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지어 아버지 살린 효자
[태인면 설화 92]
그전에 대개 참 몇 백년 몇 천년 돴는가는 몰라도 어른들 말씀허시는 것 보면 포음 천냥이먼 말여 모가지를 바친다 이런 말이 있었단 말여.[조사자:예 있죠.]
근디 서울서 무슨 뭣이냐 관록을 먹은 그 양반인가 몰라도
시골와서 계실 적에 그런게 말여 포음이란 것이 그대로 있었다 그 말여.
근디 그 양반이 농촌이든가, 좌우간 어촌이든가, 와 갖고 갚을래야 갚을 길이 없어.
없는디 만둑으로 인제 아들 하나가 있드래야.
있는디 아 이 양반이 어트케 인자 못갚고 그러닌게 독촉장이 나왔던가, 어찌던가, 인자 빚 갚으라는 독촉장이나 갚들 못혔다 이 말여.
그런게 인제 원됐는지 뭐이 됐는지, 와 갖고는 결국에 인제 못갚는다는 항의를 히갖고,
“안된다.
갚으야 헌다!”
와서 인제 결박히서 인제 아, 죽게 생겼드래야.
근디 세 식구여.
아들 어린애 하나허고 내외분 그 양반들허고.
인제 아 이놈은 인제 저그 아부지한테 글자라도 읽었던지 어쩌서 그런디, 저그 아부지 걍 데려간 종은 모르고 날마동 방탕으로만 몇살 먹도 안헌 것이 그 알뜰허고 같이 동막에 서 논단 말여.
근게 어머이가 허는 말이.
“야, 너그 아부지는 돈 천 냥이 말여 한이 서 말여, 지금 잽히갔다.
근디 너는 철이 모르고 여기 있냐?”
“그리냐고.”
근디 또 같이 놀아.
근디 저그 부모가 인제 언지 죽은 날이 있든가.
언지 초상을 맞을 날이 있든가.
날짜가 있을거 아녀?
근게 어머이 말씀이,
“야, 너그 아부지가 말여, 이대로 계시지 않고 아무날에는 말여, 목숨으로 말여이, 너 그대로 있을래?”
“그럼 가지.”
어디 가서는 그저는 인제 참, 운검 두루마기 푸른 두루마기 입고 갔드리여.
인제 원에 집을 떡 가보닌게 하, 경장허거든.
저그 아부지 덕석몰이를 딱 시켜 놓고 앉었고, 이거 살어나올래 살아나올 기가 없어.
근게 그 일곱살 먹은 놈이 들어갈라고 헌게, 이뱅이 내리친다 말여.
“여, 뭔 놈이여!”그런게 그,
“내가 살기는 암디 사는디, 울 아버지 포음 천 냥에 잽히갖고 금방에 목숨이 경각에 있소.
그맀든지 아버지를 만지막 한 번 벱고 갈라고 왔소.”
그런다 말여.
그러니까 들왔단 말여.
어전 뜰가 떡 업져 있거든.
근게 이뱅이 가만히 본게 이상 것이 말여.
그서는 가서 원한테다 그 얘기를 힜어.
“다름이 아니라 오늘은 말여.
아무개의 자손이 지금 뜰방 밑에 꿇어 있읍니다.”
“그리야고.
그 누군가 가 물어봐라.”가 물었어.
“니 성이 뭐냐?”
그 성이 가 그 지그 아부지가 변가가 아인디,
“변통상이라고 부릅니다.”
변통상.
그 원이 가만히 생각해 본게, 이것이 뭣인가 변통허러 왔지 기양 온 놈은 아녀.
“야, 변통상아 너 올라 오니라.”
올라와서 인제 딱 끊은 뒤에,
“니가 어찌 왔느냐?”
“예.
지에비가 시방 방금 저그서 시방 덕석몰이 당해가지고 아버님 생명이라도 갈라고 왔읍니다.”
“그래.
니가 왔다는 것이 고의적으로 온 것이 아니고 말여, 니그 아부지가 살려간 챔이로 온 것 아니냐?”
“그렇습니다.”
“그려.
너 글자라도 뱄냐?”
“아부지가 이러저러헌 천자권은 뗬습니다.”
“그래, 그럼 니그 아부지 살려갈 글을 지갖고 와라.”
“저는 모르겄읍니다.
어른께서 불러 주시먼 좋겠읍니다.”
원이 가만히 생각해 본게 요것을 슬픈곡자를 불러줘야 허게 생겼거든.
“꼭 짓겼냐?”
“꼭 짓겄읍니다.”
“그래.
한자객 칠언 글로 짓는 그 어려울 난자 세 자씩을 너서 글을 져라.”고 헌게, 아 근게 이 뭐라고 헌고니는 말여.
“난니난이는 대동난이요.
어렵고 에려운 것은 대동 돈이 제일 어렵소.
당신 돈이 제일 어렵소.”그래.
원님 돈이.
“그래.”
또 석자를 딱 불러준게,
“난니난종은 촉도난이라.
에려웁고 에려운 것은 중국에 촉도 뭐냐 촉도가 제일 에렵습니다.”
“그래.
인자 한 자씩을 한번 져 봐라.”
“사십이모가 가부난이요.
마흔살 먹은 울 어메가 혼자 되기가 에렵소.”
또 어려울 난이거든.
“칠세유아가 시부난이요.
일곱살 먹은 애가 에비 읽기가 실업습니다.”
그서 데리고 오드래야.
- 끝 -
제보자-시만곤|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8|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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