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승의 인품에 감복한 버릇없는 양반
[태인면 설화 88]
옛날 옛날 아조 몇 백년 몇 천년인가는 모르겄어요 .
그 옛날 요새 우리 전라도에서 들리는 말로 의하면은 '충청도 사람들이 양반이다 ' 이런 전설도 있거든요 .
근게 충청도 어느 선비 한 분이 양반을 '내가 충청도서만 헐게 아니라 , 한양 올라가서 내가 양반을 한번 히 봐야겄다 '허고서 참 나섰다 이런 얘기요 .
그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이 차도 읎고 육로로 생전 걸어서 서울로 가는 판인디 , 아 질가다 보니깐 길이서 갖고 인제 길다란헌 널른 내를 건너가야요 .
그 양반이 그 버선 시발 벗고서 가기는 챙피허고 어가 누구 좀 싻군이라고 보까 , 월천허는 품싻군이 벌이허는 사람기다 좀 업고 좀 가봤으먼 헌 것이 자기 소원이자 .
저 건너편에서 흐연 영감님 한 분이 낚수질을 허고 있다 이런 얘기여 .
하 그 양반도 그런 양반이 있는가 몰라 .
아주 귀때기 새파런 초롭동이 젊은 양반이 흐연 할아부지 보고 ,
“여 오소 !”
근게 , 낚수질허다 어이서 들리는 소리가 '여오쇼 .'헌다 얘기요 .
획 돌아다 보니까 아주 젊은 초롭동이 한 놈이 ,
“여소 ! 누가 월천좀 허소 .”
아 , 이 거창한 얘기를 허니 [일동 :웃음 ] 하여든간 '저놈이 어트겠는가 몰르겄다 좀 가보자 .' 그리고 허리 구부정정허니 할아부지 한 분이 그냥 북북 겨서 오시다시피 걸어서 오신다 이런 얘기여 .
아 , 저 젊은 초롭동이여 .
“여어 , 월천좀 허소 .”
반말로 .[조사자 :아이고 참 .]
아 , 이거 대담혀도 분수가 있지 .
너무 거창헌 놈의 꼴을 다 봐 .
좌우간 '이놈의 자식이 어떤 놈의 자식이냐 .
내가 너를 알아 봐야겄다 ' 허고는 그 늙은 양반이 허리를 꾸부리고 허리를 딱 댄게 , 아 이놈이 업어 .
등에 딱 업혔다 이런 얘기요 .
내를 건너가 .
흐연 할아부지가 젊은 놈의 자식을 반말로 '여소 '소리 들어 가먼서 업고 가자니께 괘씸허다 이런 얘기여 .[조사자 :그러죠 .]
'요놈의 자식을 함부로 혀서는 안되고 , 내가 너를 내가 버르쟁이를 좀 고쳐줄 수 밲이 없다 .' [청중 :웃음 ]
허고서는 딱 업고서 가면서 인제 그 물을 건너 가면서 , 여 , 여강도 솔찬히 멀고 그냥 가기는 심심허고 허니까 ,
“내가 무식혀서 무식히서 그 글은 잘 짓던 못 허나마 요새는 한글이요 옛날말로 내가 언문 섞어서 글 한 귀 질랍니다 .”
“짓소 .”
아 끝끝내 반말헌다 이런 얘기여 .[조사자 :하이 , 참나 , 갈수락 태산이네 .]
그런게 이 할아부지가 글을 짓기 시작허는디 ,
“세상에 견씨옷허니 , 시옷 , 흥수흥망은 유미음이라 .
귀가허면 수리을허고 , 불연이먼 복니은이라 .”
이 글 네귀를 지어줬어 .
딱 듣고 ,
“예 , 수고허셨네 .”
영감님보고 끝끝내 양반이래서 어설픈 양반이지 근게 .
허고서 인제 어영간 참 몇 날 며칠을 걸어서 간 바 , 서울을 갔어 .
양반노릇 한번 히보겄
다고 서울가서 인제 모여관에 투숙을 허고 있는디 , 곰곰히 생각허니까 그 영감님이 자기를 내를 건네주서 즉 말허자먼 월천 .
하 , 곰곰히 그 글귀가 이상 이상혀 .
