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명당 써놓고 잠적한 가짜 지관

증보 태인지 2018. 3. 30. 10:59

명당 써놓고 잠적한 가짜 지관

 

 

[태인면 설화 16]

 

어느 부자집에서 남편을 잃고 , 남편 명당 하나 잡아 쓸라고 지관을 한 사오 년을 이끌고 있어 부자라 .

근디 , 동네 한 사람 어느 동네 한 사람이 나같이 참 , 비난 (가난 )허던가 .

먹고 살 것이 없은게로 참 , 남부1)에 나슨 것이여 .

무조건 나서서 어느 한 곳을 가닌게 정자나무가서 오뉴월 염체잔
치가 빡빡허니 사람들이 한 사오십 명이 있는디 , 전부 이놈의 명당얘기만 허는디 , 아 이 사람은 무엇을 알어야 뭣 답변을 허지 .

듣고 있다가 거그서 어영부영 해가 넘어간 번졌단 말여 .

해가 넘어가서는 인자 석양이 된 게로 아 , 그 사람들은 싹 다 들어 가버리고 자기는 갈 바가 있어야제 .

갈바가 읎어 우두머니 날은 자꾸 어두어지는디 있으니까 그저 어떤 쇳주머니가 하나 빠졌어 .

그놈 추켜들고 있는디 , 조그마한 꼬마둥이가 오더니 뭐라곤고니 ,

아 여보쇼 .

여그 뭐 주신 것 없소 .”

아 이것이 뭣인가 하나 주신 것 있다 .”

인내쇼 .”

아 근게 불량허게 그양 딱 뺏어갖고 가 번지네 .

들어가 번지네 .[조사자 하하 , !]

들어가 번진게 , 참 어설없이 .

근디 쪼께 있드니 ,

우리집 마나님이 오시라고 헙니다 .

가입시다 .”

, 날은 저물어지고 인자 갈 디 올 디는 없은게 우선 뱁이라도 얻어먹고 잠 잘란게 헐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말이여 .

그 집을 .

따라 들어가서 인자 있는디 , 그 지관들이 하여간 전부 앉어서 그양 땅바닥에 앉어서 명당 얘기만 허는디 , 이거 뭐 말 헐 수가 없지 .

어뜨게 명상2)을 금방 인자 명당이 굼실굼실 허그던 ?

근디 , 이 사람 뭣 알으야 뭔 말을 허지 .

한 쪽 구녁탱이가 콕 쳐박고 있는디 , 그 안집 생인3)되는 이가 가만히 문구녁을 뚫고 엿을 보닌게 , 다들 명당 얘기를 허는디 그 사람만 암말도 안허고 있으닌게 , '아 저 사람이 가만히 기양 이 사람들 전부 말헌 소리가 다 헛것이고 귀에 당치 않은게 , 대꾸를 안허고 있구나 .' [청중 웃음 ]

이케 짐잭이 갔단 말여 .

그래갖고서는 그 이틷날 아적으 조반 일치감치 히서 다 먹여갖고서는 열 냥 줄 사람 , 닷 냥 줄 사람 , 열 닷 냥 줄 사람 , 스무 냥 줄사람 싹 내보내야 .

한 사오십 명 되는 싹 나보내 놓고는 아 , 이 사람은 다
믄 닷 냥이라도 주먼 가겄는디 , 가라 오라 소리가 없고 그양 앉혀 놓고 있어 .

, 인자 육삼포4)로 참 기가 맥히게 음식 참 , 차감상5)같이 히온 음식으로 멫잔을 먹여 주켰드니 먹여 주켰어 기양 .

아이 , 집이를 갈 챔인디 가야겄는디 , 집으서는 굶어 죽었는가 살었는가 모르겄는디 , 아이 가라 소리도 안허고 .

, 여러 날을 얻어먹어 놨으니 무조건 나올 수도 읎고 , 참 입쟁이 곤란허거든 ? [기침 ]

그렇는디 하루 어느 날은 그 주인 아 , 아덜이 떡 들어오더니 ,

아이 , 봄사도 되고 날이 따닷했으니까 .”

