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은하 수건 하나와 호침 세 개

증보 태인지 2018. 3. 29. 13:23

은하 수건 하나와 호침 세 개

 

 

[태인면 설화 35]

영감이 있어.

그 영감은 뭔 수가 있냐먼 가난해.

가난해 빠져서 밥을 못 얻어먹게 생긴 사람여.

근데 그 이웃집이 의원이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은 침 사관도 주고 넘을 침을 주어서 돈을 빌어갖고 잘 먹고 살어.

근게 그 친구한테 가서,

여보소 내가 이렇게 곤란허게 산께 자네 이 침통이나 하나 주소.

나도 에 의원 행세허고 사랑방으서 자선질로 밥이나 읃어먹게 침통이나 있으믄 하나 주소.”

그 침통 그 나쁜 것은 내놓고 좋은 놈만 맨들어갖고 댕기는 판에 논 침통이 하나 있었든갑데.

그서 그놈을 하나 줬어.

침 두어개나 넣고 줬어.

게 이놈이 인자 뭔수가 있냐믄 이 옷고름짝으다 차고 댕기네, 쨈매갖고,
누가 보고 침통차고 댕긴게, 저 사람이 아조 용한 의원인게 침통을 차고 댕긴다 그럴라고.

그리갖고 댕임서 사랑방으서 밥을 얻어 먹고 그러고 돌아댕겨.

아 그러자 저 중국 천자가 말여 부종병이 걸렸어.

한 삼칸 방에 가서 걍 붓어가지고 하나여.

장태 만큼 붓어갖고.

근게 중국 천지에 그러헌 어 의원들이 많지만 이 병 고칠 사람이 읎어.

아 그 침을 주먼 물이 질질질질 나온디 물을 감당을 못혀.

게 물이 나와서 쏘가 돼버려 걍, 낫도 않고.

그러니 못 나수고 인자 그러고 있는디 거 아까 만이로 사신을 내보내서,

인자를 택혀 올려라.”

조선나라 인자 사신을 나왔어.

사방 나와서 본게 인자 누군지도 모른디 한참 오다본게 아 침통을 잘 논께 광고 적으로 옷고름이다 차고 댕긴다.

딱 가자고 했어.

아 데리고 가네.

가매이다 태워갖고 중국을 들어갔는데 어디 만큼 중국땅을 가는디 산곡으로 이렇게 큰 산밑이로 인자 지내가는디 아 저만큼 큰 호랭이가 이러고 있단 말여.

아 조군꾼들이 그 미고 가던 조군꾼들이 거그다 내리 놓고는 기겁을 허고 도망을 가 버리네.

조군꾼들이 도망헌게 이 사람은 인자 조군타고 가다가 걸어서 갈수 읎고 향방도 모르고 이 큰일났거든.

가만히 생각허니 큰일났어.

'내가 아무것도 몰르고 대국 천자 병을 고치로 간단게 저게 산신이다.

그런게 니까짓놈이 뭔 재주가 있냐 너를 내가 잡아 먹을란다 그러고 나왔구나.

저놈한티 죽어야지' [일동웃음] 뽀욕뽀욕 기어나와서 뽀욕뽀욕 기어서 갔어, 호랭이 앞에.

야 너 나 잡아 먹을티먼 잡아 먹어라 내가 오죽허먼 여그까장 오겄냐?

배가 고파 기진 맥지 해서 내가 의원 행세하고 밥 얻어먹은 죄 배끼는 없으니 나 잡아 먹어라.

잡아 먹어.

하루라도 내 살기 구챦허다.”

인자 달라든게 이놈이 뒤로 주춤 물러 앉어서 아가리를 딱 벌려.

입을 딱 벌린디 본게 여자들 저 낭자허는 비녀 있잖아.

그 놈이 가로 걸렸어.

그 놈이 가로 걸려갖고는 침을 질질 헐림서 그 놈이 가로 걸려논게 인자
뭣 먹을 것인가 못 먹지.근게,

그러믄 니가 저 니 그 모가지 걸린 것을 빼달란 말이냐?”

근게, '그렇다'고 눈물을 뚜둑뚜둑 헐림서.

그리야고 내 빼주마.”

