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역적 모의를 방지한 토정
[태인면 설화 89]
그 옛날 중국 사기 역산데, 그 저 토정비결이라고 있잖요.
토정비결? [조사자:예, 토정비결 본다고 정초에….]
그 토정비결 책, 나도 그것이 궁금혀서 어트게 된 책인가 아 알아봤더니, 옛날에 중국 토정선생님이 아주 영웅이셨던가 봐요.
해서 그 어른이 그전 책을 맨들어 논 것이 즉 요새 요새 우리 한국에 시방 떠들고 댕이는 토정비결 책이라는 얘깁니다.
그 토정선생님이 하루는 가만히 천기를 보니까 자기의 장질이 즉 조카란 말이요.
이 분이 고관대직 영의정을 하나 살고 계시는디, 이 천기를 가만히 보니까, 그 토정선생님은 타신통도 해요.
영웅이라, 그서 타신통도허는지라.
당신이 조카의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까 역적을 도모히요.
속세로.
그러면은 역적을 도모헌다고 보면은 이것이 도저히 있을 수가 없잖어.[청중:삼족을 멸혀.]
삼족을 멸허거든요.
옛날 형편을 봐서 그냥 아 이거 큰일났구나.
역적은 장질이 도모헐지언정 나까장 그냥 헐 것 없이 사돈네 팔촌까지 다 그냥 멸종을 당헐 일 생각헌게 기가 맥혀.
이것을 제지를 시켜야겄는디, 하찮은 사람도 아니고 영의정을 지낸 위대헌 관직을 가진 장질인디, 말로 히서 듣느냐 안듣냐가 문제라 이런 얘기여.
다행히 들으먼 좋으려니와 그 말씀을 히서 듣지 않는다고 보먼은 큰일나부러.
그러니 어트게 히야 이 역적을 도모허는 법을 내가 좀 제지를 시켜볼꼬 허고 곰곰히 생각을 히본 나머지 하루는 자기 장질 영의정보고,
“어이 조카.
오늘은 날도 화창허고 봄날씨 오직 좋은가?
나허고 조카허고 둘이 저그 섬 존디가 있지.”
그 섬 잊어부렀네요.
하도 오래된 얘기라.
섬 섬, 섬이름을 알았는데 잊어부렀어요.
“거그를 가서 우리 소풍이나 하먼서 놀다 오세.”
그 우애허는 집안이라.
“그러먼 작은 아부지 가시지요.”
그러고서나 두 분이 배를 타고 얼마큼 그 중국 그 아까 말씀드린대로 잊어버린 섬 거그를 당도힜다 이런 얘기여.
거그 가서 두 분이 딱 앉아서 보니까, 참 아닌게 아니라 경치가 기가 맥히게 좋은 섬이여.
섬인데, 에그 섬 우에가서 앉어서 보니까 바로 그 섬이 저그 저 부여 낙화암처럼 착 갈라져갖고 낭떨어지 그 바다 우게 있는 섬이라 이런 얘기여.
딱 쳐다보니까, 그 파도치는 것이라든가 얼마나 좋아요.
거그 가서 인제 담배 피면서 둘이 이야기하면서 굿을 그 경치를 구경허고 앉어계시다가 아 느닷없이 토정선생님께서 안괘 호주머니 호주머니서 뭣을 하나 꺼내요.
그 인제 당신님 장질 영의정 조카가 인제 보니까 뭔 괘에서 질 길드란헌 줄을 이케 쭉 피서 낚수처럼 바다에서 훌쩍 집어 던진단 말여.
근게 장질 그 영의정은 보지.
작은아부지가 떤진 것을 보니까 축 떤져서 얼마 가라앉은 뒤에 가망가망 두 손으로 이케 끌어 잡으댐겨서 보니까 요새말로 말허자먼 그 망원경같은 시커먼 것을 턱 끌어서 끌어낸다 이런 얘기요.
아 괴상허고 이상시러.
그러더니 그놈을 싹 딲어가지고설랑 이 안, 망원경 보드끼 딱 둘래둘래 사방가테를 쳐다보는 거여.
'아, 이상허다.
나도 한번 봤으먼.' 장질 영의정께서 허는 차제,
“조카 좀 한번 보소.”