근게 시한6)삼서 그 먹었던 모양이지 .

오뉴월에 인자 거그 들어갔이니까 .

산 구경이나 한번 가실까라오 ?”

앗따 , 그 소리 들은게 참 반갑단 말여 .

왜 반갑냐 ?

우선 도망헐 연구로 .

, 지녁살이 (징역살이 ) 만이로 꽉 굴박어 있다가 느닷없이 그케 여러 해를 여러 달을 얻어먹고 기양 간다 수는 읎고 , 실은 아무 것도 모린디 , 거 인자 참 아닌게 아니라 ,

아 그러믄 짚세기 그 좋은 놈 한 커리 사라 .”

근게 , 아 매뚜리7)그 육날 메뚜리 존 놈을 한 커리 사다 준게 , 이 중종을 벳겨질깸이 딱 동여매고는 , 하이간 삼십륙계 (三十六計 )를 작정이라 지금 .

막 기양 산이고 , 들이고 그양 막 미친 개 뛰어가드끼 막 도망을 허는디 , 생인은 '앗다 , 이 명당보고 저 쫓아가는 갑다 ', 뒤를 바짝 따랐단 말여 .

바짝 따라가는디 인자 산뽕대기 올라가서는 이케 내려가든게벼 .

내려가는디 , 아 그만 닭이똥을 밟은게 오직 잘 미끄러 , 앞으로 철프덕 엎으졌단 말여 .[일동 웃음 ]

아이 생인 녀석이 뒤 떨어진 줄 알았더니 뿔꺽 젙이 와서 인네킴서 ,

, 여가 깁니껴 ?”
하고 .

인네키거든 ?

가만 생각헌게 달아나도 못허고 , 근디 그 날 저녁에 얘기헌 소리 '장군축전형 (將軍出戰型 )'이다는 소린 들었어 .

오냐 .

여가 장군축전형이다 .”

그래 버렸어 그양 .

[웃으면서 ] 다른 헐 말은 없은게 .

그서 인자 ,

그러시냐고 , 가시자고 , 욕비싰 (보셨 )다고 , 다친디 없느냐고 .”

괜찮다 .”.

아 이거 도망허던 못허고 , 이거 또 붙들려 오니 큰 사건여 .

인자 이 영감 생각에 집이를 꼭 가야겄는디 , 집이가 갠숙 (식구 )이 굶어 죽었는지 산는지도 모르고 그려 .

인자 헐 수 없이 따라 들어왔어 .

따라 들어와서 인자 얼만큼 있으나 하이 , 구망해8) 이 사람은 .

집안 갠숙이 죽었는가 살었는가 모르닌게 , 그양 근심 걱정에 집이만 가고 싶으지 다른 뜻이 아무 것도 없단 말이여 .

그양 .

이런 찰라 하루는 생인 녀석이 참 필연 (筆硯 ) 먹을 갖고 와서는 ,

, 택일헙시다 .”허거든 ?

아 택일허자고 하니 뭣을 알어야 택일을 허지 .

큰 문제건지여 인자 ,

.

해야지 .”

히놓고는 뭐라고 헐 답변이 없어 .

얼마큼 있다가 , 인자 근게 지가 양 알어서 그 생인이 지관을 하도 여럿 젝겨싼게 척척 다써 , 등게짓을 쓰더니 ,

, 서나믄 날 허먼 어쩌기라오 ?”

꼼짝없이 생각허디끼 , 뭐 아는체끼 , 생각헌드끼 험서 ,

, 그 날 좋지 .”그랬단 말이여 .

딱 써 놓고는 ,

시는 어느 시를 잡으먼 쓰끄라오 ?”

이놈의 시도 또 잡을 줄 알어야지 .

이놈의 것을 .[청중 , 그렇지 ]


매끔 있다서는 그 상주가 지다리다 못헌게 ,

한 오시 쯤으로 하먼 어쩔꺼라오 ?”

근게 , 이 사람이 ,

, 오시고 뭣이고 하여간 방포소리 난 뒤에 허자 .”

그리야 .”.

그러면 이 지관은 어떻게 생각이 들어갔냐먼 , 동네가 푀수 있다 소리 들었어 .

