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퇴임 정승과 꼬마 친구

증보 태인지 2018. 3. 29. 10:03

퇴임 정승과 꼬마 친구

 

 

[태인면 설화 56]

옛날에 정승을 살다 퇴자상으로 자그 집이를 나왔어.

나와서, 방으 가있으니 혼자 고독헌게 뭐 친구가 와, 누가 와.

혼자 밤나 이리 쳐다보고 앉었이니 말벗이 있이야지.

이 하루는 어떤 애가 뭐 박적으다 뭣 들고 달랑달랑 집으로 오거든.

그서 왔다 뭣을 헌고는 가만히 뭐 얘기 없고 사람 벗 없은게 누구나 온가 요것만 굽어다 보고 있는디 거 애가 물팎짝 놓고가.

자그 집이를 지그 집이를.

야야, 이리 오니라.

이리 오니라.”, 온단 말여.

여남 살이나 먹었어.

너 노느니 나한테 와 저, 놀먼 어쩌냐?”

, 이런 댁을 지가 어떻게 와요?”

아 그러지 말고 나한테 놀자.

함끄(함께) 놀자.”

기 함끄 오라군게 왔어.

도랑도랑 노는디, 여남 살 먹었은게 손지도 같으고 끝손이나 같으지.

아 그도 하도 말벗이 없은게 그것이라도 노는디, 아 둘이 앉었은게 말을 별시럽게 헐 얘기가 있는가?

, 니가 노느니 장기나 배라.”

이에 장기판을 놓고 그 놈을 갈쳐주고 연이 날마다 여기 중얼거리다가 아, 둘이 인자 장기를 둔단 말여.

그 정승 아들은 경상 감사를 나가서 있다가 마침 집이를 와서 있는 차에, 아 그 쬐깐헌 것허고 놀거든.

'아 저렇게 될까?'허고 쳐다보는디, 아 하루는 장기를 두다가 뭣이라고 험서 그 영감 손을 꽉 잡음서,

, 한판은 물려 주쇼.”

이러거든.

아 근게 손을 잡고 근게 그 아들이 본게 괘씸혀.

'저놈 혼을 좀 내야겠다'허고는 돌아서서 있다가, 식전된게 지그 집이를 간게,

이리 오니라!”

혀갖고 모퉁이 들어가서 볼기를 딱 쪼개 뚜들겨서 보냈단 말여.

볼기맞고 올 것이여.

암만(아무리) 지달라도 안 와.

아 그 나중에 알아본게, 아 그렇게 호통받고 갔단다 이 소문이 딛기거든.

근게 자기 아들보고,


가 빌어라.

빌고 보내라.”이렸거든.

근게 자기 아부지가 그른게 안 갈 것이여.

비록 상놈한테 와서 잘못혔다고 소리 허기가 참 거북허지만 어쩌.

자기 명령을 가 가서 이런 얘기허고 보내 도라고 헌게 참 도로 와서 노는디, 몣 해간을 데리고 논게 한 열 서너살 먹었든게벼.

열 세살 먹고, 인제 이이는 늙고 이러닌게 암만 암만 암만 젊고 그러지만 아, 기 친구 아니여?

쪼만여도.

'내 생전에 저것이나 씨주고 내가 죽어야겄다.' 거 열 세살 먹어서 열 다섯살로 입대해 가지고 밀양 원님으로 내 보냈어.

거 정승이 들여서.

거 소금장사 아들인게 참, 튀였지.[조사자, 그렇고 말고요.]

밀양 원님으로 나가서 존디, 그것을 보내 놓고는 이것을 잘 허는가, 못 허는가 알던 모르고, 그 밀양가서 그 박가들이 많이 사는디 그 사람들한테 쬐껴날성 싶으그든.

근게.

다 육방관속1)을 다 정허고, 동지는 내가 봐주마.

이러고 이러고 가 그러라.

동지는 다 한꺼번이 놓았다가 내가 정혀 줄텐게 내 날보고 오라고 혀라.”이러거든.

, 근게 참 원님으로 도임혀 가지고 쬐만허지만 원님인게, 육방관속을 다 다 정혀놓고,

동지를 누굴 정허거라우?”

이러 이러헌게 아 이뱅이.

그렇게 헌게,

가만 있어라고.

서울 뭔 정승으로 정헐란다.”고 이러거든.

지미 아전놈이 정승을 데려올 수도 없고 말도 못허고 참 언감생심이지.

아 이러고 있는디, 걱정을 땅이 꺼지게 혔단 말여.

근게 원님이 있다,

가서 뭔 곧목 뭣 헌디가 가 찾으면 나올 것이라고.”

, 근게 '보아주마'혔은게 거쪽은 사람 외기만 지달르고 있단 말여.

와서 인제 둘레둘레 헌게, 아 밀양서 왔다 그러거든.

땅금 인나서 가.

이 동지 일 자기가 맡어 가지고 그 문서를 죄다혀서 삼년인가를 거그서 히줬
디야.

그서 그 원님이 거 짹소리 없이 삼년을 살드락 뭐 찍소리 없이 살고, 그만 저 맽길만 헌게 나와 분졌어.

그 그렇게 히서 살았드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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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六房官屬; 지방 관청의 육방에 딸린 이속(吏屬)

 

 

제보자-양판동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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