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인자의 병 고치기
[태인면 설화 34]
옛날에 어떤 홀어마니가 말야 가난해.
근디 애들이 일곱여.
아 그런게 인제 만날 넘의 집이 가서 빨래해 주고 품팔고 밭미로(메로) 댕겨도 보니까, 옛날에는 먼 장으로 댕임서 소금을 팔어다 먹는 자루가 있어 그놈을 따닥따닥 진 자루가 소금을 멧 백년을 팔아먹었는가 이놈이 간이 쩔어갖고는 팔어도 빠지도 않는 놈을 그저 담우에다 척 얹어놨드래여.
그 인제 옴서 그놈을 갖고 와서 여 속것이라거든.
옛날 속것 여자, 속것 밑을 지
어서 입었어, 그놈으로.
그놈을 지어 입었는디 이놈 인자 벗을 옷이 벗고 입을 옷이 있어야 빨어입지.
못 빨고 그대로 입고 살아.
애들이 일곱이 된게 애들 해주고 자기는 옷 해 입을 수가 없어.
그놈만 입고 사는디.
근디 그놈을 입고 살어도 천기는 볼 줄 알어.
어찌서 아느냐.
날이 좋으머는 가물고 좋으면은 이놈이 고송고송허니 좋고 어디 비가 올라먼 이놈이 축축허니 [청중:응, 소금기가 있은게.] 그런단 말여.
근게 '비가 온다 오겄다' 그러면 영락없이 비가 오거던.
아 그런데 대국 천자 딸 공주가 병이 났는데 중국에서 그 많은 의원이 다 혀도 못 나수어.
나수질 못혀.
그래서 '야 한국이, 조선이란 나라가 좁아도 거가 인자가 많이 있단다.
거그 인자(인재)를 가서 데려오니라.' 그리서 사신들을 걍 팔도이다 다 놓았어.
사방으로 돌아당김서 인자를 구한다고 돌아당긴디.
사신 하나가 어느 집 뒤 홀어머니 집 뒤안이로 뒤 뒤로 인자 음 질이 났는디, 그리 인제 지내가니까 해가 저 설픗헌디 지내가니깐,
“아이고 얘들아! 저 설겆이 죄다 혀라.
나무도 딜이 놓고, 모두 딜이 놓고 설겆이 죄다 해라.
오늘 밤중으 비 오겄다.”그러거든.
아 이사람이 들어보니까 말야, 비가 온다 그러거든.
게 하늘 쳐다본게 청명한 하늘인디 뭐 비가 올 가망이 없어.
아 그러겄다.
내 이 근방으서 쥔내고 자다가 비가 만약에 오먼은 이것이 인자 다 요놈을 데리고 가야겄다.
인자만 데리고 가도 그사람도 상을 타먹어.
아 인자 가까운데서 자고 있은께 아 밤중에 느닷없이 쏘내기가 막 쏟아지거든.
'햐 참 그 부인네 천기 잘 본다 이럴 수가 있냐.' 인자 아침이 일찌감치 가서,
“부인은 어 우리나라 공주가 병이 났는디 부인이 그 천기를 볼줄 아니까 인자여.
그러니까 어 우리나라로 갑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보고 인자다고 가자고 그러네.
참 기가 맥힐 노릇여.
“내가 가먼 좋지만은 이 에린것들이 먹고 살게 없어 굶어죽는다 말야.
그러니 어쩧게 내가 가겄냐?
궁둥일 띨 수가 없다.”
“간다고 허먼 먹을 것 다 준다.”고.
“먹을 것 다 주고 새끼들 먹고 살 것만 주먼 가겠다.”
그 승낙을 헌께 인자 그 군에 가서 군수하고 이얘길 해갖고 그 걍 노적을 하나 싸줘.
그리고 미영베 이런것들도 모두 삼베 같은 것 일제 의복을 해 입으라고 베를 막 갖다 줘.
그런디 아 그놈을 홀랑 벳기고 인자 새로 읍성을 한 벌 싹 해 입히갖고 데리꼬 가네.
아 그러니 인자 큰일났어.
그 놈 인자 어 속것 밑이 축축허먼 비올 줄 아는디 아 그거 없으니 비올 줄도 모르게 됐단 말여.
그 인자 쌍가매 타고서 인자 중국을 들으갔어.
들으가서 인자,
“한국서 인자를 데리고 왔읍니다.”
“응 그 사채1)를 정해줘라.”
사채를 떡 정헌디 아주 꽃방석에다가 뭐 기가맥힌 방으다가 턱 들어앉혀 주고 옷도 그냥 사흘에 갈아 입히고 궁녀들이 와서 머리 깽겨주고.
