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태인면 설화 10]
옛날에 봉이 김선달이라고 헌 분이 있는디, 그 때 마침 피양 감사가 생일 잔치를 허드래야.
그려서 인자 돈을 좀 벌라고 어느 닭전에 가니까, 한 천 마리 닭이 있는디, 한복판에 닭이 큰 뇜이 하나 있어.
뺄근헌게 장닭이.
크흠, 그래 봉이 김선달이 그짓말을 힜지.
“아따, 그 봉(鳳) 참 좋다.”그랬그든?
닭보고 봉이라고 그맀어.
“저 봉 한 마리 저 얼매 얼매나 받냐고.”그린게,
“쉰 냥 받는다.”
고 혔어.
크흠,
“그러냐고, 그럼 쉰 냥 줄 것인게 팔으라.”고.
쉰 냥을 주고 샀어.
그거 뭐 불과 얼매치 안 되는 건 쉰 냥을 주고 샀단 말이여.
가갖고는 인자 피양 감사 생일 잔치 헌디로 갔지.
이케 안에서 인제 잔치하니라고 야단인디, 바깥이서 닭을 보둠고 들어 갈라고 허니깐, 아 문지기들이 못 들어 오게 허네.
그래 들어 간다커니, 못 들어간다 커니 그양 그런께, 그 감시가 알고는,
“그 어째서 밖에가 소란스럽냐!”
“아, 어떤 사람이 거 음, 닭을 한 마리 갖고 와서 어, 감사님께 봉숭1)헌다고 갖고 와서 시끄럽습니다.”
“아 그 봉숭헌다는 사람이 왔이먼 안이로 들여 보내라.”
그래 안이로 들어갔어.
“감사님께 이것 봉을 하나 선사 드릴라고 가지 왔읍니다.”
아, 감사가 본께 닭인디 봉이라고 헌다거든?
“야, 이 사람아!
그 닭인디 저 봉이라고 그려?”
“아니올시다.
봉입니다.”
“거, 봉이면 그거 얼매 주고 샀는가?”
“예, 백 냥 주고 샀읍니다.”
오십 냥 주고 산거 저 곱배기로 말했거든.
그려서 인제 감사가 가만히, 이 적에는,
“닭을 백 냥 가지고, 봉이라고 백 냥을 줬는가?”
“아, 봉인디 백 냥을 줬읍니다.”
그 사정2) 군노를 불러갖고,
“네, 그 닭장사 놈 잡어 오니라!”
한 사람 잡아 갖고 가서 유념3)을 혀.
“너 이놈 어제 닭을 저 사람한테다 봉으로 팔어 먹었냐?
얼매 받었냐?”
“오십 냥 받었읍니다.”
“야 자슥아!
니가 닭을 갖다가선 봉이라고 팔아 먹은게 니가 분명히 백 냥 받어 먹었다.
이놈아, 백 냥 내놔라!”
어쩌 감사가 내노라고 허는디, 그 백 냥 받어 걍 갖고 줬어.
그 오십 냥 벌었지.
[웃으면서] 쉬먼서 오십 냥을 벌었어.
저 놈의 닭 장사는 오십 냥을 그냥 물어주고.
[조사자:끝났어요?] 아니, 그래갖고 인자.
크흠, 피양 대동강을 팔어 먹었어.
봉이 김선달이 그 닭 그렇게 허갖고 돈 오십 냥 번 재미로 평양에 가 갖고 대동강에 가서는, 대동강가에다 막을 이렇게 쳤거든, 사람 하나 들어 앉을 만한 막을 쳤어.
자리 좋게 깔아놓고, 그래 고 낙동강(대동강)가에서 물을 질어다 먹는 그 촌이 있거든.
거기가 전부 돈을 한 푼씩 줬어.
“내일은 내일부텀 물을 지르러 와서 옴서 돈 한 푼씩 던짐서 이렇게 막 안에 떤짐서 내가 거가 앉었을텐게 땡김서 '물값이요'허고 떵김서 물을 질어가라.”
그 미리서 돈을 쭉 다 깔아 줬거든.
그서 인자 아침에 저 거그 깔아 줬다가, 저녁 때는 또 다 걷우고, 또 걷와서 아척 때 또 갖다주고 물 질어 가고, 늘 인자 돈을 내고 질어 간 것 같애, 넘 뵈기.
[조사자:예. 그러지요.(웃으며) 낙동강이 아니라 대동강이지.] 응, 대동강, 크흠, 대국놈이 하나 장사를 조선와서, 그때 말로 조선와서 흘라고, 뭔 이문있는 장사를 헐라고슨 나와서 시방 돌아 댕기다가 보니까, 아 거 대동강 물을 흘러간 물이 퍼감서,
“물값이요.”
주고 아, 전부 그 물을 그 사가거든.
하아, 이거 새새이 생겨나고 몇 천연이고 흐르는 물인디, 저렇게 돈을 받으니 이거 참말로 큰 돈 번단 말이여.
“[중국사람 흉내를 내면서] 아, 여보시오, 어 당신나 이거 집이가 팔으아
헐라우?”
“돈이나 많이 주먼 팔아 헌다.”
그양 몽땅 불렀어.
몽땅 줘도 이놈이 가만 세본게 이문이 되겠다 이말여, 그 몽땅, 몽땅 주고선 샀단 말이여.
아, 그래 인제 자기는 비키 줬어.
때국놈(중국사람)이 거기 들어 앉었지.
돈을 인저 싹 걷어 가지고 갔겄다?
김선달이 돈 싹 걷어 가지고 가버렸어.
아 이놈의 자식이 암만 앉아 있었더니 물만 질어가지 돈을 주는가?
“[중국사람 흉내내며] 여보 물값이 내고 가소.
우리가 이거 물값 사 했어.
대동강이 다 우리 장사해서 물값이 내라고.”
“고기서 안 질어 가면 저 아래가 질어가지.”
거 밑에 가서 질어 가 버리거든?
근게 거 허망 장사여.
이거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팔어 먹은 사람이여. [조사자:예. 그러죠. (웃음)] 유명헌 사람이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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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상(封上, 물건을 봉하여 바침)'의 뜻으로 한 말인 듯 함.
2) 司正; 조선 왕조 때 오위(五衛)의 정칠품 군직(軍職)의 하나.
3) '유로(流露, 진상을 아무 숨김없이 나타냄)'의 뜻으로 한 말인 듯 함.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시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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