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복으로 산다
[태인면 설화 31]
옛날에 산 사람이 살림은 부잔데 아들도 없고 딸 삼형제를 났어.
근디 어찌 다 많이 찼어 셋 다.
하루는 심심헌게 심심풀이 헐라고서 큰 딸년을 불렀어.
“아가 이리 오니라.”
“예.”
“그 앉어라.
너한티 내가 물어 볼 말이 있다.”
“뭔 말씀하십쇼.”
“니가 누 복으로 먹고 사느냐?”
“아이고 누 복으로 먹고 살어요.
아버지 복으로 먹고 살지요.”
“아이고 그렇지 그려.
니가 내 딸이다이.”
그저는 인저 점수를 맞고 갔어.
또 둘째년을 불러.
“아가! 너는 누 복으로 먹고 사느냐?”
“아버님 복으로 먹고 살지, 누 복으로 먹고 살어요.”
“음 내 딸이다.
니가이?
너 가보니라.
그 막둥이란 년 이리 오니라.”
“아가 너는 누 복으로 먹고 사느냐?”
“내 복으로 먹고 살지, 누 복으로 먹고 살어라오.”
아 이런 괘씸헌 년이 있는가.
그 형들은 다 아 아버지 덕으로 먹고 산다는디 저런 괘씸헌 년이 저 지 복으로 먹고 산닥혀.
“너 이년 니복으로 먹고 살티먼 너 좀 전디봐라.”
그날이 마침 장날이던 갑네.
“너 나 따러와 옷 입고 나 따러 오니라.”
단벌 읍성으다 입히갖고 장으로 데리고 갔어.
데리고 간게 저짝 저쪽에
서 저 저쪽 산중에 사는 숯장사가 숯을 팔로 왔어.
숯을 다 팔었든가 어쩠든가.
“너는 어 듭쇼.
듭시먼 듭시오.
갑시먼 갑시오.”
산중으로 이놈을 숯장사로 보내 버맀어.
“니가 이놈 데리꼬 가서 니가 데리고 살어라.”
그리 명령을 해서 인제 따라가.
아 이놈이 산중놈이라 겅실겅실 잘 올라가거든.
게 걍 이 처녀는 규중에 살던 처녀라 아조 따러갈라믄 기가 맥히게 오색헌디 따러갔어.
따라갔는디 산중에 오도막집 샛띠기로다 지붕을 허고, 이렇게 참 단간집에다가서 사는디 그 숯장사 노모가 있어.
이놈은 아주 참 관이 차도록 한 스물 대 살 먹어도 장개를 못 가고, 머리가 그냥 크고, 한 놈이 인자 시컴허게 수염이, 가닥 수염이 나고 그런 놈인디.
아 그놈하고 살라고 서방 삼어 살라고 따러갔어.
참 심난허지.
저 노모가 있어.
밥을 허거든.
그 바가지 말림서,
“내가 밥을 헌다.”고.
“하이고 이 고운 처녀가 어떻게 밥을 히야?”고.
“아니 어머니 걱정 마쇼.
내가 헐란게.”
지가 밥을 해서 저녁밥을 먹었어.
저녁 잠을 잘라는디, 한방이라 총각허고 처녀하고 잘 수가 있는가.
그리서,
“처녀씨는 방으서 주무십시오.
나는 정지서 잘라요.”
“아이고 쥔네가 방으서 자야지 어찌게 객이 방으 자고 쥔네는 밖으서 잘라요.
여 같이 잡시다.”
그런께 이놈이 허허 좋아서 히히 같이 잤어.
같이 잤는디 상대는 못해 봤지.
언강생심(焉敢生心)이라.
양 양반의 집 딸하고 아 그 저 뭣이냐 숯장사 놈하고 상대를 할 수가 있어야지.
시컴허기 헐라 허고 아 인자 그 이튿날은 인자 이놈이 숯을 구로 저 숯막으로 인자 올라가.
