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옹기장수의 송사(訟事)

증보 태인지 2018. 3. 29. 14:05

옹기장수의 송사(訟事)

 

[태인면 설화 1]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말이여, 여 지금 박어저?

어떤 사램이 가난허게 살아.

그런데 아들이 셋이고 딸이 둘이여.

근게 영감 마누래꺼정 뭐냐먼 다섯 식구거든.

그런디 그 집이 어디 사느냐 허먼은 농사도 못 짓고, 장사도 못 하고 넘의 얼 혀주고 벌어먹고 살어.

그런게 벌어먹고 사는데 고얀허단 말여.

근디 그 집은 산간집인데 마당이 좀 널뤄.

그 옹기 장사가 와 갖고 말여, 해마다 거그 와서 옹기 짐을 풀어 놓고 동니 사람한테 팔그든?

근게 여러 해를 여그서 옹기를 팔아 갔다 말이지.

근디 그 사람이 하루는 인제 그전에 안 물었는디 물어봤다 말여.

여보, 그 옹기를 한 짐 갖다 팔먼 얼매나 남소?”

아이 여보쇼.

얼매나 남다니?

옹기 장사는 오급()이 남고, 사기 장사는 사급이 남고, 칠기 장사는 칠급이 남는다우.”

, 그러먼 옹기 장사가 오급 남겠소.

그려?”

, 그렇지라우.”

그렇게 얘기 대답을 했어.

그러냐?”.

그러고 그 사램 인자 옹기를 팔아가지고, 지 집이 가 버렸다 이거여.

근디 그 사램이 인자 그 얘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허보니까 돈이 읎어.

그서 인제 일을 작신허게 해지는(해주는) 그 동네 부잣잡이를 가 가지고,

영감님, 내가 이러 이러하고 이거 가난한디, 옹기 장사한테 들어보니깐 어, 옹기를 사다 팔먼 오급이 남는 답디다.

그러니 나 옹기 한 닢 값만 어트게 빚을 주쇼.”그렸단 말이지.


, 그럼 그러소.

자네까지, 자네가 그러게 착실헌 사람인디 아 못 줄 것인가?”

그 한 닢 값을 줬어.

줬는디 이놈을 가지고 인제 옹기전으 가서 인제 한 닢 값을 주니까 가지가지 구색을 다줘.

항아리를 주고, 동우도 주고, 널비기도 주고, 투가리(뚝배기)도 주고 여러가지를 한 닢을 매줬어.

그 이놈을 가지고서 인자 팔로 가는데, 거가 어디냐먼은 경상도 낙동강까여.

낙동강까에 인제 옹기를 팔러 저 웃동네로 가는 도중에 가서 무거서 쉬어.

쉬었단 말여.

요새 봄볕 따뜻한 데 쉬어 앉어서 담배를 한 대 피고 있으니까, , 난데없는 어디서 소들래(회오리) 바램이 불어 가지고 말이지, , 그리 닥치디니만 먼지가 '푸후' 일어남서 그냥 이 옹기짐을 '' 감아 가지고 아 따귀를 처부맀단 말여.

아 근디 '' 자빠져 가지고 바싹 깨져 버렸지.

, 이놈의 한두 개는 냉길 것이 아니라, 다 깨졌어.

투갱이나 되는 놈이 다 깨졌단 말여.

그러니까 이 사람이 하도 억울허고 원통혀서 말여, 두 다리를 쭉 뻗고 걍 울었어.

대성통곡을 헛어.

'세상에 하늘님도 무심허시지. 멀라고 소들래 바람을 일으켜 가지고, 내 옹구짐을 이렇게 뿌섰으니, 에린 것들은 밥 달라고 우글거리고 아 이거 어치게 갈 것이냐'.

사실험서 실컨 울다가 가만히 생각해 본게, 거가 창녕골인디 창녕 원님이 말여, 지금으로 말허자먼 군수야.

원님이 아주 그 공사를 잘허고 재판을 잘 혀.

'에라 내가 창녕 원님한테 가서 이러한 원통한 얘기를 좀 해 봐야 겄다.' 그서 거글 떡 갔어.

가 갖고 원님한테,

원님께 송사드릴 말씀이 있입니다.”

, 그 무신 소리냐?

말 해봐라.”

예이, 제가 사기는 아무데 이러저러 삽니다마는, 이만코 저만코 혀서 가난해가지고 거 옹기 장사 그 한 그뿐 받어서 옹기를 한 짐 짊어지고 팔로 가다가, 도중에 소들래 바램이 불어가지고 지 옹기짐이 걍 바싹 부서졌으니, 이놈의 노릇을 이찌야겄읍니까?