게 손을 너갖고는 제쳤다가선 뺀게 아 그 좀 잘 빠져.

사람손인게 [청충암 그렇지.] 그 빼준게 핫다 이놈이 좋다고 막 어깨춤을 추고 막 날른단 말여.

여그 업히라고 등어리 업히라고려.

어찌서 그러냐?”

자꼬 업히라고려.

그 업혔지.

업히서 인자 잘 잡으라고 말여, 흔들거든 흔든게, 떨어질깨미 걍 갈기 여 목 갈기 털 놓은 놈 있어갖고 거그를 딱 잡었어.

아 그런게 이놈이 거그서부텀 막 참 비호라드니만 가는디 어느 산 골짝으로 들으가는디 얼매쯤 가느지 몰르고 갔어.

게 큰 산골짝으 들으가드만.

산이 이렇게 웅장한 산이 있는디 그 밑에 가갖고는 반석으다 이렇게 떡 내려놔.

여그 앉었으라고.

그 거가 앉었지.

앉었은게 호랭이란놈이 굴속으 들으가더니 새끼 두 마리를 갖고 나와서 이 반석으다 논다 그말여.

놓고는 침을 세 개를 갖고와.

하얀 은침부터 찐찔허니 세 개를 갖고 오더만 쑤시라는 거여.

근디 보니까 호랭이 새끼가 통통 부섰어, 부종병이 걸려갖고.

그러고 침 세 개 주고 수건 납닥한 놈 뽀얀 수건 하나를 줘.

꾹 찔른게 물이 주르르 나오거든.

그놈 여그 있은게 닦으라고 그려.

쓱 닦으먼 말라 버려.

푹 찔르먼 물이 주르르 나오먼, 쓱 닦으먼 말라 버려.

푹 찔렀어.

인자 연신 막 찔르고, 닦으고, 걍 찔렀다 뺏다, 뺏다 찔렀다, 막 바쁘게 인자 허지.

아 곧한께 두 마리를 다 고쳐 버맀네, 곧 한께.

핫다 이놈으 호랭이가 좋아서 말야.

어쩔 줄 모르고 막 그냥 심덩거리고 참 좋다고 막 그런단 말여.

그리서 주머니다 딱 놓고 나와.

그런게 침하고 그 수건하고 자기가 가졌지.

침 하고 수건하고 나를 주먼 어찌겄냐?”

'좋다' '가져 가라' 고 그리서 그놈을 저 의 의원 노릇 할라고 가져 가서 딱 안으다 넣었다.

가져 가서 딱 안으다 넣었다.

넣으니까 또 업히라 고려.

그 업혀가지고 순식간에 갖다가 문전으다 놓았어.

근디 그 조군꾼놈들은 인제 이 영감오기전에 저들이 말허기를,

대처나 영감이 병 고치러 가는데 뭔 죄를 지었으까?

뭔 죄가 지었간디 그렇게 호랭이가 물어 가냐?

세상에 불쌍허다.[일동웃음]

뭔 큰 죄를 지었는가봐, 호랭이가 물어가게 잉?

호랭이가 업고 안 가데!”

그런게 말여.

아이고 여 인자 호랭이한티 물려가지고 호식히서 죽었어.

인자 우리 인자 그것 들고 가다가 삯도 못받아 먹고 큰일났네.”

아 그런 찰라에 이놈이 또 업고 오네.

막 업고와.

걍 호랭이가 좋아가지고 흔듬서 말여 업고 와.

그래가지고 거그다 논다 그말여.

그 잘 갖다오라고 말여.

호랭이가 걍 잘 갖다 오라고 허네 호랭이 저 실실 간게 호랭이가 죽을까봐 못 나오다가 호랭이 가버린게 와서 인자 메고 인자 중국을 들으갔어.

중국을 들어가서 인자 '모셔 왔읍니다.' 헌게 하 대우가 참 아까 말마나 극진허든.

좋은 방을 사채방을 정해 주고, 거 일등 아조 그 궁녀들이 조석으로 문안 디리고, 하 목욕 다 시기주고, 머리 빗겨 상투 짜주고, 좋은 음식에다가 멕이 주고 그런디.

