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어사 박문수

증보 태인지 2018. 3. 29. 14:31

어사 박문수

 

 

[태인면 설화 38]


 

박문수가 참 팔도를 팔도를 탐문(探門)하고 댕기는디 평양을 갔어.

평양 어디를 갔는디 어디 간 것이 요렇게 산이 쫍게 생긴 것이 있는디, 그 쫍은 질로 쑥 둘어간게 그가서 들어가니까 아, 들도 있고, 논도 많고, 밭도 많고, 아 지와집이 즐비허니 차말로 그 산꼴짝으가 오포같이 생깄어.

'이거 어떤 집인고?' 거글 떡 가본게 인저 강원도에 제일로 높은 집을 찾어 가서,

이르 오너라!”


흔게 사랑으로 안사랑으로 모시거든?

근게 인제 들어갔지.

아 들어가서 보니까 괘비,1) 편지찔린 고비를 맨들아갖고 옛날에는 다 베랑박으다, 고비이다가 펜지오먼 다 찔러 논디.[청중아먼!]

괘비가 막 솔찬히 많혀.

팔도에서 온 편지를 다 거다 찔러 놨어.

전라감사한티서 온 편지, 경상감사한티서 온 머 펜지, 뭐 각 도에서 온 도지사 아, 저 팔도 편.

온 편지를 다아 찔러 놨단 말이여.

어째서 이걸 이 집으가 이렇게 두드러진 양반이 있는가?

경상감사한티 오지, 전라감사한티 오지, 뭐 충청감사한티서 오지, 강원도감사한테 오지.

그런 편지가 전부 다 찔러져 있어.

아조 글짜 환히 뵈기게 찔러 놨던 말이여.

함자2)를 보니까, 박문수 박어사가 한 편지가 거가 찔렸거든?

하이가! 여그다 편지한 일이 읎는디 자기 이름이 거그 있고, 편지 봉투가 거그 있단 말이여?

', 요것이 무슨 까닭이 있다.

요 뭐 위 위조로구나.

위조에 위조의 이게 위조 양반이지, 보통 뭐 씰 양반이 아니로구나' 이렇게 생각을 허고 있는데, 뭔 수가 있냐먼 애초에 강경 살었어.

충청남도 강경이 거 사는 독안3)이여 외잽이.

돈을 어치케 벌었든가 이놈을 주체를 못허고 있는디, 그이 인제 거그서 살먼은 제 집 생겨나고 자손만대 상놈밲이 안되야.

그게 평생에 양반 노릿 하, [말을 바꾸어서] 허기가 소원이 되야서 거그를 갔어.

전부 그냥 금, , , 베 가, 가지고 가서는 거글 가곤 전부 인자 개간을 해갖고는 돈으로 해갖고 집도 많이 짓고, 그래갖고 사람들 불러갖고 지가 거그 가서 대왕맹이로 해갖고 살어.

그어 대우 받고 그양 그리 사는디, 박문수가 박어사가 됐어.

박문수 박어사가 '그 편지헌 일이 없는디 여그 있는가?' 안방문을 아니 저 사랑문을 탁 염서,

“[호통치듯이] 여봐라! 그 주인놈 이리 나오니라.”

따 이미, 감퉁이 씌고 있다가서는 후딱 벗어 내버리고서는 걍 [작은 소리로]
버선발로 나와갖고서는,

왔읍니다.”

, 꿇고 앉아서, 꿇고 엎디서 뜰광 밑이 거그.

니가 주인이냐?”

, 과연 그렇습니다.”

, 니가 그 주인일 것 같으면은 늬가 뭔 두드러진 양반이간디 팔도 감사한티 펜질 받았냐?

그러고 팔도 감사 펜지 받은 건 뭐 좋지마는 박문수 박어사가 너한테 편지한 일이 있더냐?”

, 없읍니다요.”

그럼, 어째 박문수 박어사가 헌 펜지를 어그다 걸어 놨느냐?

너 자초지종을 바른대로 말해라.

글않흐먼 물고4)를 낼 것이다.

이놈!”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만저만 곧 강경 살었는디, 독안(獨眼)이올시다.

근데 돈은 많고 하대 받기가 싫어서 여가서 양반노릇 헐라고 이 골짝을 들어와서 삽니다.”

음 그려?

그럼 니가 양반노릇 허고 자프먼 이리 들어오니라.

내가 박문수 박어사다.”

하이구! 어느 존전이라고 지가 거글 들어 가겠읍니까?

못 딜어 가겄읍니다.”

내가 한 번 들어 오라먼 들어 와야지 근 수가 있냐고! 들어 오라고.”

