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와 두꺼비
[태인면 설화 14]
옛날에 어느 촌가에 한 백여 세대쯤 되는 촌간디, 크흠, 그 당집1)이 있어.
거 자네들 안가 몰러도 동네서 모아갖고 비는 그 당집이 있단 말이여.
당.
그때 거그는 일년에 한 번씩 큰애기 하나씩 거그다 넣고 빌어.
그냥 넣고 인자 빌고, 거서 굿을 치고 인제 그러고서 인제 술 먹고 그러고 온다치먼은 큰애기가 껍닥밲이 안 남어.
죽으 죽어갖고, 껍닥밲이 안 남어갖고 있어.
근게 그케 안헌다치먼 동네가 그냥 질병이 생겨가지고, 어무신 병이 퍼져서 그런단 말이여.
근게 해마다 그렇게 허는디, 집집이 돌려.
어, 저 아래서부텀 저 올해는 아무개 딸 늫구, 내년에는 아무개 딸을 늫고, 딱 돌아감서 정망2)을 해놨어.
근디 정망 히논 딸이 인제 그 해 갈판인디, 아 그 이듬해 갈 판인데, 잇해 안에 두끼비가 두끼비 하나가 나타났어.
에 근게 두깨비하고 싸운단게 그게.
[그제야 이야기 줄거리가 또렷이 생각난듯] 생각이 나느만.
두깨비 하나가 정지에 밥을 하는데, 두깨비 하나가 나타났단 말이지.
밥을 픈디 두깨비가 요만한 뇜이 펄짝펄짝 뛰서요, 두깨비 보머는 가슴이 팔락팔락팔락 그러거든.
글않으요?
근게,
“어, 너 밥좀 얻어 먹을라고 왔냐?”
근게, 까닥까닥 흔게, 밥을 이케 줌서 날람 먹고 인제 들어가고, 끄니 때마다 이 밥을 줘.
아, 그― 차차 지낸개 한 잇해나 이놈을 밥을 줘논게, 하 그양 굥장히 크단 말이여.
그래 어느날 어 그 큰애기가 당으로 인제 죽으로 간 날이여.
근게 당으로 갈 적에는 새론 큰 옷을 해서 입히고 노구3)를 폭씌고, 그래갖고는 그 당 집밖, 이 대청 말이자면, 이런 복판으다가선 딱흐니 놔두고 문을 딱 잠켜버려.
그럼 혼자 거그 앉어서 여기 앉어서 그냥 글로 죽는거여.
그런 법이 있는디, 근디 그 처녀가 두깨비 치운 처녀가 갈 때가 됐어.
인자 오늘 인자 가 가지고 인자 아침에 밥을 먹고,
“야아, 두껍아 두껍아!
너는 인자….
나는 인자 오늘 죽으러 간다.
근게 너는 누가 밥을 줘서 먹고 살겄냐?
시상으 너하고 나하고 정이 들었는데 어찌끄나.”
근게, 두깨비란 놈도 입이 볼솜볼솜하고 걍 설운 거시기로 어 헌단 말이여.
근게 이 두깨비가.
그 인자 시집간 것 맹이로 가매를 대고 가매에 인제 들어가서 인제 가매 타고선 인제 음, 가는거여.
근게 동네사람이 에, 가매를 갖고와서 인제 옷을 입히서 타라고 흔디, 두깨비란 놈이 어띠게 홀짝 뛰서는 치마에 치마폭으가서 딱 쌔인단 말이여.
근게 보돔아 갖고 인자 타고 갔어.
근게 치매다 싸갖고는 그 당속으로 들어갔어.
당속으로 들어가서 인제 이렇게 앉았은게 천자방으서 짐이 니리와.
이렇게 홍두깨 쌂으디끼 내려와.
근디 두깨비가 쑥 치매 밖으로 튀여 나오더니마는 짐을 쏘는디, 그놈보다 배 이상 쏴버려.
막 구름을 막 토혀… 이 두깨비가.
건뭔 수가 있냐머는 거가 지네가 있어.
지네란 놈이 처녀를 갖다느면 쪽 빨아 먹어 버려.
그런디 이 두꺼비하고 인자 같이 만나 가갖고는 이놈이 팍 짐을 디리 쏜게, 이놈이 이냥 두깨비한테 져 갖고는 철퍼퍽 떨어져 버렸어.
굉장히 큰 놈이 그냥.
여 큰애기 이냥 놀래 버렸지.
노구를 써서
인제 모르긴 모르는디 뭣인지 모르는디.
노구를 써서 그런 중만 알고 그르 놀래기만 하고 있단 말이여.
그저 그저 두꺼비도 죽고, 지네도 죽었어.
두깨비란 놈이 어처게 되게 독을 쐈든지 그양 기가 기가 넘어갖고 걍 죽어 버리고 지네는 두깨비 짐에 서려서 그양 죽어 버렸단 말여.
거 큰애기는 인자 어치게 된 영문인지 모리고는 앉었는디.
그 죽은 뼉다구하고 가지고 갖고 나온 걸… 피는 쪽 빨아 먹고 먹거든 언제든지?
그러면 어 인저 그 신체만 갖다 묻어 버리고 인자 그랬는디, 아 그날은 유독이 그 동네 머심사는 사람보고,
“니가 가서 신체를 보딤고 나오니라.”
근게 객지 와서 머슴 살고 그런게 맛맛흔 놈이 거가서 들어가서 인자 그 신체를 치게 마련이여.
인제 치러 들어 들어간게, 아이 노구를 이케 벳껴본게 아 처녀가 그대로 앉았거든?
근게 보둠고 나왔어.
보둠고 나와서 살았어.
그런게 이놈이 장개도 안간 놈이고 그런께 동네에서 공론이,
“자하고 저 처녀하곤 연분이다.
응, 그런께 우리 동네에서 전부 저 사람한테다가서 집중해서 어 예맞이를 시기주고 내외간은 집이라도 한 칸 맨들어서 살게 해 주자.”
그케 하곤 그 두깨비는 갖다가 좋은 따순 데다가선 인제 묘를 써 주고, 응 지네는 거그다 놔두고 그 당을 그냥 불을 질러 버맀어.
그리고 그 뒤는 동네 아무 기탄이 읎어.
- 끝 -
------------------------------------------
1) 신을 모셔 놓고 위하는 집.
2) 定望;마음 속으로 지정(指定)하여 천망(薦望)하여 둠.
3) 이야기의 내용으로 보아 녹의홍상(綠衣紅裳)을 입고 그 위에 장옷을 쓴 것을 말하는 듯함.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 > 설화(說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카의 역적 모의를 방지한 토정 (0) | 2018.03.29 |
---|---|
죽어 구렁이가 된 여인의 한 (0) | 2018.03.29 |
지혜로 살림을 일으킨 며느리 (0) | 2018.03.29 |
진시황과 불로초 (0) | 2018.03.29 |
참다운 친구 (0) | 2018.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