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귀(寃鬼)를 쫓아낸 신부
[태인면 설화 18]
여그 저 충청도 서천 서, 충청도 서천 달신 달신 이가가 하나가 있어.
있는디 에 참 그 때에 옛날에 과거를 갔어.
과거를 인자 사는디, 서울로 인자 과거를 허러 올라가는디, 요새 같으면 신작로 가시 그런디 가서 인
자 뭐 무댕이 하나 사는디, 거그를 지낸게 거 안에서 어 대성을 허그던?
말허자먼 그전 같으먼 손님허는 디 말여, 그 대성을 헌단 말여.
인제 거그 가서 인자 함께 인자 재미없는 소리를 허고 인자 놀고 오 인자 그맀는디 저녁 때 인자 갈라고 헌께, 그 여자가 꽉 붙잡어.
꽉 붙잡고,
“못가고 저녁에 나고 가서 하루 제녁 우리집에 가서 자고 가라.”고.
그러고 나서 뭐 여자허고 하루저녁 자고 감서,
“이참으 서울을 가먼 말여.
어 가 과거를 히갖고 오실 때에 말여 어 나를 꼭 덱고 가라고.”
“그러마.”고.
대답을 히 놓고는 서울 가서 과거는 못허고 그런게 그양 집이로 와 뻐맀어.
와 뻐린게 이 여자가 지다리다 지다리다 못헌게 살림을 딱 방내1)히 가지고는 그저는 충청도로 건너가서 어 서씨네 집만 찾아댕겨.
이 집, 저 집 댕김서 어디가 방방으로도 안 가고, 사랑방으로 가서 봐서 그 남자가 있는가 없는가 댕긴디 한간디는 떡 간게 에, 큰 궐에 부잣집인디 행랑으서 그 앞으 연못을 파 놓고, 어 연못이다가 그 남자가 발을 담구고 가만 있는디 이케 본게 그 남자거든.
근게 한숨을 푹 쉬고,
“여보, 여보!”
부른게, 이렇게 쳐다본게, 그 때 그 잔 여자그던?
“이리 오라.”고.
여자가 온게,
“여보, 세상에 그럴 수가 어디가 있냐고, 어 세상으 어 일야장천이란 말이 없지 않아 있는디, 하루저녁 자고 만리장성을 쌓더라고 나허고 그렇게 은연을 맺으놓고 그냥 갈 수가 있냐고.”
“그렇다고.
미안허다.”고.
그러고는 그 자기 사정 얘기를 다 했어.
“참, 우리집 부인이 말여, 여간 참, 거시기가 아니라 자기를 덱고 와야
여그서 살던 못혀.
내가 그래서 온 것인디 미안허다.”고.
헌게,
“그러먼은 어 내가 이 자기집 부인을 말여 내가 살게 에, 호강을 헐틴게 어쩌겄냐?”고.
“그러먼 그리케 허라.”고.
그려가지고는 인자 허락헌게 이 여자가 그 안이로 들어갔어.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안부인께 이 얘기를 허는디, 죄인 에팬네고 그른게 고지자2)를 써야헌게, 그양 그 안으서 좋아서 기양 가들 못허게 히여.
꽉 붙잡아 놨어.
꽉 붙잡어 놨는디, 그 행랑으 가서 그 남자의 으, 당숙모 하나가 살어.
그 당숙모한티 가서 그 죄인 여자가 이야그를 힜어.
“이만저만해서 내가 저 남 밖의 남자허고 살기로 허는디 산다고 허믄 어쩌끄나?”
“너 그 말 내먼 말여, 너 여기 있덜 못허고 쫓겨난게 말여 그런말 당초 내도 말고 있으라.”고.
이 그 그러나 저 남자를 또 살라고 히서 함께 살라고 왔는디 말을 히 볼 수가 없그던?
근게 기양 말을 힜어.
“이만저만히서 내가 이 작은 사람으로 이만저만 일이 있으니 [청중:큰 마누래한티 가서?] 엉, 어쩔라냐.”고.
근게, 살들 못허고 나가라고 쫓아내버어.
뭐어 이놈이 기양 원기가 되가지고는 귀신이 되얐어.
귀신이 되야가지고는 밤이면 말여 그 집안이 걍 불빛이여 걍.
불이 걍 공중으 댕김서 굿을 허고 뭣을 허고 별걸 다 해도 아무 효과가 없어.
그서 살림을 죄다 망해 버리고 어 좌우간 어 사는디, 인자 그런게 헐 수 없이 인자 그 여자를 그 귀신을 인자 이 사람같이 이케 모샤서 거기다가 인자 뫼야 놓고는 뭐 먹고 살 길이 있이야지.
근게 인자 어 그렇게 살던 사람이 먹을 것이 없은게 그 이웃동네로 구걸을 갔
어.