폐백 천 냥을 준다고 헌게 푀수 백 냥 주기로 허고 , 총 한 방 쏘돌라고 헐라고 고렇게 연구를 헌 것이란 말여 .

그리서 참 아닌 것이 아니라 , 그 인자 푀수한테 가서 약정을 했어 .

내가 이 집의 뫼를 써 주먼 폐백 천 냥을 준다닌게 , 너 백 냥을 띠 줄팅게 말여 , 그 서나믄날 아무산 몇시경 와서 총만 한 방 놔다라 .

그러면 너 백 냥 주마 .”

, 푀수란 뇜이 가만 생각헌게 아이 , 큰 부자 되겄단 말여 .

당장의 그 돈 백 냥을 받으면은 .

, 그러고 말고야고 , 염려 마시라 .”.

.

이런 일 없었다고 이야그 없이 혀주라 .”

, 염려 마시라 .”.

거 인자 서로 갈렸어 .

약속 딱 해놓고는 [기침 ] 그 날 체적을 파 짊어지고 거기 가서 뫼를 쓰는디 , 뭣 지관은 손댈 것도 없고 생인 녀석이 딱 알어서 둥근당 [기침 ] 뫼를 인자 쓴단 말이여 .

쓰다가 청광일9)을 헌단 말여 .

해 놓고는 있는디 , 아이 시간이 오시가 자꾸 넘어가네 .

생인은 가만 생각헌게 그 시간에 꼭 하관을 히야겄는디 , 아 가만 있으라고 자꾸 중지허니 , 이 사람은 약속헌 일이 있으닌게 .

그 조께 있다 빵 소리가 나거든 .

근게 ,

하관 해라 .”

하관히서 뫼를 덩실 써 놨어 .

써 놨고는 써 주고는 , 폐백 천 냥을 준게
폐백 천 냥을 그 놈 백을 백 냥을 주고 가제 .

[말을 바꾸어서 ] 가야할 챔인디 백 냥 주도 않으고 옴팍 가지고 도망을 히번졌네 .

이놈이 .

아 푀수란 놈이 가만히 생각흔게 이 도둑놈한티 둘렸단 말여 .

근게 그 집에 가서 ,

, 마나님 마나님 !”

, 왜 그러냐 .”.

아 집이 그 지관어른 시방 계십니까 ?”

벌씨 갔다 .”.

.

그래요 .”

왜 그러냐 ?”.

그놈 거 도둑놈입니다 .

마나님 뫼 잘못 썼소 .”

왜 그려 ?”

, 나보고 총 한 방만 놔준다치먼 폐백 천 냥 받어서 백 냥 띠주고 간단 놈이 기양 갔으니 거 도독놈 아닌게라오 .

뫼 잘못 썼읍니다 .”

, 이놈의 소리를 들은게 마느래가 그양 가심이 덜컥흐다 그말이여 .

인자 그저는 .

근게 그 묘똥으 가서 날이 날마다 울어 .

운것이 세상 영감 뵉이 그케 없냐 말여 .

뫼똥을 헤먼서 울어쌓는디 , 하루 어느 날은 잉에 울음이 잦이먼은 잼이 오는 법이거던 .

근게 뫼똥을 허메고 인자 얼맨큼 울다 슬피 울다가서는 얼프시 잼이 들어서 인제 좀 거시갖고 참 잼이 깰라 말라 허는 순간이여 .

순간인디 , 어떤 꼬마둥이 , 근게 일어나든 안했지 .

복문 저 가서 인자 엎드러졌지 .

어떤 꼬마둥이란 놈이 지나감서 ,

아이 , 스님 스님 !”

왜 그려 .”

, 요새 명사가 있는게 비라오 ?”

왜 그려 ?”

, 여그보고 장 , '장군축전형 '이라고 안그랬는기라오 ?”

내 그랬지 .”

, 누가 용케 썼오 , 뫼를 .”


, 와서 본게 대처 써 놨네 .

좋은 자리 비렸다 .”이런단 말여 .

