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박문수의 과거길 (2)

증보 태인지 2018. 3. 30. 10:27

박문수의 과거길 (2)

 

[태인면 설화 91]

 

박문수가 저그 아부지를 조실힜드만.

그려갖고는 스믈 야닯살 먹어서 과거를 보러 가얄 판인디, 저그 아부지가 조사허기 땜이 하나씨 할아부지 밑이서 살았단 말여.

근게 헐 수 없이 스물 야닯살 먹어서 가야할 판인
, 스믈 두살에 갔어.

과거를 갈 적에 그적으는 왈성급제여.

왈성급제라는 것은 급제가 전부 다 한가지지마는 한날 한시에 동시에 안보드만 과거를.

정부에서 필요헐 적에 왈성급제를 비여.

가는디 어디를 가는고는 말여 밀양으로 혀서 서울로 올라갈 적으는 밀양에서 서울로 가기가 말여 말허자먼 밀양서 서울로 가기가 틀려.

그러나 자기로서는 왈성급제라는 것은 허기 위해서 밀양가서 연이 문탐을 혀갖고 갈라고 허는 차에 밀양을 갔어.

가서 보닌게 아 해는 서산에 졌는디, 갈래야 갈 디가 없어.

근디 해가 지는디 젊은 소복입은 부인이 저녁 상식을 밥을 채려갖고 왔다 그 말이여.

채려갖고 와서는 밀양서 얼매 떨어지지 않은 그 상석에 가서 밥을 채려 놓고는 통곡을 혀.

상식을 혀.

허더니 밥상을 딱 들고는 뭐라는 고니는 '' 한숨을 쉬어.

뭐라고 한숨을 헌고니는,

내가 이 왼수를 언제 갚을꼬.”

허고 한숨을 쉬어.[조사자(웃으며) 아이고.]

그런디 박문수가 가만히 들어보건데 꼭 일을 끝어리까지 깨갖고 가야 허야 생겼는디,

어디를 가냐 이거여.

해는 저물고.

그리서는 그 여자를 따라 갔지.

따라가 보니 큰 기와집으로 들어간단 그 말여.

그리서는 박문수가 가만히 또 본게 정지가서 밥상을 차려.

박문수 마음으로서는 이집 떨켜 버린다치먼 다른 디가 가서 잘 데가 없다.

그려갖고 대문에 들어서서 찾았어.

주인을 찾으닌게 한 칠십객 노인이 싸림밖문 문을 열더니,

누구쇼, 누구쇼.”이렇게 불러.

이 박문수가 허는 말이,

, 질 가다가 일모는 되고 잘 데가 없어서 댁을 찾아 왔읍니다.

하룻 저녁 어트게 참, 봐 주쇼.”헌단 말여.

근게 할머니 하나씨가 뭐라고 헌고니는,

, 우리집이 재울 방도 없고, 올 수가 없은게 다른 데 찾아가 보소.”이거여.

근게 박문수가 헐 수 없이 뒤로 물러났어.

물러나서는 나와서 보닌게 그집 떨기먼 갈 디가 없고, 그집이 안 들어가먼 또 염탐헐 수가
없다 이거여.

그 소복헌 여자가 상식을 지내고 가면서 '이놈의 웬수를 언제 갚을꼬.' 헌것이 의미가 심장허다 이거여.

이 여자를 떨구먼 안되겄다고 그 집을 기필 들어 갈라고 헌다 그 말여.

근게 제우 또 가서 불렀어.

부르닌게 그 노인이 또 문을 열어.

누군고?”

, 서울로 과거허러 가는 박문수올시다.”

, 그려.

그러먼 들오소.”

그 들어갔어.

단 칠십 노인은 하나 뿐이다 그 말여.

쪼금 앉었은게 소복헌 그 부인이 말여 밥상을 갖다가 자기 하나부지가 됐든 아부지가 됐든간에 챙겨 왔다 그 말여.

밥상을 다 친뒤에 영감님이 말허기를,

아이, 선비는 어이서(어디서) 식사 힜는가?”

허고 묻거든.

안힜읍니다.”

그려.

어 어서와.”

자기 공양을 일로 주거든.

이 들오라고.

아까 방에서 들은게 서울로 과거허러 간담서?”

.”

아부지 성함이 뉘신가?”

아부지는 진즉 세상을 갔읍니다.”

그려.

조부님은 누군고?”

그려 일러 줬단 말여.

그려.

참 자네 서울 가는가?

가먼 거 초시라도 힜는가?”물커든.

초시가 말허자먼 진사란 말여.

아니올시다.

지금 처음 질입니다.”

그려.”

, 그렸는디 인제 며느리를 불러갖고,

, 손님 외깃다(오셨다).

