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효자전(六孝子傳)
[태인면 설화 5]
옛날에 저 경기도 광주(廣州)가 있네.
시방 거가 [청중: 지금도 광주여.] 경기도 광주가 있어.
광주사는 음, 아전이 하나 있어.
저 원님 밑이 있는 아전, 아전이 어치게 포흠1)졌어.
천 냥 포흠을 져서 죽게가 됐어.
죽게가 됐는디, 옥에다 갖다 가뒀단 말여 인자.
근디 그 집 아들 하나가 아전 아들이 열 일곱 살을 먹었어.
열 일곱 살을 먹었는디, 즈 아부지를 천 냥 있이야 옥으서 빼내 오겄는디 어치케 살려낼 수가 없다 이거여.
돈이 없은께.
'에라 내가 서울 올라가서 누구를 잡고 얘기를…인자는…, 잡고 얘기를 헐 것 같으믄 음, 내가 아비를 살릴 수가 있다.' 그 서울을 올라갔어.
가가지고 이 골목 저 골목 댕기다 본게, 어 대문이 하나 열렸거든?
거그를 쓱- 그케 들어가 보니깐, 그집 주인 주인 영감이 이렇게 내다 본게 어떤 도령 하나가 아 맹상승이2) 이쁜 놈이 이케 들여다 보그든?
“거 누구냐?
이리 들와 봐라.”
거 들어갔지.
“너 어디 사느냐?”
“예. 저는 광주 삽니다요.”
“음, 그럼 어째 여그 왔냐?”
“거지 두풍3)으로 저는 양친부모 다 여이고, 호독단신4)으로 가, 올 데 갈 데 없어 이러고 돌아댕깁니다.”
“그려, 그러믄 니가 내 집이서 저 방이나 딱으고, 내 심부름이나 허고, 방에 나허고 있을라냐?”
“예. 좋습니다.”
근게 그놈을 디맀고 있네.
근게 인제 늘 거그서 있지.
이런디, 정승이 가만히 생각해본게 한 일년을 디리고 있으니까 아 이놈이 참말로 영재(英才)란 말야.
영리하고 말하는 것도 입에서 향내가 몰씬몰씬 나는 것 겉고 말여.
진이 짝짝 붙어.
뭔 수가 있냐먼은 추울 적으는 놋요강을 지가 딱 끌어안고 자.
그러믄 그 영감이 오줌을 눌라고 한다치먼 끌어안고 자다가 내준게 [청중: 따땃허지.] 따땃허니 놔기(난기)가 좋고, 그 밖에 있던 걸 댄다치먼 쩐득5) 헐건디, 거그서 딱 놓따가 준게, 이거 참말로 깜짜헌6) 놈 하나 만났어.
[조사자: 참, 말 대단헌디요.] 그런디 즈그 아들이 그 사람허
고 연갭(年甲)이나 됐어.
근디 문둥병이 걸렸어.
용천배기가 걸려갖고는 툭툭 터지고 눈에서, 눈이서 고름이 찌걱찌걱 나고 이래이 됐단 말여.
달랑 아들 그거 하난디…. [청중: 독신인디?]
아이, 요놈을 어치게 총각 묀(면, 免)이나 시켜얀디 미난이나 시켜야는디 어트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이거여.
한번은 그래서,
“야 봐라.
니가 나하고 이렇게 동거하고 있는데, 니가 내 말 좀 들어 줄라냐?”
“[미닫이문 여닫는 소리] 예, 말씀 허십쇼.”
“우리 아들이 이렇게 안 생깄냐?
이러니까 이거.”
“꼭 들을라냐?”
“예, 암만 듣지요.”
“우리 아들이 이렇게 안 생깄냐?
헌게 니가 우리 아들 대신 장개 좀 들어다 주먼 어찌겠냐.”
“아 그 어렵잡습니다.
허지요.
그런디 제가 청헐 말씀이 있입니다.”
“말해 봐라.”
“지 에비가 지금 옥에 있읍니다.
옥에 갇혔읍니다.
천 냥 포흠에.
그 포흠을 풀어 준다면은 영감님 시긴대로 헐랍니다.”
“오, 그려라.
그야 못허겄냐고.
내 돈많고 뭐 걱정있냐?