시수 시키고.
발톱.
손톱 다 깍어주고.
매일 와서 다리 만져주고 이런 호강이 없지.
밥도 기가 맥히게 잘 히주고.
거그서 인자 떡 어전으 입사하락헌게 들으갔지.
“니가 어 한국으서 들으온 인자냐?”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공주 병을 낫아 주겠는가?”
“예 낫아 주지요.”
안 낫아 준다먼 죽여버린게.
“그리먼 언제나 낫아 줄랑가.”
가만히 생각히 본게 한 보름이나 잘 얻어 먹고 죽으먼 원이 없겄어.
애들은 노적을 싸놓았은게 먹을 것 걱정없고 모피도 다 주고.
한 보름이나 잘 먹고 죽었으먼 원이 없겠다.
“예 한 보름간만 말미를 주십시오.
그러먼 낫어 주겠읍니다.”
“그러겄다.”
보름을 딱 말미허고 나와서 인제 있은게 궁녀들이 기가 맥히게 대접을 허고.
담배도 좋은 서초 피어다 물려주고.
그 좋은 향수를 갖다 발라주고.
이것 참 뭐 대우가 기가 맥히게 혀.
음석도 서설로 모다 허고.
아 근디 내일 모래쯤으 인자 병을 보로 갈 날이 됐어.
가만히 부인네가 생각히본게 암만해도 죽게 생있어.
엄두가 안나.
병 고칠 엄두가 안난게 죽게 생있다 그말여.
인자 그 부인네가 우연히 속에서 우러나는 말로 말이 나와.
말이 나오는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래조로 나온다 말여.
노래조로.
“아마도 인제는 죽을랑가 보다.
아마도 인제는 죽을랑가 보다.”
아마도 인제는 죽을랑가보다 아마도 인제는 죽을랑가보다 아마도 인제는 죽을랑가보다.
아 저녁마닥 그 지랄을 혀.
노래혀.
뭔 수가 있냐먼은 그 대궐.
처음 질 적으 흙으로 올랴 저 기와를 올릴랴먼 흙을 져다 긁고선 기와를 안 덮는가 [조사자:예 그러죠.] 근디 그 흙을 져 올릴 때 청지네가 하나 거그를 따러 올라갔어, 흙발에.
[조사자:지네가?] 청지네 시퍼런 청지네가 숫 숫놈여.
거그 따러 올라가서 한 천년을 거그서 살았어.
어찌서 근냐면 그 큰 집은 이케 턱을 이렇게 매거든.
여그서 인제 안 매쳐버리고 어 여그다 턱을 매가지고 텅 비어.
그 속으서 살아서 천년을 살았어.
근게 이놈이 화신이 되아 사람이 되았어.
둔갑을 해서.
그리서 공주하고 저녁마다 가서 품자리를 혀.
막 입 맞추고 품자리를 하고 짐을 빨아먹고 그런게 공주가 빼빼 말렀다 이말여.
그놈이 화신이 되는 그 놈이 이름이 뭣이냐믄 아마도여.
[조사자:아마도?] 아마도.
이름이 아마도여.
게 저녁마닥 인자가 왔다는디 하여간 인자가 뭐락허는가 들어보자 이놈이 가서 들어본게 지 이름을 부름서 저 죽을께미 걱정을 해 주거든.
“[노래 소리로] 아마도 인제는 죽을랑가 보다.
아마도 죽을랑가 보다.”
아 저 죽는다는 걸 걱정을 해준다 이말여.
아 이런 고마울 데가 있는가
'에기 선생님한티 내 가서 인사를 기가 맥히게 히야겄다' 게 들어가서는 절을 너붓이 허는디 본게 머리를 뒷마짝까지 딴 총각여.
옛날 그 총각이 와서 인사를 하거던.
“음 니가 누구냐?”
인자 막가는 말로, 인자 이판사판여.
죽기 아니믄 살기 판인디 악이 돋혀갖고 이놈이 절을 허고 인사허더니,
“니가 누구냐?
니가 뭣이냐?
네 성이 뭣이냐?”
“예 제가 아마도 올시다.”자백을 혀.
“제 아마돈네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제 이름을 부름서 죽을까봐 염려를 해 주셔서 어찌 감사헌지 몰라서 인사를 드리러 왔읍니다.”
“그러믄 니가 아마도면 니가 살기는 어디서 사느냐?”
“대궐 천자님 이 대궐 우그 대들보 밑에 그 허공 속에서 더집 속에서 삽니다.”
“그 니가 거그서 산지가 얼매나 됐냐?”
“예 한 천년 됩니다.”