식사상을 올려라.”


근게 소복헌 자기 며느리가 인제 밥그럭을 갖과.

밥상을 갖고 들왔다 그 말여.

근게 인자 소복헌 그 부인은 나가 버렀는디, 아 그 밥을 먹을라고 앉었으니 그 영감이 허는 말,

어서 자시소.

난 먹었네.”

눈물을 자꾸 흘려.

눈물을.

영감님이 그서,

어쩌 그러십니까?”

, 자네 조부허고는 잘 아는 처지네.

자네가 서울을 간단게 기특허네.

그런 내가 그럴 일이 있네.”

뭔 말입니까?”

글안혀.

인자막 들어온게 내 메누리네.

메누리는 내 자식이 열 여섯 먹어서 죽었네.”

어트케 혀서 그렸읍니까?”

바로 밀양절에 아들 하나란 말여.

아들 하나를 절에다가 중노릇을 보내먼은 수명을 이순다고 혀서 중을 보냈네.

보내갖고 가를 작년에 여웠네.

여웠는디 아 밀양절 그놈들이 와서 말여, 저녁으 죽여 버렀어.

쥑이 버렀어.

그러니 내가 얼매나 한이 안 남겄는가!”

그냥 통곡을 헌단 말여.

뱀이 이식 허닌게,

여그 혼자 자시소.

난 갈라네.”

영감님은 영감님대로 갔단 말여.

갔는디, 아 이 사램이 박문수가 가만히 보닌게, 이 메누님은 소복을 입고 아드님은 죽고, 자 저 건네서 뫼에 앉어서 상식헐 때 보닌게, 아 뭔 한이 있겄다 말여.

, 야 이거 오늘 저녁에 잠은 다 잤다.

좀 어트게 좀 명심히 지달려 봐야겄다.

불을 달밤에 딱 껐어.

끄고는 돌아 앉어서 가만히 있은게 잼이 와야지.

재명승은 안 들렸지만은 한밤중에 인나먼 시기 왔드래야.

촛불을 딱 끄고 달은 휘영창창 밝은디 가만히 보닌게 아이, 앞문앞으 뭐이냐 후타리(울타리)가 빠삭 소리가 나.

그서 불 꺼놓고 나가서 후타리 옆 담에 가서 들은게 어떤 놈이 후타리 뚫고서는 고개를 푹 처놓더라네.

그래서 그놈을 바로 뒤를 쫒았
.

쫓아 놓고 보닌게 절이여.

, 절에 가서 바로 들어갈 수 없어서 인자 저녁에 와서 가만히 들와서 문에 대고 보닌게 상모(相貌)떰은 그 각시가 이뻐갖고 절에 있던 그 초롭동이를 쥑여 부렀어.

쥑여갖고는 그날 저녁에 푸대쌈을 났어.

중들이.

에 그 가만히 들어 보닌게로 중들 허는 말이,

아 어떤 놈이 쫓아 와서 왔다.”.

그 소리만 들었어.

그 소리만 듣고는 그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갈 디를 가야겄읍니다.”

나와갖고는 밀양 원네 집을 갔어.

가갖고는 원을 찾아서 그 얘기를 힜어.

내가 엊저녁에 밀양읍에서 잤읍니다.

잤는디 이러헌 불상사가 있는데 밀양은 바로 퇴거 보내갖고 체포허시요.”

걍 가 버렸어.

떠나 버렸어.

거그서 박문수가 떠나갖고는

박문수 저그 작은 아부지가 말허자먼 입시장에서 말허자먼 저 뭐냐 채점자로 있었어.

그 때 무렵으.

그서 밀양 지사를 건너서 한참 가니라고 가닌게, 아 초록됭이가 떡 나습니다.

산중에서 나서더니 와서 인사를 꾸뻑 헌단 말여.

, 선비님 어디 가십니까?”

이러고 묻거든.

, 왜 그러냐?”

, 나허고 같이 개입시다(갑시다).”

말하고 간디, 인사를 꾸뻑 헌단 말여.

그려갖고는,

그려.”

선비님, 어디 가시요?”

아참, 난 과거에 가.

나 과거에 가.”

아 과거날 지냈입니다.

과거날 지냈읍니다.”

그려.”

당신은 과것날이 한 사날 남았은 중 알었는디 말여.

, 어찌 당신이 내 앞에 와서 과것날 지냈다고 허요.”


아니라우.

나 갔다 왔어요.

갔다 왔는디 과거날 벌써 정갔읍니다.”

그려야.”.

아 정 딱허니 글귀를 뷔여 주드라 이거여.

글귀가 뭘로 났어?”

낙조라고 났다고 헙디다.

