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 이야기
[태인면 설화 12]
저 경상도 상주 사는 사람이여.
가난해.
애들이 자녀간에 다섯이고 두 내오허고 일곱 식구야.
근디 품팔이 해먹고 살었어.
품팔어 먹고 사는 사람이, 일곱 달을 중병 앓었단 말이여.
근게 품팔어 먹는 사는 사람이, 일곱 달을 병을 앓았으니 뭐 있겄어.
다 팔아 먹었지 그냥.
아 그서는 인제 일곱 달 만에 인자 어티게 뭔 약을 먹었던가 몸이 좌우간 완쾌되서 인제 뭘 먹어야 살 것인디, 아 먹을 것이 있이야지.
그 아는 사람 집으 가서 뭐 쌀도 취해다 먹고 보리쌀도 취해다 먹고, 돈도 취해다 쓰고, 이게 뭐 빚이 사방 걸렸는디 먹고 살 길이 읎다.
“에라, 내가 이그 이 마당 됐으니 내가 별 수 있냐?
도독질이나 한번 허야겄다.”
왜정 시절이여.
저 시방은 건초(권총)지만 그때 육절포(권총)거든.
'육절포를 하나 맨들어갖고 도적질을 가야겄다.' 아이, 육절포를 맨들어갖고는 나무때기 깎아서 이케 맨드라갖고는 인자 솥 껌정 밑에서 껌정을 긁어갖고는 물을 쌔까만히 인제 딜있단 말여.
딜여갖고는 인제 품에다 품고 밤에 도적질을 가는디, 큰 동네를 찾어갔어.
찾어 간께 사방 모도 문아클 닫아 놨는디, 어여 들어갈 수도 없고, 도독질 헐래야 헐 길이 없어.
그서 저 만개1)를 본게 그 할녹판집2) 큰 집인디, 거글간께 대문을 환히 열어 놨거든.
“야, 이 집으 가서 좀 도독질을 좀 허겄다.”
거글 써억 들어간게 저 안방이 저만큼 있는디 불이 그때는 음, 촌가는
부잣집도 호롱불 썼어.
전기불이 읎이.
그서 불이 뻰헌데 가서 문을 이렇게 열고 썩 들여다 본게, 어떤 여자가 머리가 풀어져갖고는 산발히갖고는 아이고 옷고 험상하게 입고 이런 여자가 하나 앉었거든?
“나가 주인이냐?”
“오냐, 주인이다.”그러거든.
“그러면 너 주인인겉으면 너한테 헐 말 있다.”
권총을 쑥 뺐어.
“니가 목숨이 중허냐 돈이 중허냐?
금전이 중허냐 목숨이 중허냐?
둘중 하나 말해라.
목숨이 중허먼 돈을 내놔라.”
그러게 여자가 권총을 보고 벌벌 떨고 돈을 주먼, 갖고 와서 어린 것허고 끓여 먹고 살겄는디, 아 이걸 탁 보닌까.
“오냐 나 쏴라 나 쏴!
나 죽기가 소원이다.”
하이고, 그 딱사3)여.
앞 가심을 탁 풀어 헤침서 쏘라는 거여.
아, 그러니 총알이 나가야 쏘지.
근게 총을, 음, 총을 턱 땅으다 놓고는,
“여보시오, 당신이 도대체 사람이요, 짐승이요, 귀신이요.”
“왜 내가 짐싱이요, 귀신이요?
사람이지 사람이다, 왜!”
아, 이러고 발악을 허네.
아이거 걍 뒤가 물러갖고는,
“예, 이 방 있는 것 가져가쇼.”
인자 이렇게 허면은 걍 졸졸 줘도 가조 와서 인제 그놈 갖고 에린 것들하고 먹고 살라고 그럴턴디, 그냥 발악을 허고 그른게 큰일났지.
그려 물었어.
“여보시오.
당신은 말이야 이 가대,4) 이 좋은 가대 지니고 부자로 삼서 뭣 땜에 죽을라고 그러요?
