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장수의 송사(訟事)
[태인면 설화 1]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말이여, 여 지금 박어저?
어떤 사램이 가난허게 살아.
그런데 아들이 셋이고 딸이 둘이여.
근게 영감 마누래꺼정 뭐냐먼 다섯 식구거든.
그런디 그 집이 어디 사느냐 허먼은 농사도 못 짓고, 장사도 못 하고 넘의 얼 혀주고 벌어먹고 살어.
그런게 벌어먹고 사는데 고얀허단 말여.
근디 그 집은 산간집인데 마당이 좀 널뤄.
그 옹기 장사가 와 갖고 말여, 해마다 거그 와서 옹기 짐을 풀어 놓고 동니 사람한테 팔그든?
근게 여러 해를 여그서 옹기를 팔아 갔다 말이지.
근디 그 사람이 하루는 인제 그전에 안 물었는디 물어봤다 말여.
“여보, 그 옹기를 한 짐 갖다 팔먼 얼매나 남소?”
“아이 여보쇼.
얼매나 남다니?
옹기 장사는 오급(곱)이 남고, 사기 장사는 사급이 남고, 칠기 장사는 칠급이 남는다우.”
“아, 그러먼 옹기 장사가 오급 남겠소.
그려?”
“아, 그렇지라우.”
그렇게 얘기 대답을 했어.
“그러냐?”고.
그러고 그 사램 인자 옹기를 팔아가지고, 지 집이 가 버렸다 이거여.
근디 그 사램이 인자 그 얘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허보니까 돈이 읎어.
그서 인제 일을 작신허게 해지는(해주는) 그 동네 부잣잡이를 가 가지고,
“영감님, 내가 이러 이러하고 이거 가난한디, 옹기 장사한테 들어보니깐 어, 옹기를 사다 팔먼 오급이 남는 답디다.
그러니 나 옹기 한 닢 값만 어트게 빚을 주쇼.”그렸단 말이지.
“아, 그럼 그러소.
자네까지, 자네가 그러게 착실헌 사람인디 아 못 줄 것인가?”
그 한 닢 값을 줬어.
줬는디 이놈을 가지고 인제 옹기전으 가서 인제 한 닢 값을 주니까 가지가지 구색을 다줘.
항아리를 주고, 동우도 주고, 널비기도 주고, 투가리(뚝배기)도 주고 여러가지를 한 닢을 매줬어.
그 이놈을 가지고서 인자 팔로 가는데, 거가 어디냐먼은 경상도 낙동강까여.
낙동강까에 인제 옹기를 팔러 저 웃동네로 가는 도중에 가서 무거서 쉬어.
쉬었단 말여.
요새 봄볕 따뜻한 데 쉬어 앉어서 담배를 한 대 피고 있으니까, 아, 난데없는 어디서 소들래(회오리) 바램이 불어 가지고 말이지, 하, 그리 닥치디니만 먼지가 '푸후' 일어남서 그냥 이 옹기짐을 '홱' 감아 가지고 아 따귀를 처부맀단 말여.
아 근디 '팩' 자빠져 가지고 바싹 깨져 버렸지.
아, 이놈의 한두 개는 냉길 것이 아니라, 다 깨졌어.
투갱이나 되는 놈이 다 깨졌단 말여.
그러니까 이 사람이 하도 억울허고 원통혀서 말여, 두 다리를 쭉 뻗고 걍 울었어.
대성통곡을 헛어.
'세상에 하늘님도 무심허시지. 멀라고 소들래 바람을 일으켜 가지고, 내 옹구짐을 이렇게 뿌섰으니, 에린 것들은 밥 달라고 우글거리고 아 이거 어치게 갈 것이냐'고.
사실험서 실컨 울다가 가만히 생각해 본게, 거가 창녕골인디 창녕 원님이 말여, 지금으로 말허자먼 군수야.
원님이 아주 그 공사를 잘허고 재판을 잘 혀.
'에라 내가 창녕 원님한테 가서 이러한 원통한 얘기를 좀 해 봐야 겄다.' 그서 거글 떡 갔어.
가 갖고 원님한테,
“원님께 송사드릴 말씀이 있입니다.”
“응, 그 무신 소리냐?
말 해봐라.”
“예이, 제가 사기는 아무데 이러저러 삽니다마는, 이만코 저만코 혀서 가난해가지고 거 옹기 장사 그 한 그뿐 받어서 옹기를 한 짐 짊어지고 팔로 가다가, 도중에 소들래 바램이 불어가지고 지 옹기짐이 걍 바싹 부서졌으니, 이놈의 노릇을 이찌야겄읍니까?