이걸 좀 판결을 좀 해 줍
.”

, 원님이 가만히 생각헌게, 그 불쌍허기 그 짝이 읎그든?

, 이걸 판결 해 주얀디 어치게 해 줄 수가 있는가?

, 자기가 돈을 내서 옹기 값을 물어줘도 재판이 안되고, 이거 허, - 딱하다 말이지.

거 원님이 아주 영리한 분이여.

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옳지 됐다. 바람은 누가 좋아하느냐먼 뱃놈들이 좋아헌다.' 거 거시기 사령을 불러 가지고,

여봐라!

나가서 이 압록강에 가서 아 저저 저저 거시기 [조사자: 낙동강?] .

낙동강에 가서 올라가는 뱃사공 한 마리 잡고 하나 잡고, 내리가는 뱃사공 하나 잡고, 둘을 잡아 갖고 오니라.

그럼 내가 송사헐 일이 있다.”

.”

방울을 그저 차고 떨렁허니 시방, 시방은 순사여.

그 사령이.

가 갖고는 올라가는 뱃사공 하나 잡고, 니리가는 뱃사공 하나 잡고, 둘 잡아 갖고 왔어.

, 잡아 왔입니다.”

너희놈들 거그 둘 다 꿇어라.”

탁허너 죄도 읎이 이놈들이 꿇고 앉었네.

너는 어디로 가는 사공이냐?”

, 소공은 올라가는 사공이올씨다.”

그러믄 올라가는 사공이먼 너한테 물어 볼 말이 있다.”

, 말씀허십쇼.”

. 올라가머는 그럼 시부는1) 바램을 좋아했구나.”

아이구, .

안진게 저 말씀허지, 말씀이지.

올려 보.

올라갈 때는 배 돛대를 시부는2) 바램이 불어주먼 올라가기 좋습니다.

그래 올라 바람을 좋아합니다.”

그래 그러겄다.

들림없지야?”


, 과연 그 틀림없읍니다.”

내려가는 놈 보고,

너는 어디로 가는 사공이냐?”

, 소공은 내려가는 사공이올씨다.”

, 그러믄 너는 니리가는 사공인게 니리 부는 바람을 좋아허겄구나.”

, 과연 그렇습니다.

제가 내리 부는 바람을 좋아헙니다.

그러기 땜이 이리 불적으는 배를 밀어준께 좋습니다.”

, 그러믄 느그들 이놈들아 큰일났어.”

, 어찌 그러십니까?”

너는 올라가는 바람을 좋아허고, 너는 니리 가는 바람을 좋아허기 때문에, 지공무사3)하신 옥황상제님께서 너도 좋게 해 주고 너도 좋게 해 줄라다가 이놈이 치불라다가 니리불라다가 해 줄라다가서는 이놈이 밀어가지고 서로 맞닿치 밀쳐가지고는 소들래 바램이 되었다.

그래가지고 저 사람 옹기짐이 뿌서졌어.

허니까 느가 오십 일을 구리(구류)를 살을래, 징역을 살래 그 말이여.

글 안으먼 오십 냥쓱 벌금을 물을라냐?”

, 내가 내드래도 아 돈으로 물고 나가는게 좋지 아 징역 살겄는가?

그리서,

, 오십 냥 벌금을 물랍니다.”

, 그러먼 그려라.

너는 어찌냐.”

, 저도 그렇게 물으얍니다.”

그러믄 오십 냥쓱 내놔라.”

여기 여그는 돈이 없읍니다.

뱃속으가 있입니다.”

, 빨리가 가져 오니라.”

가져 와서 인제 옹기 장사가 백 냥을 받아 가지고 옹기 장사를 불러 갖고는,

여봐라!

이거 옹기값 되겠느냐?”


아이구, 되고도 남고 및천 배나 되겄습니다.”[청중: 백 냥이나 준게 잉?]

, 옹기 한 짐에 및 냥 주먼 한 냥만 주먼 산다 이말여.

아 근게 팔자를 고쳐 버맀지.

아이구, 과연 명관(名官)이십니다.”

그러고 가서는 그놈 갖고,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잘 살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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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의 내용상 '치부는(위로 치켜 올라가 부는)'의 뜻임.

2) 글의 내용상 '치부는(위로 치켜 올라가 부는)'의 뜻임.

3) 至公無私; 지극히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음.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