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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져 있는 복

정해져 있는 복 [태인면 설화 79] 일로치먼 저짝 음지, 양지통, 음지통 사는디, 한 분네가 아들 오형제나 두고 살어도 기맥히게 산다 그 말이여. 그러고 저짝 동네는 참 많이 받고 사는디. 이 아들 오형제 중의 뭣이냐먼 막둥이 놈이 좀 영리혀. 그런게 이놈이 뭣이냐 허먼 배깥이 갔다 나오먼 독을 한 댕이씩 갖다 놓고 갖다 놓고 문아크다 이렇고 독을 싸 놨다 그 말이지. 얼마큼 싸 놨던지 간에 싸 놓고 있는디 건네 부재(부자)가 아, 저 동네를 쳐다 보먼 그 사람 기 뭣이냐 허먼 가난허게 산 사람 집 문아크서 아 김(금)이 논다 그 말이지. '하, 이거 참 기막히구나. 저 어떤 일인고' 그거를 조사히 본게, 아 문아크다가 독을 흠씬 싸 놓고 있다 그 말이여. 근디 걍 보먼 거그서 김이 놀아. 아 이런게 ..

제비혈과 여우혈 집터로 부자된 최진사

제비혈과 여우혈 집터로 부자된 최진사 [태인면 설화 29] 최진사가 옛날에 최진사 집안이 가난했어. 가난했는디 경주 그 우에 가먼 반월산 밑에서 나무장사 해먹고 살아. 그 하루는 나무를 해다가 장에 가서 팔고 어 식량을 좀 팔어다 놓고 그래 인자 또 땔 놈을 까시낭구조차 해서 짊어지고 오는데 거 냇갈이 있거든. 냇갈에 외나무 다리가 있는디 외나무 다리로 인제 짐을 지고 무겁게 온다 이말여. 오는디 그 건네서는 또 대사가 중이 말여, 바낭을 짊어지고 여그서 건너와. 그래 건너가고 건너오는디 한가운데 가서 딱 맞대쳐 버맀네. 이렇게 그 짐지고 오는 분이 본게 그 노장스님이 버선신발을 허고 옷을 깨깟이 입고서 그리 건너온단 말여. 게 마주보고 오는디. 그리서 그때 법적으로 말헐 것 같으먼 그 스님이 내리서야 ..

조카의 역적 모의를 방지한 토정

조카의 역적 모의를 방지한 토정 [태인면 설화 89] 그 옛날 중국 사기 역산데, 그 저 토정비결이라고 있잖요. 토정비결? [조사자:예, 토정비결 본다고 정초에….] 그 토정비결 책, 나도 그것이 궁금혀서 어트게 된 책인가 아 알아봤더니, 옛날에 중국 토정선생님이 아주 영웅이셨던가 봐요. 해서 그 어른이 그전 책을 맨들어 논 것이 즉 요새 요새 우리 한국에 시방 떠들고 댕이는 토정비결 책이라는 얘깁니다. 그 토정선생님이 하루는 가만히 천기를 보니까 자기의 장질이 즉 조카란 말이요. 이 분이 고관대직 영의정을 하나 살고 계시는디, 이 천기를 가만히 보니까, 그 토정선생님은 타신통도 해요. 영웅이라, 그서 타신통도허는지라. 당신이 조카의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까 역적을 도모히요. 속세로. 그러면은 역적을 도..

죽어 구렁이가 된 여인의 한

죽어 구렁이가 된 여인의 한 [태인면 설화 23] 그전에 하님이라고 있었어. 하님이 서울로 과거를 갔어. 참 서울 가다가 어디서 주막 만나믄 저물먼 자고 안가? [조사자:예, 그러지요.] 하루저 녁으 주막으 들러 잔 것이 홀어마니던개버. 어떻게 그 여자허고 부부가 되얐어. 그리고 서울을 올라갔어. 서울 올라간게 그 여자가, “서울 올라 가시면 말여 과거는 꼭 헐 것인게 말여 감서 나를 찾어갖고 데리꼬 가시오.” “오냐 그러마.” 약속허고 가서 서울가 과거를 힜어. 했는디 여그로 말헐 것 같으머는 저 원평 찜 오다가 잼이 들었어. 잼이 들어서 기양 여 오십 리 쯤 그 여자가 사는디 거와서 조끔만 더오먼 내롸서 그 여자를 만나 볼턴디 잠이 들어서 내롸서 본게 거 하인들보고 물은게, 여가 어디냔게 고창이라고 ..

