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 박문수
[태인면 설화 2]
옛날에 그저 박문수 박어사, 저 얘기 들어서 있을 것이여.
박문수 박어사가 팔도 어산디, 각처 팔도 댕김서 성문1)하는 결과에 한 번은 평양을 갔어.
평양을 인제 가는디, 해가 요만 때나 됐던갑대.
아, 근게 일찌감치 그 잘 잘데를 인제 쉬고 갈 띠를 방문헌디 보니깐 저 산에 그 치다보니까 상하채가 있는디, 불벽사택2)으로 잘 져 놓거든?
점소허게.3) '저런 데 가서는 좀 자먼 잘만 허겄다.' 거그 가서 인제,
“이리 오너라!”
했어.
서울말로.
그런게 어떤 부인이 하나 나오는디 보니까, [큰 소리로] 어처게 이쁘든지 말이여.
참 월궁에 선녀같고, 물찬 제비같고, 떠도노는 부용(芙蓉)같고, 돋어오는 반달같고, 물찬 제비같고 말이여.
기가 맥히게 이뻐.
그런 부인이 나오디니만,
“사랑으로 드십쇼.”
사랑으로 들어왔어.
들어와 이 곰곰 생각해보닌께 아 그 여자가…, 욕심이 잔뜩 나. [조사자: (웃음) 예, 아이 그걸 어쩌]
내가 [청중: 박어사가?] 응, 팔도 어사로서 한양같이 너른 천지에도 저런 미색은 처음 봤단 말이여.
내가 일인지하에 만인이상4)인디, 일인지하에 만인이생이여.
저런 여자를 내가 그냥 둘순 읎단 말여.
그것 맘을 딱 먹고 인제 있는 결과에 저녁밥을 내오는디, 그분이 또 이 저녁밥을 가죠는디, 보니까 진수성찬으로 잘 채리드래.
“진지 잡수쇼.”
디리놓고서, 보니까 반찬도 좋고 그려서 참 맛있게 잘 자싰어, 어사또가.
근게 저녁상을 인제 물러갔는디, 가만히 생각허본게 저 여자를 그냥 내가 거뜬이 가서는 안되겄어.
상대를 한번 해봐야겄다 이거여.
남자 용기로….
그려서 인자 한 삼경5) 쯤 돼서 들어갔어.
[청중: 안채 안채로?] 안방, 안방문을 열고 들어간게 암도 읎고 부인네 한자(혼자) 바느질을 혀.
주상입고 바느질을 헌디, 밤이 가서 본게 더 이쁘거든?
썩은 남구(나무)에 부용이 앉은 것 맹이로 참말로 기가 맥히게 이뻐.
쏙 들어가서,
“내, 부인께 청헐 말이 있소.”
“뭔 말씀이쇼.”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장원을 헌 사람 박문수 박어사요.
이름은 들었지요?”
“예, 이름은 익히 들었읍니다.”
“그런디 내가 장안 안에 그 너른 천지에 다 봐도 당신같은 인물이 못봤어.
그린께 나허고 오늘 저녁으 동품(同寢)을 좀 허먼 어찌겠소.”
그러고 그러니까, 여자가 바느질하다가 말고, 바느질 그릇을 딱 들고 벽장으다 딱 늫고 딱 쫄아진 머리를 이러고는 탈탈 털드만은 딱 내리.
남자가 대번에 똥그랗게 혀.
'옳지 말을 들어줄라고 저러게 몸단장을 허는구나.' [웃으면서] 그랬단 말이지.
그랬는디, 목침 하나 '탁' 띵기드니만은,
“너, 이 자식아 나가 매 해와!"[조사자: 웃으면서, 어어 근일났네!]
아, 이거 참말로 이거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 여자한티 간청허다가 여자한티 매를 맞고, 애 애원허니 이거 어찌겄냔 말여.
'아 그저 즈 참말 참말로 나를 때릴라디야?'
“아 여보쇼.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박문수 박어사요.
헌디, 나를 당신이 매를 때릴라고요?”
“야! 이 자식아 생각허봐라.
니가 이놈아 일인지하에 만인이상으로서, 으 팔도를 댕김서 만 인간들을 모두 음, 위하라.
인제 허고 댕기고 순찰허러 댕기라고 힜지, 넘의 유부녀 강간허러 댕기 댕기라고 혔냐?
이 자식아, 너는 매 맞아얀게 해 와!”
하!
이런게, 의리가 당당한 말을 헌게 아 그 어쩔라가디.