글안으도 보고 싶은 차지 조카 사우 한번 보소 근게, 그 망원경같은 것을 떡허니 쓰고서 이 세상 천지를 다 보니까, 저 남양군도 헐 것 없이 호주 헐 것 없이 그냥 가찹게 근게 망원경이던 게비여.
알고 본게, 아 그냥 빠나나무 잎새귀 그냥 큰 치같이 대망헌 놈이 보이고 아주 그냥 앉아서 보인다 이런 얘기여.
'아, 과연 좋구나.'
“어쩐가, 본게.”
“참 좋네요.”
“그러먼 다 봤으먼 자네 가슴 한번 보소.”
그 망완경 인제 그놈을 보고서 자기 가슴을 떡 보닌게 그냥 시커먼 피가 걍 막 돌아.
가슴에서 걍 검은 피가 돈다 이런 얘기여.
“어쩐가?”
“글쎄요.
제 가슴을 보니까 걍 시커먼 놈의 검은 피가 막 도네요.”
“조카 큰 병들었네.
큰 병들었네.
이 사람아 피란 것이 맑은 것이지 어디가 검단가?
이 사람아 자네 검은 맘 먹었는가? [조사자:아이고, 참.]
내가 볼 때 검은 맘 안 먹을 것 같은디 검은 맘을 먹어.
이 사람아! 그러먼 내 가슴 한번 보소.”
허니까 당신 장질 영의정이 자기 작은 아부지 숙부님 가슴을 보니까 피가 펄펄 돌아.
근게 자기야 보다 자기 작은 아부지 피를 보머는 틀려.
자기 작은 아부지 피는 시커멓게 검고, 자기 아니 자기 피는 검고, 자기 작은 아부지 피는 붉다 이런 얘기여.
거그서 양심이 가책이 되는 거야.
'아하, 어느 사이에 우리 작은 아부지 토정선생님께서 내가 그 못된 맘을 먹었든 것이, 즉 말허자먼 영의정을 지냈지.
그냥 저 임금님을 처 불고 자기가 앉을라고 힜든 그런 검은 맘을 먹었다는 것을, 저 어른이 어느새 알고서 나의 병을 나서 줄라고 여그까지 데리고 놀러 가지고 힜구나.' [조사자:훌륭헌 분이여.] 그 때사 깼어.
깨가지고 맘을 돌렸다 이런 얘기여.
“조카 야 다시 한번 쳐다 보소.”
자기 피 조카 자기 피를 인제 구다본게 그 때는 검은 피는 아녀.[일동:웃음]
인제 피가 경장히(굉장히) 붉어졌어.[청중:조금 붉어졌고만….]
맘을 고차서.
그 때사.
근디 자기 작은 아부지 가슴을 보니까 피가 여전히 붉은 디 자기 야는 자기 작은 아부지같이 아주 붉던 못혀.
그 상처가 남어 가지고 있어.
한번 검은 맘을 먹어놔서.
근게 그 때사 자기 작은 아부지가 얼픗 얘기허시는 말씀이,
“조카는 큰 병들었다가 제 혼자 고차지는 게비.[일동:웃음]
맘을 고치소.
고차.
내 말이 옳으지?”
으, 인자 거그서 어느 정, 자기 조카 영의정이 맘을 고찼어요.
조금 어느 정도.
'인자 역적을 도모 안 히야겄다.
내가 임금님을 처 불고 앉을라는 그런 맘은 먹지 말아야겄다.' 이 말이여.
맘을 돌렸어.
돌리고는,
“이리 주소.”
그 물체를 바다에다 훌쩍 떤질라고 허니까, 아 손을 딱 잡네.
“아, 그 존 보물을 내뻐리시요?”
“아 이 사람아 내동 맘을 고치라고 허니까 또 검은 맘을 또 먹네.[일동:웃음]
아, 우리가 용궁에서 빌려다 봤으면 당연히 보내 드리야지 용왕님에게다 도로 가져가, 그런 맘 먹으면 안.
근게 항상 결백허고 청심헌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려서는 안되네 이 사람아.”
훌쩍 도로 너 줬다는 이런 짤막헌 그 옛날 중국역사 중국역사가 있지요.
- 끝 -
제보자-양태구|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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