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설화(說話)

관상을 잘 본 김정승

증보 태인지 2018. 3. 30. 14:12

 

관상을 잘 본 김정승

 

 

[태인면 설화 58]
 

옛날에 참 한 정승이 정승이 정승살 때 뭐 아무 적국대면 허더니 일이 없고 참 이런 정치일을 잘 했던가 힜는디 막둥이 딸 한나가 있어.

게 생전에 딸을 여워야 허겄는디 사우감을 구헐래야 구헐 수가 없어.

아무리 사방 친구들께다가 부탁을 해도 사우깸이 없어.

그렇게 구해도 없어서 딸이 차차차차 인자 당혼깸이 되가는디 아 시종 맴이 급허단 말여.

정승이 하루는 시골로 나갔어.

내려갔어.

내려와서 골목 골목 댕긴디, 아 한 골목을 간게, 서당방이 있거든.

서당방을 들어가 본게, 사우깜이 될 만헌 사람이 하나 있거든.

근게 글을 읽는디 인제 보고 있다가 글을 다 읽는 뒤에 그 애를 불렀어.

너 어디 이 어떤 동네 사냐?”

이 동네 삽니다.”

너 어른 계시냐?”

, 있읍니다.”

그럼 너그 집에 가자.”

그서 그애를 데리고, 그 집이를 걍 갔단 말여.

가서 인자 문악으 섰고인자 아이를 보낸게, 말허자면 그 학동 저 아부지가 중 하배 하배나 됐던 가벼.

아 그 쥔이 문악을 쳐다본게 아이, 금관자1)붙인 아이 양반이 문아크가 섰거든.

그전이는 금관자, 옥관자 붙인 사람이란 것은 전부다 귀객이거든.

참맬로 '옳다, 인자 나는 죽었다' 허고 걍 방으 들어가서 나올 맘도 읎고 걍, 아랫목으가서 걍 덜덜 떨고 있다 앉었단 말여.

누가 말헌 말도 없이 덜덜 떨고 앉었은게, 아 마누라가 정지서 뭘 허다 아 밖
으서 찾는디 당추 안 나오거든.

어쩐가 허고 뒷문을 살찌기 열고 보닌게, 아 덜덜덜 떨고 그냥 말도 못허고 아 그냥 앉었단 말여.

앉었은게 마누래가 가만히 생각헌게 '아 영갬이 떠는디 아 내 큰일났구나' , 들어가서 같이 둘이 서로 앉어서 떨고 있단 말여.

아 밖에서 이제나 나올까 저제나 나오까 지다리고 있으니 안 나온게 그저는,

, 있느냐?”

찾을라먼 '주인 있냐?' 소리도 없고 걍 덮어 놓고 ', 있냐?' 이러거든.

, 있느냐?”

이런게 아 헐 수 없이 창문을 열고 밖에를 나가본게, , 친자 금관자 붙인 갓을 쓰고, 통량 갓2)에다 자이는 망건에 아 벗고이 참 거창한 손님인디, 아 자그 집같이 천헌 집이를 찾는 걸 본게 참, 이거 큰일났거든.

근게 방으로 데려다 놓고 딱 앉혀 놓고, 뭐 헐 말도 없이 덜덜덜 떨고만 앉었단 말여.

덜덜 떨고 앉었은게, 앉었은게, 그 정승이 허는 소리가.

, 그 뭘 그러냐고.

그럴 것 없다고.”

, 그리고 얘기 얘기해서,

성이 뭣이냐?"고 인제 물으닌게 변가여.

그 변간디.

그 아들 학동이 아들이냐?”고 그런게,

기다고.”

그 거기서 청혼을 힜어.

청혼을 혀 가지고 그린게, 뭐 아 그런 분이 청혼을 헌게 거절혀?

어디 살거나 그냥 덮어 놓고 대답만 혔단 말여.

[청중그 때 당시는 청혼허면 안되는 일이 없었다고.] 그런 분이 말 한 번 허믄 대답 안 할 수도 못허 못헌단 말여.

근게 대답 턱 혔은게 날까장 딱 받아서.

며친 날이다고, 몇 달 뭔 달 며칠날 딱 정혀주고 가 갔어.

근게 그날
간게 대사치를 차리서 와서 혼사 치루고, 사둔을 부르더니,

그 아들을 십년만 내게다 맽기라고.”

지 뭐 맽기라고 허 허지만, 안 맽긴단 소리를 못허거든.

암만 사둔이지만,

아 그렇게 허시라고.”