그 나가서 막가지(나뭇가지) 해온게, 아 이놈의 것이 누가 해논 것이, 그 산중 물푸레 나무라고 있네.
손꾸락만 헌 것이 아, 요만헌 것이 하나 있그든.
나무청에 가본게
'설마 나 때리기사 헐라디야.
내가 그래도 일인지하에 만인이상인디.
내가 어산디, 내가. 지가 어사를 때릴 수가 있냐?'
큰 맘먹고 다시 들어가서 앞이다 놨단 말여.
“그 목침 우에 올라서!
이 자식아, 다리 걷고.”
아 어쩌, 아 다리 인제 댄임6) 끌르고 떡 다리 걷고는 올라서 떡 있
은게,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조리 발 가게 돌아서.”
인제 올라가서 이놈이 걍 세게를 딱딱 친게, 벼락불이 나게 맞었단 말여.
아, 피가 뚝뚝 튀게 맞었어. [청중: 아랫두리를.]
“너 나가 자거라.
그 팔도 어사먼 어사 행동허고 댕겨야제.
이 자식아, 어 넘의 유부녀 강간허러 그렇게 댕긴 놈밲이 너 되냐.
나가 자.
글 알으믄 너 죽여뻐리기 전이.”
아이고 진장! [청취 불능] 빠짝 올려버렀네. [웃음]
[청중: 뚜디러 맞고?] 어.
아 그려가지고 인자 나와서 가 옴곰히 생각허니 천지에 내가 응, 일인지하에 만인이상으로 박문수 박어사 뜨먼 산천 초목이 벌벌 떠는 난데, 세상으 여자한티 매을 맞다니 이런 수가 있냐 말야.
잠을 못 잤어.
못 자고서는 아침에 인자 일찌감치 일어나 갈라고 행차를 채리는디 물을 따땃허니 디고, 양치질 소금끄정 갖다가,
“시수허시요.”
그 본게, 그 분이여.
그 인자 시수힜지.
시수허고 망건씨고 갓씨고 얼른 인제 와버릴라고 인제 그런 찰란디, 딱 씨고는 딱 앉어, 앉어있는 그 때,
“식사허십쇼.”
또 인자 밥상을 이러고 내.
이거 안 먹을 것이지만, 매 맞을 일에 비허먼 안 먹어야는디, 아 이거 엊지녁으 그 밥을 먹어본게 그렇게 맛있단 말여.
반찬이.
'에이 먹고 나가야겄다.' 잡어 댕겨서 걍 먹었어.
먹고는 인제 갈렸네.
갈려서 인제 이별하고 인제 갔어.
그날 점드락 인제 박문수가 돌아댕기다가서는 어느 큰 여관집을 들어갔어.
시방으로 말헐라먼 여관이라지만 그땐 주막이여.
그 저 주막으서 사람 재우고 모도 그렸거든. [조사자: 그러겄죠.]
거그를 썩 들어갔는디 안주인이 썩 보드만,
“저짝 저 뒷방으로 가시요.”
그 방으로 가 본게, 방이 정소허게 깨끗하게 되비7)도 잘 허고 좋거든.
그 일찌감치 저녁밥을 딜이서 먹었지.
먹고 잘라고 하는 그 순간에 그 여자가 소위 소복을 하고 썩 들어와서는,
“선비님 뵙시다.
저로 말헐 것 같으면 다른 사램이 아니라, 이집 주인이요.
이집 안주인이올씨다.
선비님을 본게 얼굴도 좋으시고, 키도 좋으시고, 건장하고 좋으시고, 얼굴도 비범 봤이니 저가 오늘 저녁 하룻저녁 모시고, 동품하고 자풉니다.”[조사자: 아이구, 자청혀서, 아이 참.]
그러거든?
허고서 떡 그 얘기를 듣고, 가만 생각허본께 엊저녁으 그년한티 매 맞은 일을 생각헌게, '에이 요년한티 내 내가 부애풀이를 히야겄다.' [웃음]
“[큰 소리로 호통치듯] 네 이년!”그렸단 말여.
그런게 깜짝 놀랬지.
“일개 여자로서 그래 남자한테 이년아 간청을 허다니, 죽일 년이 있는고.
니 서방은 어찌고 나한테 간청을 혀, 이년아?
당장에 나가 매 하나 갖고 오니라.
매를 안해 가지오면 물고8)를 낼 것이다.
이년!”