근게 뽀도시 인자 새새끼 숨을 쉼서 인자 들어 가서 인자 물팍 꿇고 엎드렸지.

그럼 니가 양반노릇 허기가 그케 소원이냐?”

, 양반노릇 제가 하루만 허고 죽어도 원이 없겠읍니다.”

, 그려?

그 양반이 그맇게 좋은 것이냐?”

좋고 말고요.

, 생각해 보쇼.

좋은 통냥갓 씌고, 호박풍잠(風簪) 달아 가지고 앉어서 차멀로 엉 어, 거이 예 받을 적으 그 얼매나 좋읍니
?

그러고 어디가 놀을 적으도 참 풍월을 허고 이케 물팍 장단을 [자신의 무릎을 치며] 침선 그게 얼매나 좋십니까?

거서 지가 양반 타령 소원이 가지고 촌이서 이 산골으 와서 양반 노릇을 하고 있읍니다.”

글먼(그러면) 까놓고 특이한, 특이한 양반 노릇 한 번 헐래?”

“[웃으며 황송한 듯] 아이구 그렇게만 허먼 얼매나 졸 것입니까?”[웃음]

그러지야.

그러면 내일 내가 여 본읍에 가갖고 각 골 수령을 모아서 삼일 잔치를 붙일 것이여.

그런게 에, 이틀 잔치하고 삼일 만에 편지를 해서 너한테 보낼 것이니 너를 내가 외삼촌이라고 허께, 허께 그 허고 내가 편지를 보낼 것인게 편지를 그 청주5)가 가져 오그덩 '지가 감히 앉어서 날 오라 가라 편지를 혀어!' 요런 군소리를 허고, '가마!' 그러고 오 오니라.

와서 앉되 반듯이 앉고, .

잘 해가고 앉고 내가 인사를 드리먼 같이 절 하지 말고 그저 갓머리만 뚝딱허라고.

그먼 그먼은 니가 양반이 된게 그케 허고 또 각 골 수령들이 너한테 예를 디릴 것이니 그 때도 그저 갓머리 하나 까딱 말고 그대로 앉었거라.

그러면 양반된다.”[일동웃음]

하이고 참말로 감사합니다.”

그허 좋은 음석을 다 그양 대접을 한다 그 말이여.

그 날 저녁으 자고 그 이틴날 인제 본 읍에 가서 잔치를 베풀었어.

어사가 잔치허자군게 그 그 군수가 비면6)헐 것인가?

큰 소 잽히고, 돼지 잡고, 기생 불러다가 노래 시기갖고 인자 잔치를 허는디, 그런 가관이 읎지.

그래서 이틸 잔치 하고 삼일만에 각 골 수령들이 모두 죽 댕기다,

, 내가 잠꽌 잊었다 말이야.

이 안골에 우리 외삼촌이 거 계신디,

어 청좌(請座)해서 좀 같이 놀을 것을 갖다서는 찾아뵐 것을.

오시라겨서 술이라도 대접할 것을 잊어먹었다.”

, 본골 사또가,


하이구, 그런 양반이 거그 있시면 제가 모시야 되는디, 하 이런 죄송합니다.”

, 총망 중에 그럴 수도 있어.

걱정말고, 이방 불러라.”

이방이 와.

네 펜지 한 장 써라.

그리고 삼촌한테다가 인제 안부 편지 쓰고, 내가 오시라고 청유하는 편지를 써라.”

편지를 떡 써서 청주(청지기) 불러갖고 인제 간게 이놈의 집이 어치게 웅장하고 잘 지어 놨든지, 코박개가 몇 마리 되고 그런게 이놈의 청주란 놈이 편지를 갖고 와서는 그를 들어갈라고 흔게 개란 놈이 컹컹 짖고, 참 우람하고도 무섭거든.

, 두드러진 양반이란 말여.

지 고을 사또 보담 잘 살어.

, 집도 좋고,

이 편질 가져 왔읍니다.”

떡 보는 체하고.

뭐 글이나 알가디?

, 지가 감히 앉아서 날 오라고 혀?

, 가마.”[청중웃음]

아따, 그 소릴 들은게 그양 참 두드러진 양반이거든.

이놈이 퍽퍽 기여서 그양 [일동웃음] 와 버맀네.

그 박문 박어사가,

그 그 양반 모습이 어찌더냐?”

하이구, 차말로 두드러진 양반이십니다.

이러구 이러구 하는디 그양, 그양 벌벌 떨립니다.”

그럴 것이다.

그 양반 무서운 양반인데, 여 그 집을 군수가 찾어보지 않혀서 좀 좀 미안허겄거만?”

, 군수가 민망혀서 못 살겠지 이냥.

