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음의 기지와 괴력
[태인면 설화 45]
우리 한국 나라는 말이야.
엉, 중국서 사대 저 칙사1)가 나왔어.
칙사가 가끔 와갖고 한국 나라 인재가 있으면 빼다가 죽여 버려.
그런 법이 있단 말이여.
그런게 이 칙사가 나왔는데 대반칙사 대반 앉을 인물이 없어, 한국 나라가.
아 이러니 이저 참 폭폭할 일이지.
아, 그 조정에서 칙사 아, 저 대반 앉을 인물이 없으니 이 폭폭할 일이라.
그에 그 동대문 시장으 저 나무전을 가 보닌까 숯장사가 하나 섰는데 키가 9척이나 되고 심이 잘났어.
풍신이 좋아.
“어 이놈 됐다.
이놈을 갖다가선 칙사 대접, 칙사 대반 앉히야 겄다.
너 이리와, 너 양반 노릿 한 번 해봐라.”
과연 목욕을 싹 시기고 옷을 잘 입혀서 인제 칙사 어, 앞에 가서 대반을 앉으라고 들여 보낸게, 막 들어가서 앉지도 못하는 찰라에,
“[호령하듯이] 너 이놈! 괘씸헌 놈 겉으니라고.
너 이놈, 니가 이놈 감히 칙사앞에 대반을 앉으러 들어와 이놈, 니 상을 보니까 이놈 어 천상 무반독삼가하니 벌목허던 어, 숯장사다 숯장사다 이놈이.
어 이 칙사 앞에 와서 대반 앉어 이놈, 당장 나가라 이놈아!”
아, 이놈이 혼신나서 쫓기나와 버맀어.
아 그러니 인제 조정에서 탈이지.
이걸 어처게 해서 인자를 택해서 어, 대반 앉을 이만한 인물을 구할 수가 없단 말이여.
근데 그 조정에 한음 정승이라는 분이 있는디, 키가 석 자여.
쪼그만혀.
한음 정승을 대반으로 들어간게 칙사가 떡 보더니,
“음, 쓸만 허구만 이리 앉어.”
그래 대화를 해 본게 맞어.
그서 쓰겄다.
그래, 요놈은 쓸만헌게 인제 갖다 쥑여 버릴라고선 중국을 데리고 들어가네.
헐 수 없이 중국땅에 들어갔어.
들어가서 인제 이놈을 언제 트집을 잡어서 죽여 버릴라고 허는, 천자 앞에다가 떡 놨어.
천자가,
“니가 조선서 온 대찬자로 들어온 사람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러먼 나하고 대화하고 놀 적으 어 더러 술을 먹어야 할 것인게 술을 먹을 줄 아느냐?”
“술을 먹을 줄 압니다만은 안 먹습니다.”
“술을 먹을 줄 아는디 어찌 안 먹는단 말이냐?”
“내가 술을 먹으면 취중에 무천자라고 천자보고도 막 이놈 저놈하고 요 욕하고, 우리나라 왕보고도 이놈 저놈하고 개새끼야 쇠새끼야 하고 욕 한다니까 그 술을 안 먹습니다.”
“음, 그려.
그리 옳은 말이나 술 먹어서 그리도 괜찮지.
―근게 술을 많이 멕여서 죽여 버릴라고― 그도 괜찮흐니까 술 먹으라.”고.
“그러면 천자님보고 이놈 저놈해고 욕하고 속 용상을 자꾸 흔들도 가만
있을라우?”
“가만 있을텐게 걱정 말라.”고.
“어 그렇다면 먹어 먹지야.”고.
아 인제 금반에다 옥잔에다가, 금반 옥잔에다가 아, 술을 가져왔어.
요만한 깍정이 놓고 인제 죽인다고 비상술을 히서 놨어.
“장부가 이렇게 작은 술을 작은 잔에다 술을 먹겄소.
먹을라먼 동우술을 먹어야지.”
[청중:동우. 큰 동우.] 그런 사람을 데려다가 술을 멕여서 죽여 버릴라고 비상술을 히 놨어.
말오줌 섞어다가 비상술을 히 놨는디, 그놈 먹으면 죽어 버리게.
하 인제 더 좋아서 한 동우 술을 가져왔어.
비상 섞은 술을.
딱 쪼그려 앉어서 인자 조댕이로 들어가.
들고 한 동오를 쪽 마시고 쫄꽁 주저 앉어서, 앗따 천자가 본게 겁도 안나네.[청중:웃음]
참, 저 체구에 어느 구녁으로 저놈의 술이 다 들어가는고, 그놈의 술을 먹고는 쪼끔 있더니 눈이 시두룩 씰룩씰룩 취했다고서 씰룩씰룩,
“[호령하듯이] 너 이놈! 니가 천자여, 좆같은 놈아.
