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묵은 지네 각시
[태인면 설화 33]
한양서 한량들이 날마다 활만 쏘고 놀아.
노는디 그 가운데서 정한량이 제일로 가난허단 말여.
근디 하루는 '우리가 활을 쏴서 지는 사람이 상을 한 상 잘 내기로 허자.'
게 그리갖고 내기 활을 쏘아 시방 쏘는디, 계란도 유골이라고 해필 꼭 불쌍한 정한량이 져 번졌네.
져 번졌으니 인자 정한량이 술을 내야겄단 말여.
근디 뭣이 있이야 내지.
근디 안 낼수도 없어.
남의 것도 많이 얻어먹어 놓고 자기만 안 낼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뭣이 있어야지.
집으로 와서 코를 쑥 빠쳐놓고 앉었지.
게 마느래님이 참 어진 마느래님이던가 그 양반이 뭐락헌고니는,
“아 밖으가 안 노시고 왜 그러시오.
무슨 근심이 되시오?”
그런게 그 얘기를 힜어.
“남의 것만 이적지 얻어먹고 내가 이번에 졌는디, 나도 한번이나 내얄턴디 우리 형편이 뭔 낼 거 있냐?
그래 걱정이 되아서 근다.”고.
“아 어서 가 놀으쇼.
걱정마시고.”
부인이 그러거든.
게 무슨 기상이나 있으까.
얼매끔 있은게 대처 상 하나를 이고 와.
자기 부인이 평소에 수건을 아 오다가 해필 거짐 당도히서 독에 탁 채이갖고는 달퍼덕 엎어져 버린게 상이 죄다 쏟아질 것 아녀.
[청중:그러지.]
근디 본게 수건이 헐떡 벗어졌는디 본게 자기 마느래가 중이 되아 번졌어.
그러면 머리를 깍어서 그전으 다루가 비쌌거든.
다루를 팔어서 그 음식을 장만히갖고 온거란 말여.
정한량이 곰곰 생각헌게 부모한티 혈육을 타고난 머리를 깍어서 저 모양을 힜으니 가난이란게 용천이다 비헌다고 죽도 살도 못허고 이 일을 어쩌믄 좋으꼬.
집이 가서 부인 볼 면목도 없을려니와 뭐라고 어떻게 히서 지낼 것인가 걱정을 허고 있는디, 아 해필 요만헌 새 새끼가 한 마리 와서는 뭐라구 지지구 지지구 허거든, 와서.
이 엎지믄 이렇게 잡게 생있어.
근게 이렇게 손을 뻗친게 또 고만치 가.
또 쫓아가서는 또 좇을라면 포도독 뛰어서 또 고만치 가.
뭐 많이도 안가.
이놈을 점점 따라서 들어간 것이 짚은 산골짝으로 들으갔어.
짚은 산골짝을 썩 들어간게 훤헌 마당이 나오는디, 아 마당으서는 아 지저구린게 밖으서 지저구린게로 나와서 문을 여는디 참 세상으 그런 미인이 없어, 여자가.
참 기맥힌 여자란 말여.
게 문을 열은게 문지방 저 앉어서 이놈으 새가 또 지저구리네.
근게 말캉까지 갬히 못 올라서고 있으닌게,
“당신이 사람같으믄 들오시고 귀신같으믄 나가시라.”고.
정설을 허거든, 여자가.
근게 사람인게 들으갔단 말여.
들오락 헌게 아 이쁜 각시고 아 걍 짚은 산골짝으 일간 초당 푸드득 날라가는 지와집같이 생있는디 여자 혼차란 말여.
게 들으갔어.
들으가서 앉은게 시렁가래 와서 이놈이 지저구려, 새는.
그 인자 아 여자가 나가더니 걍 술상을 걍 만만진수를 잘 장만히갖고 채리온디 참 잘허고 그러컨 저러컨, 아 그서 인자 술을 한 잔 먹어 두 잔 먹어 아 각시 얼굴 쳐다보닌게 떠날 생각은 없고, 헌 것이 날이 저물어져 버맀다 그말여.
헐 수 없이 그날 저녁으 거그서 인자 자게 되네.
