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응시 열 한 번 만에 합격한 사람
[태인면 설화 19]
한 사람이 사는디 가난하여.
참 무척 가난헌디 글을 많이 뱄어.
참 이태백이 문장만치나 뱃어.
근디 서울로 과거만 허로 가면 떨어지네, 글은 존디.
근게 아홉 번 가서 낙방을 힜어.
그 열 번째 인자 과거를 가는디, 마누래가 이 머리까장 다 비어서 팔어가지고 예비를 줘서 저 서울가서 인자 과거를 보는디, [조사자:참내….] 그 날 과거를 가서 또 낙방을 힜네.
열 번째 가서 낙방을 힜어.
근게 그전에 죽을라고, 아주 그양 집이도 안 들어가고 죽어 뻐릴라고 남산 공원으로 올라갔어.
남산 공원으로 올라간디, 그 때 이 나랫님이 에, 순회를…, 해가 져서 인자 순회를 도는디, 어떤 놈이 남산 공원에서 내려올 때가 됐는디… 사램이 그리 올라가거든?
근게 뒤를 살살 따라서 올라가 봤어.
올라가 본게 모두 막 불을 피고 앉아서 있거든.
그 때는,
“사람이 남산서 다 내롤 때가 됐는디 해가 다 됐는디 여그를 어찌 올라왔냐?”
“나는 그럴 사정이 있어서….”자꼬 물은게,
“나는 죽을라고 헌다.”고.
“니가 어찌 죽을라고 허느냐?”
헌게, 그 얘기를 다 힜어.
“내가 이만저만히서 열 번째 과거를 힜는디 이참으는 아씨가 머리까징 비어서 팔어 줬는디 에 낙방을 히서 아주 여기서 죽어 뻘라고 힜다.”
헌게, 임금이 가만히 생각헌게 불쌍혀.
“그러겄다.
그러믄은 내일 과거를 또 주어.
주는 과거가 있인게 내일 한 번 과거를 또 더 봐라.”
“과거를 볼래야 필먹도 없고, 먹도 없고 죄다 걍 내뻐리고 인자 이렇게 생겼으니 말여 나는 여기서 죽지 안 갈란다.”
“아니, 내일은 필먹도 소용없고 암껏도 소용없고 저 몇십 보 앞 멀리 앞으다가 말여, 이 소리개 연(鳶)짜를 써서 붙여 놓고 그 자만 갈쳐내머는 과거를 되야.
근게 내일 꼭 와서 그 과게를 봐라.”
그리고는 내일은 이미 인자 과거를 치루고 잘 디 갈 디가 데리고 가서 여관까잔 잠을 딱 질려 주고는 그 날 과거를 보였단 말여.
선비들이 와서 죄다 치다보면,
“저 건너 저게 뭔자냐?”
물으먼 알아야지 비(보여)야지.
저 건니가 있인게.
나가고 나가고 다 나가고 걷어칠라고 헌게 그 사람이 들어와 근게 반가서 인자,
“그 뭔자냐?”
고 물은게, 암말또 안흔단 말여.
근게 시 번 물어서 모른다먼 인자 쫒아 내얀디, 두 번차 물어도 암말또 안허고 있단 말여.
세 번차 물인게,
“빙빙 연.”
그리거든, 그에 치워 버리고 그양,
“나가라.”고 인자 그리거든.
“빙빙 연이 뭐냐고 나가라.”
고, 근게 아 그럴 막으 그 사람이 나온게 어떤 사람이 헐쩌벌떡 과게를 보러 간다고 가거든.
“거 뭣흐로 가냐고.”물은게,
“과거를 보러 간다고.”
“어 그러믄 좋은 수가 있다고, 이리 내 말을 듣고 가라고.
내가 거그 들어간게 에 좌오간 언… 어, 소리개 저 거시기 뭣이냐 소리개 연(鳶)자를 몰라서 말여, 잊어 버리고 몰라서 말여, 내가 과거를 못했인게 가서 가서 소리개 연짜라고만 허먼 과거를 헌게 들어가라.”고.
갈쳐 주었단 말여.
그런게 그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나 오닥까지 가지 말고 여그 있그라.”
거 거짝으서 어 나랫님이,
“저그 뭔자냐?”고.
물으닌게 말여.
“예.
시골말로 갈쳐 드리끄라오?
서울말로 갈쳐 드리끄라오?”
“시골말로는 무엇이고, 서울말로 뭣이냐?”
“시골말로는 저, 빙빙 연자고 말이여.
서울말로는 소리개 연자요.”
'하, 근게 먼저 그 뇜이 옳게 빙빙 연이라고 한 것이 옪게 힜구나' 아, 그려가지고는 언어, 과거를 이리 주는디, 그 놈이 맞췄인게 이 놈을 줘얀디, 이놈이 인자 어 그리 소리개 연자를 맞췄인게 그 놈을 주는디, 이 사램이 나와서 말여,
“이게 니가 먼저 빙빙 연이 맞었인게 니가 그 과거를 히라.”
“나는 안헐란다.”
그래가지고 둘이 똑같이 잘 됐더라만.[일동:웃음]
그런게 그 덕이란 것이 근게, 그 사람이 욕심이 있는 사람 같으면 지가 아, 갈쳐 줬은게 지가 과거를 히 버리고 만디, 걍 그리 사람이란 것이 말여, 아 내가 덱을 베풀면 내기로 되려 와.
- 끝 -
제보자-손병준|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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