내 히주마.”
“그럼, 그렇게 하겄입니다.”
그려서 인제 중매를 보내가지고, 요놈을 선을 뵈였어.
자기 아들이라 하고.
어디로 여유냐 허먼 수원다가 인제 수원다가 인제, 그전 정승 최정승네 집으로 어 여우게 됐어.
그려 인제 이놈이 선보고 인자 그려갖고 택일을 혀갖고는 대신 장개를 갔단 말여.
대신 장개 가서 예맞이를 허고, 인자 사모관대(紗帽冠帶) 그대로 쓰고 예맞이를 하곤 첫날 저녁으 신랑 신부가 한방으 들었어.
들었는디, 보통 딴 사람겉으먼 새 신부 옷고름도 끌러주고, 쪽도리도 빗겨주고, 옷도 빗겨주고 그러고 인자 요 이불속으다 너갖고 인제 끌어안고 자는 그 첫날 밤인디, 그 짓을 안하고 이놈이 갓쓰
고 구석으 가서 쭈글뜨리고 앉었어. [웃음]
아, 이러고서 안 자니 아 새 신부가 아 이런 폭폭할 수가 있는가?
'원 저런 젠병헐 자식이, 아 장개온 놈이 아이 새…, 여 저 새각시 만져볼 주도 모른 자식이 장개왔다.'고 말여.
속으로 [웃음] 걍 그 이상스럽다고 말야.
'저게 암놈이냐 숫놈이냐 모르겠단 말이지.' 아 그러는디 아 이놈은 그대로 쭈그대고 앉었네. [청중: (웃으며) 아먼! 법이 어긋난게.]
하 이거 밤중이 됐어.
인자.
그래서, “여보.
당신이 뭣허는 사람이요?
여그 좀 봐서 내 옷도 좀 끌러주고 같이 좀 잡시다.
잘 때 안됐소?”
근게,
“나는 당신한테 손을 못대요.”
“왜 손을 못대냐.”고.
“아이고, 근게 여러말 헐 것 없이 나는 날만 새먼 가는 사램인께 내 손 못대요.”[웃음]
“아, 신랑이 돼갖고 신부한테 왜 손을 못대냔 말여?”
아, 그렇게 이놈이 전혀 못헌다고 혀.
“어째 그러냐.
손 못댈티먼 너하고 나하고 죽어 버리자.”
니기랄 것7), 아 시벌 것8), 가서 목아지… [말을 바꾸어서] 잘라고 잡어 끌으네이. [웃으면서]
끌어 방바, 방바닥으다 끌어 놓고는,
“어찌서 신랑이 돼갔고 신부한티 손을 못대는 벱이 어디가 있냐 말이야.
응?
이런 수가 어딨냐.
너하고 나하고 죽자.
니미9), 시집가고 시집감서 간동만동 허니 이거 쓰겄냐 이거.
[청중: 신부도 담대허고만.] 병신이냐 뭣이냐 도대체.”
“[웃으면서] 병신인게 아니라, 나는 말여 대신 장개온 사램이라 당신 몸에다 손을 못대요. [웃음]
[조사자: 아- 대신 장개!] 응, 대신 장개를 왔은게, 정승 문딩이 문딩이 대신 장개를 왔단 말여.
근게 당신을 손을 대먼 내가 죄를 받어.
정승한테 죄를 받은게 못댄다 이거여.”
“그럼, 뭣 때문에 니가 거그가서 대신 장개를 왔냐?”
“이만 저만허고 우리 아버지가 말이지 포흠돈 천 냥이 걸려갖고 응.
죽게 생겨서, 내가 거그를 용케 그 대감네 집을 가갖고는 근무하고 있다 가서 이렇게 참 행편이 알고 내가 대신 장개와서 너를 디리다가 그 집으다 주기만 허먼 [가슴을 치며] 내가 천 냥 탄다 이거여.
그려서 내가 대신 장개를 왔지 당신한테는 손을 못댄다.”이거여.
“아 그거 뭔 상관 있냐?
나도 그만한 돈 있다 말여.
우리 아버지도 그만한 돈 있어.
저, 천 냥 줄 것인게 옷 빗겨라 이 자슥아!”