이걸 좀 판결을 좀 해 줍
쇼.”
아, 원님이 가만히 생각헌게, 그 불쌍허기 그 짝이 읎그든?
아, 이걸 판결 해 주얀디 어치게 해 줄 수가 있는가?
아, 자기가 돈을 내서 옹기 값을 물어줘도 재판이 안되고, 이거 허, 자 - 딱하다 말이지.
거 원님이 아주 영리한 분이여.
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옳지 됐다. 바람은 누가 좋아하느냐먼 뱃놈들이 좋아헌다.' 거 거시기 사령을 불러 가지고,
“여봐라!
나가서 이 압록강에 가서 아 저저 저저 거시기 [조사자: 낙동강?] 응.
낙동강에 가서 올라가는 뱃사공 한 마리 잡고 하나 잡고, 내리가는 뱃사공 하나 잡고, 둘을 잡아 갖고 오니라.
그럼 내가 송사헐 일이 있다.”
“예.”
방울을 그저 차고 떨렁허니 시방, 시방은 순사여.
그 사령이.
가 갖고는 올라가는 뱃사공 하나 잡고, 니리가는 뱃사공 하나 잡고, 둘 잡아 갖고 왔어.
“이, 잡아 왔입니다.”
“너희놈들 거그 둘 다 꿇어라.”
탁허너 죄도 읎이 이놈들이 꿇고 앉었네.
“너는 어디로 가는 사공이냐?”
“예, 소공은 올라가는 사공이올씨다.”
“그러믄 올라가는 사공이먼 너한테 물어 볼 말이 있다.”
“예, 말씀허십쇼.”
“너. 올라가머는 그럼 시부는1) 바램을 좋아했구나.”
“아이구, 예.
안진게 저 말씀허지, 말씀이지.
올려 보….
올라갈 때는 배 돛대를 시부는2) 바램이 불어주먼 올라가기 좋습니다.
그래 올라 바람을 좋아합니다.”
“그래 그러겄다.
들림없지야?”
“예, 과연 그 틀림없읍니다.”
내려가는 놈 보고,
“너는 어디로 가는 사공이냐?”
“예, 소공은 내려가는 사공이올씨다.”
“음, 그러믄 너는 니리가는 사공인게 니리 부는 바람을 좋아허겄구나.”
“예, 과연 그렇습니다.
제가 내리 부는 바람을 좋아헙니다.
그러기 땜이 이리 불적으는 배를 밀어준께 좋습니다.”
“음, 그러믄 느그들 이놈들아 큰일났어.”
“아, 어찌 그러십니까?”
“너는 올라가는 바람을 좋아허고, 너는 니리 가는 바람을 좋아허기 때문에, 지공무사3)하신 옥황상제님께서 너도 좋게 해 주고 너도 좋게 해 줄라다가 이놈이 치불라다가 니리불라다가 해 줄라다가서는 이놈이 밀어가지고 서로 맞닿치 밀쳐가지고는 소들래 바램이 되었다.
그래가지고 저 사람 옹기짐이 뿌서졌어.
허니까 느가 오십 일을 구리(구류)를 살을래, 징역을 살래 그 말이여.
글 안으먼 오십 냥쓱 벌금을 물을라냐?”
아, 내가 내드래도 아 돈으로 물고 나가는게 좋지 아 징역 살겄는가?
그리서,
“예, 오십 냥 벌금을 물랍니다.”
“응, 그러먼 그려라.
너는 어찌냐.”
“아, 저도 그렇게 물으얍니다.”
“그러믄 오십 냥쓱 내놔라.”
“여기 여그는 돈이 없읍니다.
뱃속으가 있입니다.”
“응, 빨리가 가져 오니라.”
가져 와서 인제 옹기 장사가 백 냥을 받아 가지고 옹기 장사를 불러 갖고는,
“여봐라!
이거 옹기값 되겠느냐?”
“아이구, 되고도 남고 및천 배나 되겄습니다.”[청중: 백 냥이나 준게 잉?]
아, 옹기 한 짐에 및 냥 주먼 한 냥만 주먼 산다 이말여.
아 근게 팔자를 고쳐 버맀지.
“아이구, 과연 명관(名官)이십니다.”
그러고 가서는 그놈 갖고,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잘 살드라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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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의 내용상 '치부는(위로 치켜 올라가 부는)'의 뜻임.
2) 글의 내용상 '치부는(위로 치켜 올라가 부는)'의 뜻임.
3) 至公無私; 지극히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음.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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