나로서는 매품 잡상에 품팔어 먹고 살다
가 일곱 달을 내가 중병을 앓고 배가 고파서 말이야 먹을 질이 없어가지고 도둑질을 나왔소 말이야.
당신이 나 어처게 엉, 쌀 및 말 주고, 돈으나 조매 주면 그양 내가 그양 좋게 갈 챔인디 쥑여만 달라고 허니 이걸 어처고 허겄소.
뭔 일로 죽을라 허요 말이요.
존 가대 두고….”
“나는 죽을 일이 있어.
왜 죽을라고 허냐, 남편이 있는디, 남편이 말이여 여편네는 생각지 않허고서는 만날 외박 출입만 허고.
기상 집으가 기상 첩이나 허고 기상 집이가서 사니 내가 남편, 시집와서 남편 구경 못헌 사람이여.
남편 맛을 내가 못봤어.
그러고 어 이 살림살이라고 이러고 살고 앉었는디, 내가 밥맛이 있겠어?
옷맛이 있겠어?
뭔 맛이 있겠어?
서방맛을 봐야 지미, 재미가 있지.
뭔 발 뭔 재미로 내가 살겠냐 말이여.”
“그참, 그러겄다고.
그러면 당신이 당신 남편이 기상집에 갔다가 오먼은 막 바가지 긁지야?”
“아 바가지 긁는다 말이여.
아 그년 집으가 자지, 뭣으로 나한테 찾어 왔냐.
바가지 긁는다.”고.
“당신이 그런께 남자가 당신한티 붙들 안혀.
그러지 말고 좋게 될라면 내 말만 들으시오.
내 말만 들으면 당신이 좋게 될 것인게, 내 말 꼭 들을라오?”
“얘기 해 봅쇼.
듣게 생기먼 듣고, 안 듣게 생겼으먼 안 듣고, 나는 이판사판이요.”[일동:웃음]
“당신이 그렇게 남편이 오면, '그년한테 가서 자지 뭘라 내집에 오냐.' 그케 말고 오먼은 머리도 그케 헝크러 망가지 말고, 머리 곱게 빗고 읍성도 좋게 입고 분단장 곱게 하고 앉았다가 서방님이 오먼은 쫓아나가 손을 잡고,
'서방님 인제 들오쇼.
얼마나 거 오입에 지쳐서 수고가 많으시요.
그렇겠소.'
그러고 모시고 와서 물 떠다 발을 씻겨 주라 말이여.
발도 씻궈 주고, 그제 요요 이부자리 깔어서 푹 밀어노먼 드러 눕는다.
그저는 박작 긁다가 박작 안 긁고, 건 손목잡고 이케 모여 딜이먼 암마
도 안흐고선 누우르먼 눕고 앉아시라먼 앉았는다.
…앉는다.
그러닌게 누웠을 적으 다리도 조물조물 조물조물 조물조물 해주고, 그러먼 자연적 그 남자가 잼이 든다.
잼이 들어서 인자 그 푹 한숨 잘 그 순간에 요리를 장만해라.
닭을 잡든지 쇠괴기를 사오든지 뭣하던지 히갖고, 요리를 잘 장만허고 술도 존놈으로 해갖고, 자고난다 치먼은 그걸 멕여라.
공손히 물팍 꿇고 앉어서 술을 딸어서 대접혀 드리고 잡수라고 허고, 글먼은(그러면은) '그, 오입에 지쳐갖고는 욕을 보시오.
에, 나랑 삽시다.
그지 말고 삽시다!' 그런 및 마디허고 아양을 부리고 술잔을 권하라 그말여.
그러먼 허는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먼은 그걸 먹고 '이게 전부 얼매 값이나 되냐?' 물을 것이다.
그 먹고 나서 참 대커나 얼매 값이냐고 물은께, 아 요리점에 먹는 것보다 십분의 일도 안되야.
그리 잘먹어도.
값이 요리점이는, '하, 내가 헛시상 살았구나. 이젠 내가 나가지 말고 우리 마느래하고 살아야겄다' 이 생각이 들어간다.
들어간게 내 말대로 그렇기만 허라.”고.
