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유기장수
[태인면 설화 41]
옛 놈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디, 부엌띠기를 디릭고 갔단 말이여.
아, 부엌땡이 놈이, 가서 과거도 못허고, 돈은 떨어지고, 인자 팥죽이라도 사다 먹어야겄는디, 야 이 자슥이 그럼 부엌댕이도 멕어야 할텐데 저만처먹고 댕기거든?
근게 부엌댕이란 놈이 배가 고파 죽겄어 시방.근게,
“가 팥죽을 한 그릇 사 오니라.”
근게 팥죽을 사갖고 들고 오다서는 손꾸락을 차꾸 건드기를 젓었쌌거든.
“얌마! 뭐 손꾸락으로 그러냐.”
“아, 내 콧덤뱅이가 여그 하나 빠졌는디 당초 찾어도 없소.”[일동:웃음]
“저런 맞아 죽을 자식.
야 자식아 너 처먹어번지라.
코덤방이 빠져 거 먹겄냐?”
그놈 먹은게 배가 뽈록허니 좋지.
“요놈아 웃통 벗어라!”
웃통 벗은게 뒤에 딱 써주기를 '이 자식땀시 과거도 못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못먹고, 이 내겨가믄 당장 때려 죽이라'고 딱 써서 내려 보냈거든.
내려 보난게, 오는 도중으 배는 고파 죽겄는디, 아 어디를 온게 아 메주 방애를 콩콩 찧거든?
아, 그 메주 방애 좀 찌서 주고 좀 얻어 먹어까 싶어서,
“아, 내가 방아 좀 잠꽌 찌어 주끼라오?”
“아 그러라고.”
대저 인자 방애를 찧어.
방애를 인자 쿵쿵 찐게 메주를 한 볼테기1) 이만치 주거든.
준게 이놈을 똘똘 뭉쳐가지고 와.
시방 얼매큼 오닌게 아 꿀장사가,
“꿀 사시오! 꿀 사시오!”
“거 꿀 한 말에 얼매씩이냐?”
“암만 간다.”고.
“그리야고.
거 일로 한 번 되야 보자.”고.
된단 말이여.
하나가 되얐든지 이케 부순게 매주와서 꿀이 다 묻어 번지고 그런 메조를 달포도름허니 먹을만 하지.
인자 먹어감서 인자 오는디 어떤 뇜이 그양 배가 고파서 기진 맥진해 이놈이,
“왜 그러냐고.”
“내가 시장끼가 들어서 근다고.”
“그리야고.
아 그럼 이놈 먹으라고.”
그러자 음 메주 한 몽탱이를 인자 준게, 아 이놈이 감지덕지 그 놈을 얻어 먹고는 배가 불룩흔단 말이여.
웃통을 핫딱 벗음서,
“내 등거리다 뭐라고 썼는가 좀 보라고.
뭐라고 힜는가 보라고.”
떡 내민게,
“자네 땀시 말이여 헐 과거도 못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못먹고, 돈은 떨어지고, 기진맥진 죽을 지경이라고, 내려가믄 당장 때려 죽이라곴다고.”
힜그든?
“그러면 이놈을 싹 씻어 번지고 이렇게 허시요.
'여그와서 못헐 과게도 부엌동이 땀시 허고, 참 굶을 음식도 잘 얻어먹고 했은게 내려간다치먼 그집 저 막내동생 있읍니다.
고 놈으로 그저 당장으 사우 삼으라'고 좀 써 주시오.”[일동:웃음]
대처 인자 그 사람이 식자는 유식허던가.
그자 거기다 딲어번지고 거거 걍 딱 써서 내려 보내.
엠, 아 집이,
“아, 어쩠냐?
어떻게 됐냐?”
“어떻게 되나 못허나 잘 되았읍니다.
잘 되았는디 인자 등으다 뭐라고 섰는가 좀 뵈기라오.”
웃통을 하딱 벗은게 디리밀은게, '아, 못헐놈의 과게도 부엌댕이 땀시 힜다고 허고 못먹을 음식도 부엌댕이 땀시 잘 얻어 먹었은게 당장으 내려가던 꼴로 삼우 삼으라' 고 헌게, [웃으면서] 벼락같이 이 근게 성혼 성(成)시히(켜)서 그양 사우를 삼어 번졌어.
이놈이 국흐고는2) 한양서 인자 베슬도 못허고 옴서 감서 그양 과게길을 그 내려왔단 말이여.
고향을 내려와서 본게, 아 이놈을 사우를 떡 삼어 놨거든?