그케 대답을 허고, 근게 걍 데리고 갔어.

그냥 바로 그 즉석에 걍 쉬고 뭣허고 헐 것 없이 바로 갔어.

가서 십년을 작정을 허고 데리고 있었는디 그냥 십년을 채웠이먼 헐튼디 구년이 다 헌게는 이 사람도 사람이 크고, 아 고향 생각이 어뜨게 나던지, 아 쟁인보고 말하자면 쟁인보고,

나 집이좀 갈랍니다.”

어 그리야고.

아 한 해 더 있어얀게 그냐.”

그냥 갔다 올랍니다.”

그먼 다녀오라고.”

그 자그 집이 와 보닌게 그 정승이 돈을 보내서 아 집도 살게를 맹글어 놨어.

아 그러고, 상놈이 지미 정승허고 혼사를 힜단다고 헌게, 뭐 대벌 양반 버리고.

어떤 놈이 맨맛으게 뭐 말 한 자리 허는 놈 없고, 참 고만허게 지내는디.

그 아들이 자그 집이 와서 불이 써서 사랑으 괘비3)를 빼 보닌게 아, 자기 친구 하나가 죽었다고 부 부고가 있거든.

그 연유를 물은게 참말로 죽었다고.

그에 '친구가 죽었다닌게 문상이나 갔다 와야겄다'허고 그 집이를 문상을 가서 찾은게, 젊은 사람이라 뭐 손도 없고, 참 꽃같은 여자 하나가 나와서 대위를 헌단 말여.

근게 참 문상을 하고, 해가 설픗헌게,

갈란다고.”근게 아 여자가 못 가게 허네.

자고 가라고.

아 여 사랑방에가 자는디, 밤중 된게 술 한 상을 딱 챙겨가지고 들오드만 술을 권하고는 아 함꼬 살자는 거여.

아 이것 참 살자 허니 내가 문상온 친구 마누래를 뺏았다는 것
도 소문이 나면 고약허고 참 그럴 수도 읎고 참 고약하거든.

근게 불청을 혀 부렀어.

뭔 소리냐고.”

불청을 헌게는 걍 여자가 참 안색이 달라져서 들어가 버렸단 말여.

자고서 인자 밥을 혀줘서 먹고는 나오닌게, 문 앞에가 떡 섰더니.

,

손님, 안녕히 가시라고.”

전송허고는 저만침 간게,

나 보쇼!”

허더니, 아 자기 몸서 칼을 쑥 빼가지고 자기 몸을 딱 찔러 죽어 버렸단 말여.

[조사자자결힜네요?]자결힜지.

, 자결힜지마는 이왕은 참 자기가 안죽였으되 말히자면 살인아녀.

이왕에는 살인나면 그 동네는 걍 절단이여.

아 그러지마는 뭐 참 어느 영문이라고.

누가 말 한 마디 못허고 뭐 조사히 있다가 서울을 가닌게 말허자면 쟁인한테로 절을 허러,

다녀왔읍니다.”허고 절을 허고 보닌게 이렇게 한 번 히뜩 쳐다 보대니,

, 니가 내려가서 죄를 지었구나.”이러거든.

그렇게 뜨겁게 상을 보던게벼.

게 말도 못 허고 있인게,

인자는 글 공부도 다 힜다.

너도 평생을 그냥 그르쳐 버렸다.”

이 소리만 허드래여.

근게 잘 십년을 배웠이면 크게 될 챔인디, 그 여자가 죽으면서 착심이 그 딱 붙어갖고 그 사람은 생전을 그르쳐 부러.

그 착심이 붙여 논게 뭣을 헐래야 허도 못허고, 그 쟁인이 그 서울, 인제 그 거시기 사주보는 사주쟁이한테다가 그것을 갈치드래야.

이것이나 히서 빌어먹고 살어라.”.

근게 사주를 배워가지고 아주 '변사주'허먼 알아 주드란만.

근게 글로 먹고 살았디야.

근게, 한 해 공부를 더 힜으면 크게 될 참인디, 그 착심을 붙어 가지고는 뭔 일이 되덜 안해.

돈도 많이 뫼야 뫼아지기도 안허고 생전 걍 그렇게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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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金貫子;조선조 때 망건에 달아 당줄을 꿰어 거는 금으로 만든 작은 고리.

2) 통영 갓; 경상 남도 통영(統營)에서 만든 통량(統凉)을 단 좋은 갓.

3) 고비; 편지 따위를 꽂아 두는 물건.

 

 

제보자-양판동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