, 장군축전형이 제자리 잘 들어간 것 같은디 , 어째서 좋은 자리를 베렸다 헙니까 ?”그런게 ,

, 이놈아 ! 아무리 명사지만 장군축축전형 (장군출전형 , 將軍出戰型 )인게 장군이 싸우고 나가느닌게 방포가 있어얄 챔인디 .

방포 소리를 냈을것이냐 ?

아무리 명사라도 방포 소리는 못 냈을 것이다 .[조사자 하하하 , 뚫어지게 맞추네 .]

그러닌게 이것이 장군이 무용지재 (무용지지 , 無用之地 ).

재주가 없는 자리다 .

좋은 자리 비렸다 .”

그러고 지나가 버려 .

그 소리를 듣고 그냥 어떻게 기양 귀가 띄든지 뿔떡 인나서는 ,

대사 (大師 ) 대사 !”

허고 불른게 , 그 때도 대사가 하대를 받던 시생이던게벼 .

그만 우르르 쫒아와서 두 손 땅바닥에 딱 꿇어 엎뎌서는 ,

소인이 저 , 죽을 소리를 힜으니 살려주쇼 !”

라고 , 그양 복지10)양 게 , 애걸복걸허네 .

빌어싸 .

근게 ,

아니 , 그런게 아니라 .”

가서 일어내킴서 ,

내가 물어볼 말이 있으니 이 꼭 아는 대로 대답좀 해 달라고 .

일어나 시라고 말여 .”

근게 , 그저는 대사가 그냥 가슴이 두근두근허다 맴이 턱 놓은게 활발시럽게 말이 나오지 .

이게 어떤 자리냐 ?”하고 물으니까 ,


이게 장군축전형이 분명헙니다 .”

그먼 , 어째서 베렸다고 했는고 .”

이 장군이 싸우고 나가닌게 방포 소리를 나고 , 냄서 나가야 할 챔인디 , 그 하관시에 방포 소리를 누가 내고 이 뫼를 썼을 것이오 .

방포 소리만 났이면은 이게 제자리 이게 옳게 쓴 자리입니다 .”

, 그저는 그양 날러갈 것 같으단 말여 .

그 부인이 그 소리를 들은게 .[조사자 그러죠 .]

그에 집이를 와서는 푀수를 불렀어 .

포수 불러갖고 ,

그 양반이 얼매 주기로 했소 ?”

백 냥 준다고 했다고 .”

그리야고 .

내가 이백 냥을 줄텐게 그냥반 오고 욕도 허지 말고 , 어이서 만나먼 말여 해꼬자도 말고 , 꼭 난티 모셔 오라고 말여 .”

그에 이백 냥을 떡 줬단 말여 .

근디 이 지관은 그놈 천 냥 갖고 가서 인자 잘 지내는디 , 어서 그 동네 사람 하나나 보까 무서서 말여 여러 달 먹어놔서 인자 그 동네 사람들 거게 다 알거든 .

저 시장에 나가더라도 기양 어디 나오먼 피해 버리고 고개 들으먼 그양 한쪽으로 구석 잠지11)해 버리고 헌게 , 생전 만내기는 만날 수가 있어야제 .

그래서 명당을 하나 얻어 썼드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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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부여대 (男負女戴 )남자는 지고 여자는 이고 감 . 곧 가난한 사람이 떠돌아 다니면서 사는 삶을 이르는 말

2) (2)[각주]'명당'을 잘못 말한 것임 .

3) 3)[각주]'상인(喪人)'을 잘못 말한 것임 .

4) (4)[각주]'육산포림(肉山脯林)'의 뜻으로 한 말.

5) (5)[각주]차담상(茶啖床). 다담상.

6) 세한 (歲寒 ). 겨울.

7) 삼으로 삼은 신 . 날을 여섯 개로 함 .

8) 구만 (). 두렵고 답답해.

9) 천광 (穿壙 )시체를 묻기 위하여 구덩이를 파는 일.

10) 伏地 ; 땅 위에 엎드림 .

11) 잠종비적 (秘跡 ); 종적을 아주 감춤 .

 

 

제보자 -김경렬 채록지 -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 채록일 -1985-04-15 제작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 처 -한국구비문학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