떨어질 낙(), 붉을 조(), 이 해가 떨어지는 때여.

해지는, 낙조라고 났읍니다.”

그리여이.”

아 그찬은디 이케 허닌게 초롭동이가 허는 말이,

내가 글귀까지 일러 주드라.”이거요.

그서 글귀를 뭐라고 일러 주닌고는,

낙조청산 개벽산.”이라구 혀.

낙조가 저 개벽산에 걸렸다 이거여.

하나철도 백운산이라.”

가을길 일어라 놔서 말여 잣대로 재면서 백운산에 갔다 이거여.

그게.

전부가 시방 해 떨어져서 허는 얘기여.

그르고 뭐인고 허니는 또 다음에는 뭐라고 허인고는 말여.

후원목장에 우대경이요.”

소 키우는 집 뒤안에 말여 소 그르메가 커.

근게 말허자믄 해가 떨어지기 그루메가 크거든.

그 망부대산에 첩주하이라.”

마을에가 저 대상 다락에 앉어서 쳐다보닌게 말여 고대만 쉭일 뿐이여.

망부 대산에 첩주하에라.

'그 다음에는 뭐라고 힜던고.' 허닌게,

동지대행에 편행게비요.”

동쪽에 가는 말여 손님이 말여.

말태기를 혀.

그러먼,

심산홍이 장분하이라.”

지뿔 들에 가는 중이 말여 지팽이가 한가혀.

그것도 해 떨어질 때 아녀.

, 그러고 나 모르겄읍니다.”
그러거든.

아이, 그럼 나는 그만 두고 가겄소.”

허고 가는디 본게, 초롭동이가 말여 머리가 남발혀.

간밤에 촙(草笠)은 딱 썼는디 말여.

뒤에서 말여 꽁무니서 피리 하나를 내드리야.

불고 가.

그서 이 사람이 뭐라고 글을 짓는고는 말여.

거그서 글을 지었어.

박문수가 뭣이냐 하, 이거 참 그것 내가 거짓말이라고 힜지.

뭐라고 지었는고는,

단발 초동이 농경하니라.”

단발헌 초동이 말여.

단발헌 초동이 피리를 해로 허면서 갔다 이거여.

그려 갖고 인제 '단발초동이 농경하니라.' 그 소리 허고 걍 가 버리네 그려.

가 버린 다음에 그 사람을 막 말허자먼 갈렸지.

갈리고는 그 질로 서울을 갔어.

근게 저그 숙부댁을 떡 가닌게 저그 숙모님이 뭐라군고니는,

, 너 왜 인자 왔냐?

왜 인자 왔냐?”

왜요?”

, 진즉 왔으면 여그와서 알 것 알고 글지 인제 왔냐?”.

아 숙부님 어디 개깄어라우(가셨어요)?”

아냐.

시방 어디.”

저녁에 오시더니 저그 숙부가 와있어.

인자 왔냐?”

.

아이 숙부님 오다 말 들은게 과거 일이 경과힜다고 헙디다.”

기 뭔 소리여.

내일 모래가 기다.

내일 모래가 겨.

안 지냈어.”

?

그려 꼭 그렇습니까?”

, 그렇다.”

그서 인제 그날 가서 인제 내일이 기먼 오늘 가서는 착 가서 어디를 보닌게 참 아닌게 아니라 요새 보리타작을 허인가 무얼 허인가 심치알을 치고는 말여 밑이서 아닌게 아니라 참 용왕이 먹을 갈아 말여 일필휘지 헌다더니 말여 거그가서 인제 떡 쓰는디 보닌게 경장(굉장)허거든.

그런게 당장 와갖고는 그 이튿날 집이서 인제 조반을 먹고는 떡 가서 보닌게 글
씨가 뭘로 났는고 허고 보닌게 '낙조'라고 났어.

아 이건 귀신이다.

그대로 그냥 써넜어.

거그서 인제 그 초록동이가 써 준대로 죄다 싹 써너 버렸어.

써놔 버리고 왔단 말여.

그날 와서 인제 자기 숙부집으로 와갖고는 있는디, 자기 숙부가 집이를 와 있지.

허는 말이 뭐라군고니는,

.”

숙부님 뭐 어트게 됐읍니까?”

.

오늘 귀신 글이 들왔다.

귀신 글이 들왔다.”

귀신 글이 뭔 말이 들와요?”

이만저만한 글귀를 죄다 읽어줌서 말여.

귀신 글이 들왔다.”

그 귀신 글은 장원급제를 못헙니까?”

, 그 뭔 소리여.

니야는 뭐 귀격이 각이다.

말도 마라.”

그려갖고 박문수가 어사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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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시만곤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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