올라가는디 즈어매가 인자 밥을 해갖고 이고 갈라고 헌게,
“어찌게 노인이 이고 가시겠소.
내가 이고 가리다.”
받어갖고 이고 올라갔어.
지가 이고 밥을 먹으라고 내놓고 밥을 먹으라고 허니 밥을 먹는디, 박적갖고 물을 인자 그 또랑물을 뜨로 갔어.
뜨로 간게 아 물박도 요만헌 것이 둥그럼헌 것이 금덩어리여.
게 또 가서 인제 물을 떠다 줘서 본게 아 그 숯 굽는디.
그 저 부엌짝 이맛둑하고 양쪽에 괸 놈 굇독허고 아 전부 금덩어리네.
아 참 [청중:지 복으로 먹고 사는 놈이라.] 지복으로 먹고 사는 놈이라 그런 걸 만났어.근게,
“여보 당신말여 여그서 숯 구어서 등어리 아프게 져다가 그럴라 말고 저 숯굴에 있는 이맛둑 하나 빼다가 장에가 팔어갖고 오쇼.”
“아 그믄 숯도 못 구워먹으라고 그놈 빼다 팔어.
어떻게 살을라고 그려?”
“아니 그럼 그것 팔기 싫으면 그 물박돌 저놈 주고서….”
아이 거그서 떡 버티논게 방물장사가 오더만은 좋은 돌 있다고 걍 아 돈을 멫 바리 주네.
게 당나구다가 전부 싣고 왔어.
실고 와갖고는 그 터를 전부 펀편하게 닦아가지고 기와집을 잘 지었어.
그래갖고 인자 그 밑에는 전부 그때는 시방은 그 임자가 있지만 그때는 그런 산이 다 임자가 없고 걍 그런데여.
사람들은 모두 못사는 사람 불러다가서는 집을 짓고, 그 걍 수십 채를 집을 짓고, 뭇사람 불러다가 농사를 주고 그러갖고 걍 부자로 잘 살어.
금 그것 노다지를 막 캐다가 근게 금수제를 맨들고 금식기 맨들고 금밥그릇 맨들고 이렇게 히갖고 그냥 참 잘 산단 말여.
정지 물 그릇 씻는 것도 금으로 다 맨들어갖고 금홈대로 가서 물받고 아 이러고 사는디 부자로 잘 살지.
아 즈아버지 덕으로 산다는 년들은 전부 망해 버맀어.
친정을 홀랑 벳겨먹고 그냥 옷도 못 입고 몽당치매만 입고 사는디 저 어머니 아버지가 거지가 됐어.
딸년들은 다 거지가 돼버리고.
그리서 인자 빌어먹으로 댕이네.
빌어먹으로 댕기다 헐덕병이 걸렸단 말여.
어디 가서 물어,
“뭘 먹으야요?”
“당신은 저 금주전자 금식기에다 밥을 먹어야 낫는다.”고.
아 근디 금식기 금주전자가 어디가 누가 있어.
게 사방 빌어먹고 댕기다가 거그를 당도힜어.
“이집에 밥 일렀오?”
그런게 내다본게 즈아버지여.
“아이고 어서 나가 모시라.”
목욕시키고 이렇게 해서 옷도 해 입히고 그래갖고 금주전자 금밥그륵으다 밥을 디린게 댕 뱅이 낫드라네.
그리서 지복으로 먹고 지복 있어야 먹고 산단 말이 그 말이 맞어.
- 끝 -
제보자-서보익|채록지-전라북도 정읍군 태인면|채록일-1985-04-16|제작자-한국학중앙연구원|출 처-한국구비문학대계
'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 > 설화(說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적 이칠성과 이팔구월이 (0) | 2018.03.29 |
---|---|
이야기 잘 하는 막내 사위 (0) | 2018.03.29 |
정승 사위가 된 거지 (0) | 2018.03.29 |
정승 양아들이 된 나무꾼 (0) | 2018.03.29 |
정조지켜 부인 얻은 선비 (0) | 2018.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