이 여자가 가만 생각헌게, 그 그 말이 논리한 말이거든.
대커나 지가 아이, [말을 바꾸어서] 남편이 들온다치먼 막 그년한테 가서 자빠져 자든지 말든지 허지 뭘라고 나한테 오냐고 막 그냥 박작을 긁었거든.
여자란건 남자가 좀 거시기 해도 그양 살살 긁고 그양 참 아양구양하고 그냥 그러고 있이먼 남자는 볼스러서 빠지는 거여 여자한티.
여자한테 여자 꼬임에 안 빠진 남자가 없는거여.
아, 거 대커 인자 온 놈을 참 그렇게 인자 영접을 해서 모셔들이 갖고는 아, 발을 씻겨 준다, 세수를 씻겨 준다, 그 누여, 누겨 놓고는 다릴 주물러 준게 [손뼉을 치며] 대체 인자 자거든?
쌕쌕 잔단 말이여.
그 자는 순간에 인자 요리를 잘 장만 힜다가, 잠깬 뒤에 인제 디리 대령을 했어.
인 잘 먹었지.
“그게 얼매나 되냐고, 얼매 값이나 되냐?”고.
얘기를 헌게 참 거기보단 십분의 일 값도 안되는디, 그렇게 맛있게 했단 말이여.
“아, 내가 사실 헛시상 살었구나!”
그래서 이제서는 맘이 인자 회가 자책을 해갖고 그 마느래가 인자 술 딸아 주는디 본게, 아이 기상년은 젠장 저 만큼 나 앉으라고 혀.
머리 엉덩거리 풀어 해가지고 걍 그랫다가서는 옷도 험상이 입다가, 옷도 인제 농질이 깨깟은 놈 골라 입고, 분도 바리고 향내가 몰씬 몰씬 나거든? [일동:웃음]
[웃으면서] 그러닌게 참 재미가 있다 그말여.
그러게 다 먹고나서는,
“이거 누가 시기서 했냐, 니 맘적으로 우러나서 힜냐?”
그제사 인자 여자도 인자 본 사정 얘기를 허그든.
“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신은 들어오지 않고 내가 한자 방구석으가서 들어 앉았는디, 아 도적놈이 와가지고 이만저만 헙디다.
그래서 쥑여 달라고 헌게 죽이진 않고, 왜 죽을라고 허냐 그래 물어가지고서 내가 엉, 좀 발악을 헌께 그리지 말고 내말 들으라고 해서 그 사람한티 도둑놈한테 배웠소.”
“하, 그러면 그 주소를 알았으면 그 사람 찾었으면 씨겠다.”고.
주소를 써놨어.
그때 저 그러고 그 배오고는 쌀 한 가미 지고 가란게, 못지고 가.
기운이 읎어.
아프고 난 뇜이 뒤집고 갈 것인가?
그러저 쌀 한 서너말 짊어지고 돈 삼원을 주었어.
그러면 가서 인제 그놈 먹고 인제 사는디, 며칠 전에 인자 딱 떨어졌지 인자.
그래서 이 남자가 그 소릴 듣고는 참 고마와서 치사를 헐라고 그 주소를 가지고선 그 동네를 찾어갔어.
찾아가서는 인제,
“여가 아무개 집이냐?”
고 흔게, 아 거그 집 있다가,
“예, 나가 기요.”
그 내가 기다 히 놓고는 쳐다본게 신사 양복쟁인디 '저것이 형사 형사다 말이여.
오메 나는 죽었다 인자. [일동:웃음]
도둑질 헌 총가지고 도둑질허러 간 놈을 잡으러 왔는갑다,'고,
“내가 기다.”
고 근게,
“나 따러 가자.”고.
인자 헐 수 없이 죄를 진게 따라가, 따라 가는디 가다 본게 밤에 가.
도둑질한 그 집으로 들어가거든?
'어메 나는 인제 훼아지고 불릉5)지고 인제 소란 놈이 푸주간에 들어왔는 갑다.' 게 들어간게 인자 안방으서 문을 열고 나옴서, 그때의 그 '영덕'이란 여자가 곱게 뀌며갖고,
“하이고, 아자씨 오셨냐.”고 인자 아주 영접을 하고,
“어서 들어 오시라고.”