, 박문수의 삼촌이먼 얼마나 두드러진 양반인가? [조사자굉장허지.]

그래서 인자 이 사람이 인자 채렸는디 좋은 통냥갓 거 옻칠도 존 놈으로 해서 밭, [말을 바꾸어서] 햇밭에 비치믄 서리빛 나.

후박 풍잠7)에 잇몸 당건8)에다 쥐꼬리 당뀌9)다가
가지고 좋은 도포 입고, 떠억 인제 가매타고 요 호담뇨10) 깔고 해 갖고는 그양 호필 우에다 덮고 그양 그 그 군수 나가는 것 맹이로 죽 데리고 그양 조끔 있은게 온단 말이여 등 들고.

아 우리 삼촌님 오신게 반장을 나가야겠다고.”

근게 아, 그 각 골 수령님들 전부 뒤 따라서 반장을 나오신게 오시냐고들 하고, 인제 마루에다 인제 떡 앉혀놨단 말이여.

그 일반 주안상을 들여다 앞으다 놓고는 인제 술 한 잔 떡 박문수가 붓고는,

드시라고.”

절을 너부시 헌게, 그저 [고개를 끄떡거리며] 그러거든.[일동폭소]

그린게 그 참, 각 골 수령들이 그걸 보고는 차말로 두드러진 양반이다.

박문수같이 세상에 저런 양반한테서 절을 받고 이저 갓머리로 까딱 하나허고 저렇게 있는다고.

근게 수령들이 전부 그양 큰 절로 그양 올렸지.

그리고서 술을 석잔을 딱 마치고는.

이 시겼어 '술 석 잔이하 먹지말고 내가 여그서 더 놀 놀만 허지만은 각 골 수령들 젊은 분도 있고 그러니까 내가 일치감치 가아 가겠노라'고 허고 떠나라고 혔어.

그래 술, 술 석 잔 얻어먹고 꾸역 일어나,

내가 여기서 좀 더 놈직하나 그러되 각 골 수령들 젊은 분도 있고 허니까 내가 [혀를 차며] 여그가 앉았이면 담배 피기도 어렵고 하니깐.”

, 말 주차 참말로 양반이거든?

그래 뚝 떠나서 갔어.

간 댐에 인제 그양 참 잔치를 파하고, 기 이튿날 인자 참, 박어사가 거그를 갔어.

거그가 끝나고 현관에 떡 가서 섰어.

'어험!' 헌게 앗따 이놈이 저 즈 대청으서 어 관()씨고 도포입고 바루 여덟 팔자 걸음으로 양반 걸음으로 인자 이케 이케 거닐다가 아, 박문수 박어사가 '에험' 그른게 깜짝 놀래가 벗어 내뻐리고 쫓아와서 그냥 딱 절을 흐고 그양, [청중웃음]

아니 아, 이사람아 그지 말소.

한 번 양반됐으면 됐지 뭘라고 또 그런가?

아 그러지 말어.”


아하 그런게,

그래도, 그리도 지가.”

너는 인자 이 골서 말이야, 천년을 살고 만년을 살아도 자손만대 괜찮을 거여.

그찜 알고 잘 살어라.”.

서 서울로 왔어.

, 그 때 박문수가 돈을 몽땅 벌었어.

이놈의 걸 얼매를 보냈던지 말이여.[일동웃음]

뭐 안 보낸 것이 읎어 그양.

꿀도 그 진짜로 막 그 산중서 키는 꿀도 보내고, 허흔(허다한) 그 뭐 뭐 존건 다 보냈어.

그래 박문수가 거기서 한 감 떳드라네.

그 좋은 일 시기주고.

근게 박문수 박어사가 그렇게해서도 인간들 살해를 안했어.

그래가지고 시방까진 그런게 이름이 있지.[조사자아주 유명하지.]

못된 사람은 그 살해를 많이 허고 뇌물을 많이 훑어먹고 그랬는디, 뇌물을 안 받어.

그 사람은 자기가 그케 좋게 해준게, 있는 살림살인게 아, 보내준게 먹어야지 어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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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비; 편지 같은 것을 꽂아 두는 물건.

2) 銜字; 남의 이름을 한문투로 높여 일컫는 말.

3) 獨眼; 애꾸눈이여.

4) 物故; 죄인을 죽임.

5) 글의 내용상 '청지기'인 듯함.

6) 비망(備忘).

7) 風簪; 망건(網巾)의 당 앞쪽에 꾸미는 물건 .

8) 인모망건(人毛網巾); 인모(人毛)로 앞을 뜬 망.

9) 당줄; 망건(網巾)당줄. 망건에 달린 줄.

10) 호담자(); 범의 가죽 무늬를 그린 담요 .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