내 좆만한 놈 새끼야.
이놈의 새끼야! 당장 이놈의 새끼 그냥 물고를 안 내.
개같은 놈을 이놈을.”
아, 막 욕을 허네.
아, 욕을 해도 그리게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은게 어떠게 탄 할 수가 없다고 말이여.
경우로 아, 이놈 저놈 천자를 함부로 욕을 허네.
아, 그래서 인제 꿀꺽꿀꺽 참고 있지.
아 그러지마는 욕을 허고 용상을 잡어 흔들고 막 요동을 허더만이만은 툭 씨러져 자빠진단 말이여.
“옳지 저놈이 디진디 디지먼 갔다 저 처치해 버려야겄다.”고.
거 쪼금 인제 눈 붙혀 쪼끔 있더니만은 뽈깡 인나.
“아 고히 잤다.
아 천자님 내가 술 먹었지요?”
“음, 먹었지.”
“거 술 먹고 내가 실수를 안했소?”
실수했다고먼 또 자기가 실례거든.
“실수 안했다.”고.
“내가 술 먹고 실수 안했는가 모르겠소.
응, 아무래도 실수를 내가 술 먹으먼 흐는디.
천자님보고 내가 함부로 욕하고 이놈 저놈 허고 허는디.
어찝디여?”
“아 그냥 자고 놓아 뒀다.”고.
“그려.”
아, 비상술을 한 동우를 먹고 그 끝이 없는게 쩡쩡혀.
'하 저 놈을 쥑여 버려야겄는디 어찌케 죽일꼬.'
“그러면 정히 그 술도 그렇게 먹을 줄 아는디, 씨름도 할 줄 알지?”
“예.
씨름할 줄 알지마는 안헙니다.”
“아 씨름할 줄 아는디 왜 안혀?”
“씨름할 주 알긴 아는데 내가 씨름흐먼 사람을 죽이요.
그런게 안합니다.”
“아, 죽여도 존게 한 번 해 볼란가?”
“죽여도 좋다면 허지요.”
그런데 그 중국서 제일 기운시고, 키가 키가 팔척이나 되는 뇜이여.
근데 그 놈의 성이 우가고, 이름은 직근이여.
우직근이 [청중:웃음] 그런 장수를 데려 왔어.
장수 거그다 대면 애기지.
이 한음 정승은 애기여.
거 씨름을 붙이면 그 그 뇜이 패댁이 쳐 버리면 그양 새새끼 쥑이듯 허게 생겼어.
씨름을 허라고 하여간 쥑일라고 작정혀.
그 '씨름 허자'고, '허라'고 그로 천자님 앞에서 씨름을 허는디.
우직끈이가 인제 한음 정승보고, 한음 정승이,
“날 씨름 손을 잡아라.”
이놈이 잡응께 똥글똥글하니 잡을데가 없어 안 잽혀.
똑 거저 어 뭣디냐 포구에 간다치먼 배 밧줄 맬라고 그 쇠 말뚝 막은 놈 찼는가?
가 만진게 거놈 만진 것 같여.
전봇대 꽉 박아논놈 맹이로 옴적허덜 안혀.
가서 우직근이가 까지 와서 인제 헌 잡이더 못 잡어.
암만히도 못 잡어.
이놈이 그 육중한 뇜이 땀을 펄펄 흘림
서 못 잡는단 말이여, 지놈 손을.
그럼 어치게 해서 몸을 인자 풀어서,
“잡아라.”
인게 잡았거든.
“잡았냐?”
“잡았다.”
“나도 그럼 잡아야 한다.”
요렇게 앉더니만은 모가지를 이러 허리다 이럿 요렇게 험서,
“우직끈 부러져라 씨벌헐 놈.”[청중:웃음]
허리가 작신 부러져 디져 버렸지.[일동:폭소]
그래 죽을 때도 우직끈이로 죽었어.
우직끈 우직끈 부러졌어.
그냥 몸뚱이가 우직끈 부러져 버렸어.
성은 우가고 이름은 직근이여.
우직근, 근게 죽어 버렸지.
아 그래논게 인제 히 볼 도리가 있어야지.
그서 무사태평으로 거그서 상타고 나왔어.
한국이란 나래가 그케 무섰어.
옛날에 그케 무선 무선 인자가 있었다고 근게 함부로 못했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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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勅使; 임금의 명령을 받은 使臣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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