들어간게 좋은 교자상으다가서는 음식을 채려서 잘 먹고, 욘스레 대접을 허그던?
'어히 인자는 내가 이렇게 대접허는 것이 옛날 얘기 들어보면 죽일 뇜은 멕여서 죽인다고 허더라.' 속으로 금선 '인자 하여간 죽을 것인게, 이놈의 시장허고 배고픈 짐에 좀 먹기나 허자.' 양심 먹었어.
술도 먹고 그양 있는대로 막 먹었어.
괴기도 먹고 양 먹었다.
먹고 난게 저둘다 걸취6)했지.
그때에,
“저 우리집에 와서 우리 마느래한테 헌 행동을 한번 해봐라.”그런게,
“좋다 말이여.”
그 권총을 줏어 놨어.
이 여자가 그놈을 내, 턱 들고 여자기다 대고,
“[협박하듯이] 네가 금돈이 중하냐 뫽심이 중하냐, 목숨이 중하면 돈을 내 봐라.”
“아이구.
예 내 놓지요.
천 냉이라도 내 놓고, 만 냥이라도 내 놓겄읍니다.
그저 내는대로.”
안 죽을라고, 근저 서방님 오찌니 그거 재미있게 산데 죽을 맘이 있을
것이여?
모냐는 서방님한테 빤들빤들허고 죽을라고.
아, 저 사내놈한티다,
“[협박하듯이] 너는 어찌냐?”
“예예, 살려주쇼.”
잇 장난을 힜어.
허고 나서 그 이 주인네가 물었어.
주인네가 큰 부자여.
“당신 및 살이요?”
거다 서났어.
저 저한테 대면 형뻘이 된단 말이여.
한 두서너 살 더 먹었어.
이 도독질허로 간 사람이 더 먹었어.
“내가 형이라고 허고 당신 날보고 아오라고 허쇼.
그나 소원이 무엇이요?”
“아, 이 사람아 소원이 무엇인가.
아, 내가 배고픈 사람이 가난헌게 배고픈 사람이 여, 뱁이나 보고 먹은 거이 잘 묵고 사는 것이 소원이다.
우선은….”
“하, 그럼 됐소.
이 앞에 논 열 닷 마지기가 그 내 논이요.
열 닷 마지기 그것을 줄 것이니 그 지 묵고, 그 뒤에 밭이 또 닷 마지가 있어.
그놈 그양 지어 먹으쇼.
그에 모두….”
그에 모두 저 그놈의 열닷 마지기 가지고 읎는 사람이 그양 한 섬지기가 생긴게 배부리케 지어먹제.
먹겠지.
“아녀 나 못해, 내가 뭐 소가 있어, 거름이 있어, 뭐 영얭7)이 있어.
뭐 갖고 지어 먹겄냐?”
“영양 내가 다 대줄텐게 지어 먹으라고.”
뭐 쌀을 그양 몇 섬 그양 주고, 그양 비료를 그양 막 주고, 소도 한 마리 사다 주고, 논 갈으라고.
아 그리갖고 저 한 살림을 탔지.
그리갖고는 서로 형이야 동생이야고 잘 살드래야.
도독질 해도 그런 사람은 괜찮게 했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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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망(望); 멀리 바라보아 남의 동정을 살핌.
2) 크고 호화로운 집이라는 뜻으로 쓴 말.
3) '딱장대(성질이 사납고 굳센 사람)'란 뜻으로 한 말인듯 함.
4) 家垈; 집의 터전과 그에 딸린 원림(園林) 및 전토(田土)의 총칭.
5) 불림; 쇠를 불속에 넣어 불리는 일처럼 그 집에서 자신의 죄를 자백(自白)하도록 강요 당할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말. 혹은 '부라지고'의 의미로도 통할 수 있음.
6) '대취(大醉)'란 뜻으로 한 말인 듯 함.
7) '연장'이란 뜻으로 한 말인 듯함.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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