[웃으면서] 아 그런게 인제 여자가 가만히 생각허본게 그 참말로 기맥힌 일이여. [청중: 큰일났지.]
아, 그 좋은, 좋은 일 허자고 허는디, 이것을 매를 해오라니 이거 어치게 되나?
그에 나갔어.
나가서 참 아인게 아니라 엇지녁으 그놈만 헌놈을 골랐던 갑대.
갖다가 이 줬지.
참 엊지녁 그 식으로 꼭 어사또가 했어.
또 목침을 댕김서,
“너 이년, 이 목침우그 다리 걷고 올라서!”
[웃으면서] 아 그런게는 그르지 말라고 또 그 식으로 시게 처부맀어.
처부리고 나서 [청중: 피는 툭툭 터지게.]
“응, 니가 남편있는 사램이 남편있는 사램이 넘의 외간 남자를 허다니 그런 수가 있느냐!
너 다시는 이런 행동허지 말고, 니 남편을 고이 거시기 허고 살아라.
나허고 이러먼 니가 생명이 위태혀.
들어가라!”
아 이년이 걍(그냥) 되게 맞어논게 찍찍 움서 들어갔다 걍.
아 쪼금 있
인게 아 어떤 사램이 퇴머리 찌끈허더니 말여, 문을 열고 썩 들어옴서,
“선비님 뵙시다.”
그 뜸을 놓고, 인사를 극진하게 인사를 허거든?
“거, 웬 사람이냐.”
“예, 저는 이집 주인이올씨다.
인자 막 매맞고 나간거는 지 계집이옵니다.
아 근디 이 근방으서는 제 계집이 인물이 좋습니다.”
근디 어사가 봐도 엊저녁 그분만 못혀도 인물이 좋아.
“근디 우리 이 여관에 어떤 선비고 이쁘고 총각이 간에 이 남자가 온다치먼 꼭 저년이 하룻저녁 데리고 자서 보냅니다.
그리서 오늘 저녁에는 선비님이 둘오길래 벌써 얼굴도 비범하시고 응, 그래서 저년이 행실을 낼상 불러서 칼을 장만했읍니다.”
시퍼런 칼을 빼네.
“보십시요.
선비님하고 우리집 계집하고 동품힜다 때먼 이 칼로 걍 두 년놈을 모가지를 싹 긁을라고.”
아 이걸 본게 소름이 확 끼치네. [조사자: 그렇죠.]
[청중: 아실아실허니.] 응, 그러더니, 근게 쪼금 나가더니 기집보고 상을 채려갖고 오라고 혀.
주안상을 잘 잘 채려 와서 인제 대접을 허그든.
잘 먹었지.
“참, 제 계집에 버르장머리를 선비님께서 이거 에, 가지고 그냥 가르쳐 주시니 이렇게 감사헐 수가 없읍니다.
근게 제 계집을 불러서 술을 한 잔 권헐랍니다.
너 일어나서 술 한 잔 권해라.
이 후대하신 선비님 아니시머는 너가 죽었어.
그러니까 술 한 잔 권해라.”
그런게 인제 술을 인제 물팍 꿇고 인제 잘 권혀.
받어먹고는,
“이담에는 그런 행동 말라.”
고, 훈계를 시기고서는 인제 나왔어.
가만히 생각허본게 어지께 저녁에 그 그부인한테 매를 안 맞었드라먼 영낙없이 죽었네.
이거 아, 여자가 간청헌디 안 들을 수 있어?
그려가지고 [청중: 죽을 놈을?] 그른께 박문수같은 이는 벌써 천상사램이라, 그 선녀가 와서 내리와서 그케 그런 일
을 당할 줄 알고, 미리서 가르켜 준거여.
죽지 마라고.
그 그런 대인은 죽을 고삐에 들어도 안 죽게크름 허는거라 그 말이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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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省問; 조사하여 물음.
2) 분벽사창(粉壁紗窓). 하얗게 꾸민 벽과 깁으르 바른 창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가 거처하는 곳.
3) 검소하게.
4) 일인지하(一人之下)에 민인이상(萬人而上).
5) 三更; 하루 밤을 다섯 등분(等分)한 세째. 밤 11시부터 오전(午前) 한 시까지의 사이.
6) 대님; 바지를 입은 뒤에, 그 가랑이의 끝쪽을 접어서 가뜬하게 발목을 졸라매는 끈.
7) 도배(塗褙): 종이로 벽·반자·장지 같은 것을 바르는 일.
8) 죄인을 죽임. 사형.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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