괴상혀 .
저녁에 인제 잠은 안오고 그 글귀를 풀이히 보니까 ,
“세상에 견씨시옷이 .”
시옷 그자가 사람 인자다 이런 얘기요 .
“세상에 사람을 보니 , 흥수흥망은 유미음이라 .”
그 미음자를 가만히 본게 입 구 (口 )자여 .
“흥허고 망하는 디는 입이 있도다 .”그 다음에 ,
“귀가하면 수리를 허고 .”
돌아갈 귓 (歸 )자를 붙여가지고 집 가 (家 )자 , 집으로 돌아가는디 수리을이라 .
수자가 무슨 수자먼 닦을 수 (修 )자여 .
리을자는 뭐냐먼 몸 기 (己 )자여 .
“귀가하면 몸을 닦아라 .”이런 얘기여 .
[조사자 :그참 명문이요 .] 근게 ,
“불연이먼 복니은이라 .”
그 뭐냐먼은 , 그렇지 않으면 , 이 망할 망 (亡 )자를 거꾸로 이렇게 이 써서 점을 주먼 복 (卜 )자가 되는 얘기여 .
밑에서 니은을 딱 그리노먼 망할 망자여 .
“그렇지 않으먼 너는 망한다 .”
이런 글귀라 이런 얘기여 .
그 때는 곰곰히 생각히본게 양반이고 지랄이고 걍 겁이나 인자는 .
그 할아부지한테 월천을 허고 그런 글을 받고 보닌게 겁이나 .
양반이고 지랄이고 좌우단간 내가 다시 한번 내려 가야겄다 .
도로 내리왔어 .
그 먼야 강가에서 낚수질허든 그 영감님의 내력을 한번 가서 가만히 살펴보니까 보통 할아부지가 아녀 .
바로 그 어른이 맹정승이여 .
정승 .
정싱 아 보통 사람 같으먼 좀 단순헌 마음으로 '에이 , 후래 아들놈 같으니 '허고 뺨이라도 때리고 당장 나무랄테지만 , 그 정승쯤 되는 그런 훌륭하신 어른들이라고 보먼은 그 널룹게 광범허게 참 사람을 대히
서 그 신사적으로 그 사람의 버르쟁이를 고치기 위해서 그런 글을 지셨어 .
인자는 양반이고 지랄이고 다 치 차사 버리고 맹정승댁을 찾아가는거여 .
[청중 :사죄헐라고 ?] 사죄헐라고 .
'내 죄 , 나의 죄를 사해 주십쇼 ' 헐라고 .
근게 맹정승 정승댁을 들어간게 저물었어 날이 .
그 대문밖에서 무릎을 딱 꿇어 엎어저 그냥 이르고 밖에서 그냥 기도허고 있어 .
이렇게 .
그냥 시간은 한도 끝도 없이 .
날이 부연히 새가지고 보니까 서리가 맞어서 틍틍해 .
서리가 흐거니 맞아가지고 꿇어 엎어졌어 .
그 하인이 문을 '절그덕 ' 대문을 열고 보니까 , 어떤 초롭동이 하나가 서리 맞은 채 그대로 이러고 있다 말이지 .
“누구냐 ?”고 히야 대답도 안혀 .
나뿍 죽은드끼 , 근게 인자 정승한티 가서 하인이 ,
“아 , 대감님 ! 대문 열러 갔더니 어떤 초롭동이 하나가 등에 서리가 뿌연허니 맞은 채 꿇어 엎어져 있읍니다 .”
“가 들오라고 히라 .”
“아 , 여 대감께서 들오시라고 헙니다 .”
그 때사 뿔떡 인나 .
인나더니 대감님 계시는 방문앞에 뜰방 밑이가서 무릎을 단정히 꿇고 ,
“나리 ! 죽여 주십사 .”
허고서 그 자리서 진실한 사죄를 히서 (했어 ).
“몸 닦었는가 ?”
“예이 , 죽여 주십사 .”
허서 그 맹정승께서 그 초롭동이 한 사람을 사람을 맨들었다는 옛날 옛날 그런 전설이 있대요 .
- 끝 -
제보자 -양태구 |채록지 -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 |채록일 -1985-04-18 |제작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 처 -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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