아 이사람도 인자 불러딜이서,

그 천자 병을 언지 고치겄느냐?”

헌게, 아 이놈도 역시나 기왕으 죽을티먼 한 십오일간 밥이나 잘 얻어먹고 죽을라고 십오일 말미를 힜어.

말미 해갖고는 '어쩧해야 그놈을 고치느냐, 고치믄 내가 팔자를 고치고, 못 고치머는 죽는다' 이러고 인자 사채방으 앉었는디, 낼은 병을 보러 갈 날짠데 오늘 저녁에 원포가 이만헌 놈이 뚱뚱헌 놈이 떡 들오거든.

물어볼 것 없이 떡 들와.

들오더니만 인사 나눈 것도 없고 이놈이 얕잡아 봤어.

깐봤다 말여, 들와서.

니가 조선서 온 인자냐?”

그렇다.”


야 이자식아 내가 말여, 여 중원 사만리 강토야.

사만리 강토여.

어사억만 인군데 내가 못 고치는 병은 아무도 못 고쳐.

니가 이자식아 그 병을 어찌 고칠라고 여그를 왔냐 말야.

너 까딱허믄 맞아 죽어 이 자식아! 그병을 고칠라먼 은하 수건 한개허고 호침 세개래야 고쳐 이 자식아!”그러거든.

[청중맞았네. 딱 맞았네.] .

그 수건은 이름이 은하 수건여.

그놈이 알어.

은하 수건허고 호침, 호랭이한티 얻었으니 호침이지.

은하 수건 한 개 하고 호침 세개래야 고친다.”

은하 수건하고 호침 시개먼 어찌게 고치느냐?”

찔르먼 물이 나온다.

물이 또랑물같이 나오는디 그 물을 감당치 못헌다치먼 못 나수어.

근디 은하 수건으로 닦으먼 그 물이 말른다.

그래야 그 병을 고치지 그 병을 어찌 고치겄냐?”

[조사자근게 알기는 걍 뚫어지게 아는 놈이네.] 아는 놈여, 아조 참 인자여.

그래.

은하 수건 한개 하고 호침 시개 있으먼 낫느냐?”

그런다.”.

네 이놈! 죽일 놈 같으니라고.

이놈 나가 이놈! 사만리 강토에 이 사억만 인구에 살어?

이 자식아! 니가 여그서 일등 의원여.

내가 아무리 소국에서 왔어도 은하 수건 없고 호침 시개 없어서 내가 죽을 것이냐?

이놈아!”

호성난 대로 호령을 했어.

사람 그리 간보지마 이 자식아!”

하이고 선생님 왔다.”고 말여.

걍 죽이라.”고 허네.

고놈이 죄다 갈쳐 줘.

그렇게 살 때가 되면 그런거여.

넘이 일러줘.

그래갖고는 인자 딱 인자 알았단 말여, 아침이.


여봐라! 오늘 병을, 내가 천자 병을 보러 들어가실란다.”

그런게 그 일등대신 정승 판서 모두 이것들이 옹호히갖고 모시고 인자 들어가는디 들어가서 보니까 하여간 이런 장방으로 하나 되아 뻐대갖고 누웠어.

눈만 깜작깜작하고 죽진 않고 참 엄두도 안나드래여.

그놈한티 배웠은게 그러지, 글 안허먼 못 고치지.[청중그렇지.]

그리갖고는 호랭이 새끼 침 주딧기 푹 찔러 쑥 뺀게 이것은 시 개를 한꺼번에 쥐고 푹 찔른게 물이 줄줄줄 나온단 말여.

은하 수건으로 쓱 닦은게 바짝 말라버려.

찔렀다 뺏다, 찔렀다 뺏다, 이놈을 인자 한나잘 쑤시고 난게 한쪽이 흘뭇허니 쑤욱 빠져.

어디든지 사흘을 그 짓을 했어.

아 근게 그 부종병이 쑤욱 빠져 낫었어.

하이 천자님이 자기가 죽은 줄 알었는디 그렇게 좋은 인자가 와서 낫어주니 말여.

얼마나 감사헌가 말여.

큰 대상을 주고 그 집 아들네들도 큰 베실을 주고 그래가지고 그냥 한때 잘 살드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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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