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임백호
[태인면 설화 85]
에 옛날에 아주, 옛날에 훌륭허신 선비님 한 분이 바로 누구시냐 허믄 바로 저 전라남도 어디 계시는고니는 그 저 나주 나주 살으시는 선생님이 신디, 아주 일류 요새 참 요새 말로 선비이시고, 아주 근사허신 아주 훌륭한 선비님이요.
그 분이 바로 누구시냐먼은 임백호1)씨라는 그 때, 그 때는 어느 때냐먼 오월달찜 되는데 그 궁금허니 출출헐 판인디, 그 한곳 바로 산 밑이를 지나 가시니까 아 어디서 기가 막히게 좋은 소리가 들리는디, 바로 그 소리가 뭔 소리인고니는,
“[시조 읊듯이] 바람아 부지마라.”
아 이런 소리가 들린다 이런 얘기여.[청중:웃음]
'아, 이거 참 좋은 것이구나.
용케 똑 맥이 척 맞는다' 속으로 허시구설랑 어디서 근고 허고 가만히 둘러 보니까 바로 우게서 높은 산뽕대기서 아주 훌륭한 곳에서 소리가 나.
걍 거그를, 그게 바로 누구냐 허먼 불청객이여.
불청객.
아 거
그를 떡 올라가시는 거여.
거그르 떡 올라가니까, 아닌게 아니라 아까 그 시조를 부리면서 선비님이 한 칠팔 분들이 그 좋은 정각에서 그냥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권커니 자커니 술을 자심서 시조를 부르고 허드라 이런 얘기여.
하, 임백호씨가 그냥 요샛말로 쉰사큼 허고, 불청객이거든.
그대로 올라가셨어.
아, 올라가서 누가 올라오시라고 허까 말으까, 자칭 올라가셔서 술 한 잔을 걍 탁 주전자를 딸어서 '쿨쿨쿨쿨쿨' 딸어서 큰 잔으로 '마침 목마른 차지 이거 잘 앤겼다.' 허고는 걍 '벌떡벌떡' 한바탕 딱 마섰다 이런 얘기여.
아 가만히 보니까 첫 아는 손님이 남의 집이 오셔서 집보다는 이 정각에서, 그 선비님들 놀으시면서 하도 잡수는디, 아 혼자 남의 술을 딸아서 걍 '벌떡벌떡' 딱 마시드니 '아, 맛있다.' 수염을 딱 쓰다듬더니, 그 안주도 둘레둘레 보더니, 쓸만헌 소고기 갈비를 턱 추켜들고는 우드득 한 점을 떡 자셔서 '아, 맛있다.' 수염을 쓰다듬은다 이런 얘기여.
아, 거그 앉었던 손님들이 가만히 본게 괘씸혀.
에 그럴 수가 있어?
보아허니 인물도 잘 생겼고, 훌륭허게 생겼고만은 저렇게 무식헌 행동을 허까?
아 성질이 급헌 선비 한 분이,
“[큰 소리로] 여보쇼 선비! 그 사람이 그 무슨 짝이시오.
예?
그럴 수가 있소.”
허고설랑 점잖게 나무랬다 이거여.
아 허니까, 이 분이 뭐라고 허시는 고니는,
“[큰 소리로] 여보쇼 선비! 뭔 말씀을 그리 함부로 허시오.”되려.[일동:웃음]
“여러분들허고 나허고는 인사를 못 혀서 참 초면입니다만은, 이 술허고 나허고는 구면입니다.[일동:웃음]
아, 그 구면에 술 한 잔 먹은 것이 큰 실례란 말이오?
내가 바로 나주 임백호요.”
아, 했더니 그 선비님들이 임백호 선생님을 참 얼굴을 직접 못 보셨으먼 그 풍문으로라고 많이 들어보셨던 훌륭하신 선비님이시라 이런 얘기요.
“아, 그러십니까?”
그때사,
“아이고, 참 임선생님이십니까?
몰랐읍니다.
실례했읍니다.”
“아, 겸사의 말씀, 아 알고 모다 그런 것이여.”
허고서나 같이 동석을 혀서 그날 유쾌히 한 잔을 잡수고 놀으셨다는 그 짤막헌 그 옛날 얘기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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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林白湖; 조선조 14대 선조 때의 문신, 백호(白湖)는 林悌의 호.
제보자-태구|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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