“아, 어떻게 된 일이냐?”
“아, 등어리다 써 보내기를 못헐 과거도 허고, 못헐 음식도 잘 얻어 먹었인게, 당장 내려가던 꼴로 사우 삼으라고 썼더라.
그걸래 사우 삼었다.”[일동:웃음]
저 놈 땀시 먹고 싶은 것도 못먹고 저 놈 땀시 과거도 못허고 당장 죽여번지라고 힜는디, 어떻게 돼서 이케 썼는디 어떻게 글케 되냐고.
이 저놈을 인자 음, 물속으다 띄워 죽일 수 밲이 없다고.
어느 방죽이 있는데 이런 방죽이 있던게지.
짚은 방죽이 있는디 버드나무가 이놈이 이렇게 커서 나갔던 모넁이지.
방죽 가운데에 거그다 인자 구로3) 속에다 딱흐니
담아서는 인자 그 인자 석양이 있는다 치면 낫으로 굴 끈만 끊어 번지면 물 우에 풍덩 빠져 죽을거 아니여?
그케 할라고 딱 달아맸는디, 아 이놈이 그 중으서도 그양 최금4)을 잘 불던게비여.
최금을 그양 기가 맥히게 불고 있인게, 아 유기장사가 그리 지내가다 곰곰히 들은게 아 저놈의 구렁 속에서 뭔 소리가 나네.
기맥힌 소리가 나거든.
“뭘 가지고 그케 부냐고.”
근게 구로 속에서 손 쑥 내줌서,
“아무것도 없이 여그만 앉이먼 이케 신선 생활허고 이케 소리가 저절로 이케 난다고.”
근게 유그장사란 놈이 뿌역뿌역 가서 그놈을 인자 손을 잡아서 인자 나무를 끄집어 올랐어.
올려 놓고는 '대처 인자 그 속으 인자 들어간다치먼 나도 그렇게 좋은 소리가 나올란가?' 구로 속에 폭 앉어.
[웃으며] 인제 더 올라가도 내려가도 못혀 이놈 유기장사 놈은….
유기짐을 짊어지고 그떡끄덕 오지 시방.5) 인제 그양6) 그놈7)인줄 알고 인자 낫으로 비어 번진게 유기장사만 빠져 죽어 번졌어.
보더니 저놈을 분명히 그 버드나무에다가 매가지고 물에다 빠져 죽였는디 저놈이 유기짐을 짊어지고 왔단 말이여?
“너 이놈아! 어쩐 일이냐?”
“그런 것이 아니라 거그 간게 기와집이 꼭 논 따덕8) 백이덧 있는디 별 보화가 다 있고 하여간 거그 간 사람마다 유기반색이9) 이렇게 한 짐씩 지어서 내보냅디다.
그서 한 짐 지어서 나가라고 혀서 나왔네요.
근게 그케 좋은 집을 구경하실라믄 가시자고.”
아, 그케 용궁가서 근게, 벼슬한다고 이놈의 재산은 다 없어지고 힜
는디,
“아, 용궁가서 아 그케 좋은 거시가 보물이 있어야?”고.
근게 채근채근 개기 시작을 혀.
하나씩 하나씩.
“근디 거그 들어갈 때는 모리장빗자리10) 하나씩 있이얄 겁니다.
그래야 물을 제치고 들어가지요.”
근게 모리강빗자리 하나씩 인자 들고 가는디 가족들이 인제 다 귀경헐 것 아니여?
이 아주머니 말이,
“하고! 모리강빗자리를 들어 [청중:웃음] 빠져갖고 저 보라고 어서 들어오라고 않냐고!”
아 계속 따래가.
다 들어가.
다 들어가더니 저그 마느래가 들어갈란게,
“너는 가면 죽어.
죽은게 가지 말고 가만 있다 너흐고 나하고 둘이 살짝 꿍짝 살자.”
그래서 애민 유기장사요.
애민 유기장사 소리가 거그서 나왔디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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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볼; 좁고 기름한 물건의 넓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작은 조각을 뜻함.
2) 그렇게 하고는.
3) 구럭; 새끼로 눈을 드물게 떠서 그물같이 만든 물건 .
4) 풀잎피리.
5) 주어(主語) '부엌데기'가 생략됨.
6) 문장 앞에 주어(主語) '주인이'가 생략됨.
7) '부엌데기'를 지칭한 말.
8) 떼전:떼를 이룬 한 무리 .
9) 유기(鍮器), 반상기(飯床器).
10) 몽당 빗자루.
제보자-김경렬|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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