아 자게 될 때 걍 암만 수심은 가득허지만 혼자 자질 것여.
어떻게 동품이 되았어.
인제 하루 지내 이틀 지내 한달 지내야 한 일년 지내닌게 태기 떡 있어갖고 애기를 났다 그말여.
애기나마 난 변에 꼭 적어매 타겨서 참 미인이라.
인자 글로 취미를 붙이고 있으나 집
안 생각이 나서 집안을 인자 둘러볼라고 허닌게 그간에 정한량이 이렇게 옹색헌지는 몰랐다고 친구들이 인자 다 지금 형편대로 행실유무대로 쌀 아 나락 그때는 나락 시절여.
나락 두 섬 보낸 사람, 석 섬 보낸 사람, 그저 한섬 보낸 사람, 아 그서 마느래는 먹고 살기가 문제 없게 됐어, 인자 근게 안심 턱허고 인자 아 이 마느라 못잊어서 밤나 인자 들랑날락 이러는 판인디 하루 어느 날은 그러거든.
마느라가,
“당신이 어디 갔다 오시머는 반드시 싸리문앜으서 지침을 허고 들오시오.
지침 한마디만 허고 들오시오.”
“그리야냐?”고.
“아 그리얀다.”고.
그 대처 인자 어디 나갔다 들오먼 싸리문악으 지침허믄 벌써 방문을 열고 나와서 '아이고 노독이나 안 나셨냐?' 고 어서 오시락 허고 아 들으간다 치믄 걍 물 갖다 말리에서 걍 발도 시쳐주고 참 이런 대우가 없단 말여.
그 유산포1)로 기가맥히게 참 음식도 어서 다 갖다 멕이는가 잘 멕이고 그동안 사는디, 한번은 어디 갔다 오다 곰곰 생각헌게 요것이 문악으서 지침허고 들오락 헐 때 이 산중으서 아마 외간 간부나 두고 있냐 이런 생각이 났다 이말여, 남자 생각에.
'에이 오늘은 내가 이걸 엿을 봐야겄다' 지침 안허고 살금살금 들으가서는 방 문짝 구멍을 뚫고 떡 들여다 본게 그저 발 그런 지네가 한 발가옷 되는 놈이 쭉 뻐드러져서 그 새끼도 지네 새끼를 발목에다 떡 걸치고 되집아 드러눕는디 본게 겁날 것 아녀.
그 문악으 살망살망 나와서는 지침을 '햄' 허고 들으간게 그전 같으믄 문 열 챔인디 문도 안 열고 방문을 열고 들으간게 여자가 발깡 쪼글트리고 앉어서 안색이 나쁘거든, [조사자:알고?] 벌써 알고.
뭐락 헌고니는,
“내가 전상으서 지네 허물을 삼천년을 입고 나왔어.
지금 겨우 지낸 것이 천년 지냈어.
천년 지냈는디 앞으로 이천년을 내가 더 살어야 지네 허물을 벗고 천상으로 가.
가게 되는디 당신을 만났기 때문에 금명간 지
네 허물을 벗는다, 이천년이나 삭감되아갖고.
근디 당신이 나 시긴대로 안허기 땀시 나는 도로 천년 산 것이 무효혀.
도로 삼천년 지네 허물을 입어서.
그러니 내가 저 앞에 있는 장작배눌 우그로 올라갈터니 말여 밑이다 불을 지르고 뒤를 돌아보지 말어야지 말여 만약으 돌아다 봤다는 내가 잡어먹어 번져.
그러니 돌아보지 말라.”고.
그 꽃같은 각시가 어린애를 보듬고 장작배늘로 올라갈 때 밑이서 불 지르는 심정이 어쩔 것여.
아이고 내가 그 여자 이얘기 듣고 보닌게는 인자.
지네 허물 만났은게 인자 멫 일 아니믄 멫달 아니믄 벗는다고 힜으니까 호화시럽게 잘 살턴디 그 모냥 되았어.
그 걍 불을 질르고 대처 뒤도 못 돌아다 보고 기양 온 일이 있어.
지네 얘기는 그 배끼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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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肉山脯; 고기가 많이 있음을 이르는 말
제보자-김경렬|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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