“그래 네가 어찌게 너 공주 병을 알 수 있는 병이냐?”
“예 제가 남잔게 저녁마닥 그 공주허고 상대를 헙니다.
그런게 저는 짐, 짐승이고 독한 짐승이고 그건 사람인게 지 짐을 쐰게 말릅니다.”
가 입을 맞추고 이놈이 막 돌식을 허고 저 성교를 헌게 여자가 바울 것인가.
근게 빼빼 말랐어.
아무것도 못 먹고 말랐어.
“그러면 너를 꼭 살려 줄 것이니 다른 데 가지 말고 꼼짝 말고 거그 들어엎져 있거라.
그러믄 내가 살려 주마.”
“예 참 감사합니다.”
인자 내일 쯤 그 병을 보러 올라갈 판여.
“여봐라.
내일은 내가 병을 보러 갈터니까 서발되는 찝게 서른개 치고 서른 병 역군을, 장정을 기운신 놈으로 그러고 대궐 올라가는 덕을 매
라.”
시방으로 말허자먼 아시바리2)를 매라 사람이 한 삼십명 무상출입을 내가 데리고 가야겄다.
그러케 명령헌게 아 그 좀 잘 헐 것인가.
이날 딱 돼서 아침이 인제 떡 서초를 핑기고 나가닌게 핫다 역군들이 오고 막 대신들이 좌우로 늘어스고, 궁녀가 좌우로 늘어스고, 이런 가관이 없지.
그 대궐로 의심없이 올라갔어.
“여그를 헐어라.
여그 있은게 헐어라.”
그리갖고 뜯는디, 뜯어낸게 눈이 중발뜨기만 헌 놈이 청지네가 거그 엎졌단 말여.
저놈을 집어내라.
아 서른명이 한꺼번에 콱 집은게 꼼짝 허겄어.
잡어갖고 가마에다 지름을 낋어갖고는 낋이놓고는 기다 갖다 집어 쳐넣어.
기름 속에다 집어는게 지네라는 것 지네하고 배암은 지름을 젤로 무서해.
묻으먼 죽어.
몸에 가 닿으먼.
그 펄펄 끊는 그 지름에다 갖다 쳐 넣은게 걍 지네가 바짝 오그라들은게 손으로 뒤집어 엎어 버맀어.
그리서 이놈 천년 묵은 지네가 머리가 생겨가지고 머리 튀는 소리가 걍 베락치는 소리가 나고 그래.
게 이 공주는 걍 까무러쳐서 죽었어, 그놈이 죽은게.
그리서 궁녀들이 가서 코를 빨고 걍 용의 봉탕으다 잣죽을 낋이서 멕이고 걍 그 좋은 약을 멕이고 그런게 살어났단 말여.
게 살살 좋은 약을 멕인게 인제 그놈이 인자 상대를 안헌게 인자 먹는 대로 살이 붙는단 말여.
인자 한 보름된게 연지볼이 빨거니 생겨나.
공주가 하얗게가 쏙 빠져버린디(?) 연지볼이 생겨나고.
차차 차차 한 달포된게 살도 붙고 괜찮여.
한 서너달 된게 완연히 돼.
아이 걍 완연히 되아갖고는 그 기가맥힌 이 사람이 됐지.
천자가 그걸 본게 참말로 희구허거든.
참 용하단 말여.
하루는 그 부인을 불러가지고,
“부인이 내 딸을 낫아줬으니 나도 그 보답을 헐 것인게 어 소원이 무엇인고?”
“이예.
제가 뭔 소원이 있겄읍니까만은 제가 가난해서요 순 품을 팔아 먹고 살았읍니다.
그런게 그서 다른 소원은 없고 배나 부르게 밥이나
잘 먹고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
“그려.
그러믄 자네 아들이 큰놈이 멫 살이나 먹었는고?”
“예 시방 열 일곱 살 먹었읍니다.”
“그놈을 광목 대부를 주마.”
광목 대부를 주었어, 큰아들 놈을.
중국 저 대부 광목 대부같으먼 조선 왕허고 안 바꾸거든.
광목 대부란 것은 뭐냐먼 이 쌀, 돈, 이걸 주관허는 사람여.
근게 지맘대로 쌀도 먹을 것이고 뭐 돈도 지멋대로 쓸 것이고 귀헌 것이 없지.
그래가지고서는 그 지차 애들도 전부 중국으로 불러다가 베슬시기고 게 잘 살드라네.
못사는 사람이 잘 살게 됐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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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下處;점잖은 손님이 객지에서 묵고 있는 집을 높이어 이르는 말
2) あしば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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