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대왕의 잠행 (2)
[태인면 설화 72]
그전에 숙종이 저녁밥 먹고 퇴머리 질끈허고 어디를 나간게로 조그만헌 오두막집이서 불이 켜졌는디 장구 소리가 나.
문구넉을 뚫고 본게, 여자는 꼬, 저 수건으로 꼬깔을 메고 쓰고, 남자는 장구치고, 상 하나 놓고 노인은 울어.
'이거 무슨 곡절이 있는디?' 그서 걍 어떻게 찾았어.
주인을.
이 나오닌게,
“밤이 야심헌데 어쩌서 한 노인은 울고, 내가 봤는디, 하나는 장구를 치고, 하나는 춤을 추고, 이유가 뭣이냐?”
“예, 오늘이 즈그 어머니 생일이요.
길이 없어서 아녀자가 머리를 깎았어요.”
그 옛날에는 머리 바르러니 깎으먼 무개비여.
“그놈 팔아갖고 장을 봐서 어머니를 권헌게 안 잡솨서 잡숬게 헐라고 제 처자는 춤을 추고 저는 장구를 쳤읍니다.”
“참, 효자로다.”
근게 어떻게 내가 들린게 갑짜기 임금이 생각이 나서 허는 소리여.
뭣을 '내가 임금인게 너를 도와주마' 헐 수도 없고.
아 참 기특헌 일이다고.
“어트게 구학문을 읽었냐?”
“다소 서당을 댕였다고.”
“아, 그리여.
아 그런디 오다가 내가 들은게 나라서 별과를 준다는디 한 번 시험 보는디 운자를 내가 안다.
뭣이냐먼 깐치 작(鵲)자를 써 가지고 조그만허게 써 가지고 기를 뇦이 들고 몇 수십질을 들고 달어노먼 그것이 날랑날랑 헌게 알아 들을 사람이 누가 있소.”
깐치 작자를 써서 붙인다고 그니까 갈쳐 줬어.
그 사람 하나 살릴라고.
갑짜기 그냥 정승, 판서 불러가지고 별과를 주는디, 날은 받어갖고 사람이 많이 뫼일 것 아녀.
선비들은 그것만 바래고 있는디.
그냥 가는디 그것 깐치 작자만 일러내먼 별과는 줘.
이놈의 것을 쳐다봐.
그나마 새서를 쓴 글씨도 조그만헌 종으다 거다 붙여노먼 그것 영호(여우) 아니먼 모르지.
붙여놓고 인제,
“저것 글자가 뭔자냐?”고.
인자 운을 띠다.
글자를 알아야 맞추야 별과를 허는 것인디, 안 놈이 어디가 있어.
새서를 써서 조그만허게 히갖고 수십질이나 날랑날랑 헌디 그걸 누가 못 알아 맞치거든.
아 이놈이 들어가서 그 깐치 작자를 잊어부렀네.[일동:웃음]
그냥,
“후루룩 작자하고.”그맀네.[일동:웃음]근게.
저놈 미친 놈이라고, 또 한 놈이 그건 걍 후루룩 작자라고, 근게 그전에는 발표를 혀.
“너 이놈, 이 깐치작자를 써놨는디 왜 후루룩작자라고 허냐?”
“날라간게 후루룩 작자라고.”
한놈이 같은 후루룩 작자라먼 먼저헌놈 줘야거든.
근게 그렇게 망각허믄 잊어부러번져.
갈쳐 줬거든.
그서, 그러지마는 니미 깐치 작자를 고것이 알춰준 놈의 것을 잊어 부러서 후루룩 작자라고 히서.
그리가지고 그
냥 그 사람을 별과를 시겼어.
그리서 부모게 잘 히야.
그러먼 시방 사람은 처세를 히서 머리 깎겄어?
머리 깎어놓고 먹으라고 춤을 추고 장구를 치고 헐 놈이 있들 안혀.
- 끝 -
제보자-김길한|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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