천냥을 뺏겨 번졌어.
인자 집이 와서 그런 얘기를 허지.
헌게 인자 막둥이 사오를 한번,
“네 가서 천냥 줄틴게 내기중치세기 허고 오니라.”갔단 말여.
근디 약속을 했지.
“아이 형님 먼자 갔다 왔은게 어떻게 허더냐?”고.
“아이 문턱으 걸터 앉었걸래 밖으로 앞을 둘렀길래 나오겄다고 했더니 이놈이 안으로 쏙 들어감서 안나오더니 졌닥히야.”
“그러믄 나는 안으로 들어갔닥 히야 이기겄소이?”
“그럴 거 같다.”
아 이놈이 또 그 식으로다가 떡허니 돈 천냥 집어넣고는 문턱으 턱 걸터앉어서,
“내가 나가것읍녀 들어가겄읍녀?”
이 나온다고 힜다가 졌은게,
“들어가겄다.”고 헌게, 밖으로 휘휘 돔서,
“어디 내가 들어갑니껴?
돌아댕기지!"[일동:웃음]
져버맀지, 이놈이.
아 근게 이것을 큰 사오놈이 알고 에이 잘 배운 놈들이라 잘헌다 못헌다 허고 이놈 익살을 주는디 하이간 정승이 걍 듣덜 못허겄어.
'에이 저놈으 자식도 내가 돈 천냥 더 없일 폭 잡고 저놈도 잊어 번지고 와야 앞으로 저놈 주둥이가 막어질랑가비다.'
“아무개야!”
“예.”
“가 너도 가 내기중치세기 한번 허고 오니라.”
그리서 내기중치세기허로 갔단 말여.
간게,
“돈 천냥입니다.”
“응 천냥인 줄 안다.”
탁허니 귀 속으다 탁 집어넣고 쇠를 딱 채고는.
/문턱으 떡 걸터앉어서,
“지가 나가겄읍녀 들어가겄읍녀?”
순전 그 소리를 혀.
“니가 나가 들으가?
나가믄 나가고 들으가믄 들으가겄다,”
히번졌단 말여.
뭣 오도가도 못혀, 이놈이.
“어쩌냐?”
“졌읍니다.”
돈 천냥 이천냥을 떡 내놔.
“또 허자.”
“예 그럽시다.”
인자 뭐라허는고는,
“우리집 뒤안에 당나구 가죽이 삼년 묵은 놈이 있는디 이놈이 여물을 돌라고 빽빽 울어싸니 뭣을 멕이야 허끄라오?”
“당나구 가죽 삼년된 놈이 여물을 돌리고 빽빽 울어?
오뉴월 염천에 짚시랑 고드름을 썰어 멕여라.”
“아 여보쇼.
오뉴월 염천에 짚시랑 고드름이 어디가 있읍니까?”
“야 이자식아 삼년 묵은 당나구 가죽이 뭔 여물 돌라고 울어?”
져번졌어.
“어찌냐?”
“예 졌읍니다.”
“또 내놔라 또 허자,”근게 인자 본전 이천냥을 찾었지.
찾고 인자,
“또 허자.”
“예 또 헙시다.”
돈 천냥 인자 같이 맞세워놓고는,
“우리 뒤안에 독부처가 있는디, 아 귀좇이 빠갈빠갈 나오요.
그러니 뭣이로 히야 약이 되거라오?”
“독부처가 귀좇이 빠갈빠갈 나와?”
연구허더니,
“당나구 젖 한 방울로 갖다 틀어 막어라.”
“아 여보쇼! 독 속으로 어떻게 당나구 젓이 들어가요?”
“아 이자식아 독 속으서 무슨 놈의 귀좇이 나와?
이 넋 빠진 놈아!”
삼천냥 안 땄다고?
근게 천냥 땄어.
그 동서들이 와서, 이천냥 잃은 놈 말고도.
“또 허자.”
“예 밑천 지가 그 배낍니다,”
이놈이 천냥 가지고 달랑달랑 주서 먹던게벼.
그래서 그 사오가 '아서라 그도 큰 사우 니가 낫겄다, 연구허는 것이.' 재산을 그 큰 사우기다 맽기드라만.
- 끝 -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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