[조사자: [웃으면서] 아, 참 잘 되아버맀네.]
“[웃으면서] 안 그러먼은 너하고 나하고 죽어, 나는 너를 본게 말여 이쁘고 좋다.”[폭소]
까버맀어 여자가 말여.
“울 아부지한테 낼 아침 말허먼 너 천 냥 줘.
거기만 안혀도 돈 있어야.
근게 벗고 자자 말여.”
아 활활 벗고 그냥 이 과년(瓜年)찬 사람들이라 저녁이 자버맀어.
자고 지 아버지한테 얘기를 했네.
“이런 도둑놈의 새끼들이 멀쩡헌 놈을 멀쩡한 놈의 새끼들!
문딩이 이놈 혼인했다.”고.
막 이 상각 온 놈들을 막 그냥 뭉둥이 갖고 뚜디려 팰라고 근게, 이놈들이 막 도망을 가버려. [웃음]
맞어 죽으깸이 다 도망을 가버맀어.
근게 이 사람은 저 거시기 수, 수원 사램이 저 광주로 그냥 신행을 해버맀어요.
신행을 해버려 인제 해.
[청중: 해버리고 아버지는 나오고?]아버지는 나오고, 응 집도 조 친정 집이서 집도 존놈 사서 주고 근게 사는디, 그 얘기를 전부 일장설10)을 저그 집안 식구끼리 이놈이 했다 이거여.
“이만 저만코 이만 저만혀서 거 정승의 집이 가서 내가 근무하고 있다
가서는 대신 장개가서 이런 신부한테로 내가 장개를 갔다 말여.
이러니 그 정승을 내가 그 보비11)를 못마치고 온 것이옵니다.”
근게, 그 동생이 있어.
여동생이,
“오빠, 그러먼 나를 그리 중신해 주지, 내가 그리 시집 갈란게.”
“아이 이년아!
문둥이 한티로 어트게 시집 간다냐?”
“아녀.
오빠가 거 가서 그 정승의 집이 가서 은덕을 받아 가지고 대신 장개를 가기 때문에, 천 냥을 받아 가지고 아버지 나오고 우리가 살게 되지 않았냐 말야.
어 그러니 그분들은 그 아들을 좀 좋게크름 맨들라고 대신 장개를 보낸 것인디 이렇게 돼서 그니 얼매나 서운허냐 말야.
허니까 내가 그 집으로 시집 갈란게 그 집으로 중신 해달라.”
이거여.
참 [청중: 그 보통이 아니네.] [조사자: 기특허네요.] 그 즈 아부지 즈 어메가 그런다고 허겠어?
“어머니, 절대 그런 소리 마쇼.
이렇게 아버지가 그 영감 아닜으먼, 정승영강 아닜으먼 아버지가 못나와요.
어디 그렇게 해서 되겠소.
현자는 갈 데가 있소.
그니 이런 것인게 날 그리만 보내주시요.”
전부 승낙을 받았어.
승낙 받어갖고 인제 그리 시집 가기로 허고 중신에비는 지 오빠를 시웠어.
가 정승한테 올라가서,
“이만 저만허고 이만 저만허니 이 일을 어찌겄읍니까?”
“어, 좋다.”[청중: 아, 좋지!]
“어치게던지 내 자식 미난만 시겨주면 좋다.
그럼 내 자식 가서 예를 못치룬게 디리 오기로 허먼 어찌겄냐.”
“그럽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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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逋欠; 관물(官物)을 사사로 소비함.
2) '망연히'와 같은 의미로 쓴 말인 듯함.
3) '득보기(아주 못난 사람)'란 뜻으로 쓴 말인 듯함.
4) 홀홀 단신.
5) 선뜩. 갑자기 놀라거나 찬 느낌을 받은 모양.
6) 깜찍한. 몸집이나 나이에 비하여 대우 영악한.
7) 제보자가 구연하면서 무심결에 끼워 넣은 욕설이다.
8) 제보자가 구연하면서 무심결에 끼워 넣은 욕설이다.
9) 제보자가 구연하면서 무심결에 끼워 넣은 욕설이다.
10) 일장설화(一場說話). 한 바탕의 이야기.
11) 補裨; 보익(補益)하고 비조(裨助)함.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5|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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