가서,
“아무개 아무개, 내가 이만저만해서 내 살림이 다 이렇게 없어지고 죽게 생겼으니 나 벼 한 섬만 도라.”
“그려, 내가 벼 한 섬 쥔 것 에렵지 안혀.
볘 한 섬 줄틴게 말여 우리 딸이 자네 마느래 같은 사람이 있네.
근게 자네 아들허고 혼연을 혀먼은 엉 내가 자네 살게해 줌세.”
이건 마느래 땜이 그양 집안이 망해갖고 신세가 뭐 조잣는디, 또 그런 며느래를 데려옴은 더 못씨게 생겼은게,
“가만 있으라.”
고 집이 가서 아들허고 상이를 혔어.
근게,
“아버님 이렇게 구차허게 사느니 거기서 거시기만 한다면 그리 내가 장가를 갈란게 그렇게 흐죠.”
가서 인제,
“그런다.”고.
이야그 흔게,
“그러고 말고야.”고.
쌀 나락도 보내고, 쌀도 보내고 히서 인자 사는디,
“그러믄 혼인날을 받으라.”
아무날 받으갖고 인자 그리 결혼을 딱 혔어.
그 첫 날 저녁이 인자 잠을 자는디 그런 생각헌게 총각이 잼이 안 와.
가만히 댐배만 먹고 앉았인게 여자가 아 이러고 앉았다가 졸아.
졸더만 아 한참 있도만 뿔껑 인나 도만,
“당신 나하고 잠을 잘 것이요 안 잘 것이요.”
달려든다 그 말여.
달려든게 암말도 안허고 있은게 그 곰방대에다 댐배를 먹고 앉았은 대를 쑥 뺏도만 거따 비비적 비비적 히서 한 대 넣도만 뻐끔 뻐끔 빨도만 밖으 나가서 대양으다 물을 하나 떠다 방으다 딱 놓드만 그 내를 이케 해갖고 대양으다 훅 풍기고 훅 풍기고 그러고는 멫번 그러
고는 대양 내놓고 할딱 벗고 남자보고 자자네.
그리 무선게 뭐 안 잘 수도 없인게 잠을 잤어.
잔게, 그 이튿날 아침이는 어 딱 나가서 저가 친정 아버지보고 잉.
에,
“자, 출가외인이라니 나는 시가로 가야 혀.
여그 살 수가 없은게 오늘 자오간 내 이에 자오간 신향(신행, 新行)질을 채려라.”
아, 근게 그 집이서는 좋아서,
“그러고 말고야.”
그양 신향질을 챙기는디,
“난 떠미고 가는 하인은 말여 잉, 내가 똑똑허고 영리헌 사람으로 사저 종을… 미게 히라.”
옆에 저고 히서 딱 미고 그 종으로 인자 그렇게 오는디, 그 날 신향을 헌디, 딱 신항을 흔게,
“이, 나 거그는 저 사당 앞으다 띠어라 사당 앞으다.”
사당 앞으다 착 띠었단 말이여.
띠었는디,
“에 좌우간 거그다 불을 질러라.”
아, 그 사당으다가 조께만 그양 뭐 히서 그양 집안이나 알게나 불을 지르난게 그양 그 집안이 다 망흔다고 그양 거그 손님이 아 다 가버려.
그양.
망흐다 말여.
그양 불을 확 질러 번지고는 여기 와서 그저는 시아버니 시어머니보고 그리고서 그양 사는디, 암시랑토 안혀.
근디 그 문간채에 가서 작은 아버지 거 숙모가 사는디, 그 귀신이 감서 숙모보고,
“참 무선 뇜이 와서 내가 헐 수 없이 쫐겨 나간다.”고 허고서 나가드라고.
근디, 그 날 저녁으 그 여자가 잠을 잔게, 용이 자기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
올라간디 잘 못 올라가.
근게 대양으다 물을 떠갖고 그 연기를 거그다가 대양으다가 담배 연기를 핑겨서 그 용이 올라가서.
근디 피, 파 [말을 바꾸어서] 저 거시기 팔동자를 났어.
거시기, 아들 야달을 났다 그 말이여.
그리가지고 잘 허구서.
근게 사램이 악흔 사람도 말이여 악헌 사람도 그 이견이 충분허고 악흔 것은 좋아요.
그지만
왜 몬제 그 본실같이 말이지 그 여자같이 암 것도 모르는 것이 그양 그런 악만 남으먼 안되더끼 그 여자가 아이, 그 용이 용꿈을 꾸었는디 이 구름이 없어 못 올라간게 대양으다 물을 떠나 놓고 그 연기로 구름을 맹글어서 올라가게 맹글었다고….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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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매(放賣, 물건을 내놓아 팜)'란 뜻으로 한 말
2) 논 한마지기에 값을 정하여 모내기로부터 마지막 김매기까지의 일을 해주기로 하고 쓰는 사람
제보자-손병준|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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