지네와 두꺼비

지네와 두꺼비 [태인면 설화 14] 옛날에 어느 촌가에 한 백여 세대쯤 되는 촌간디, 크흠, 그 당집1)이 있어. 거 자네들 안가 몰러도 동네서 모아갖고 비는 그 당집이 있단 말이여. 당. 그때 거그는 일년에 한 번씩 큰애기 하나씩 거그다 넣고 빌어. 그냥 넣고 인자 빌고, 거서 굿을 치고 인제 그러고서 인제 술 먹고 그러고 온다치먼은 큰애기가 껍닥밲이 안 남어. 죽으 죽어갖고, 껍닥밲이 안 남어갖고 있어. 근게 그케 안헌다치먼 동네가 그냥 질병이 생겨가지고, 어무신 병이 퍼져서 그런단 말이여. 근게 해마다 그렇게 허는디, 집집이 돌려. 어, 저 아래서부텀 저 올해는 아무개 딸 늫구, 내년에는 아무개 딸을 늫고, 딱 돌아감서 정망2)을 해놨어. 근디 정망 히논 딸이 인제 그 해 갈판인디, 아 그 이듬해 ..

지혜로 살림을 일으킨 며느리

지혜로 살림을 일으킨 며느리 [태인면 설화 40] 한 사람이 사는디 거기도 가난혀. 가난흐디 가난흔디, 에 좌우간 아 근게 포도시(겨우) 농사를 지먼은 일년에 양식이 뽀상히여. 가난으니 뭐 누구 들어갈 꺼 없고, 받을 것도 없고 그려. 그 인자 며누리를 인자 안 얻어? 며누리 들어 올라는디…. 어 일년을 지내 보더만은1) 양석이 일…, 농사지먼 포도시 일년을 먹고 만단 말이여. 아 근게, “에, 명년부텀은 전부 우리 논에다가 다랜 나락을 말고 찻나락을 허시요.” 긍에 차나락을 싹 심었어. 어 심어서 어 근게 그 차나랙을 농사 지갖고 차나랙 밥을 일년을 먹은게, 나락이 밀쳐. 거 차나랙이 얼매 못 먹는 뱁인게벼. [청중:암만.] 밀쳐. 그 뒤에 인자 그 며느리가, “인자 오늘부텀은 전부 집안식구가 말이여 ..

진시황과 불로초

진시황과 불로초 [태인면 설화 80] 옛날에 참 진시횅(秦始皇)이 그 말허자먼 그 왕으로 지내가지고 대대로 나오지 안힜어? [조사자:예, 그러지요.] 대대로 나오는디, 가만히 생각히 본게 그 어른이 한 육십 평생이 넘었다 그 말이여. 근디, 곰곰 생각혀 본게로 '내가 왕의 말허자먼 자리를 앉어가지고 어트게 허먼 내가 수령을 좀 허까' 허고 하루는 그 모든 신화들 그 말허자먼 전부 다 이 그 그 광장으다가 다 모아놓고, “야, 너그들끼 내가 한 마디 헐 말이 있다.” “예, 무신 말입니까?” 인제 다 불복허고 있지. 그런게로, “야, 너그들 이 세상은 늙은 사램이 더 안늙고, 죽을 사램이 안죽는 약 있느냐?”허고 물커든. 근게 다 그 뭐 저 뭣이냐 보약 인삼을 먹으라는 둥, 뭣을 허란 둥, 모든 것을 그냥..

참다운 친구

참다운 친구 [태인면 설화 66] 그전에 인자 어느 한 부락에 재산도 넉넉허고 자익(자식)들도 많이 길렀는데, 그 중에 아들 하나가 돌아 댕김서 돈만 쓰고 댕겨. 술타령이나 허고 친구사구고, 돌아 댕기고, 가사도 돌보지 않고, 이러구 돌아 댕기는데 자식이 하나가 있어요. 그래서 하루는 그 아들을 불러다 놓고, “네가 지금 돌아 댕기면서 친구를 많이 사겼다고 허고, 술도 많이 먹고, 돈도 많이 쓰고 댕긴 모양인데, 네가 네 친구를 사군 친구와 내가 사군 친구와 한 번 대결을 해보자.” 이런 말을 혔다는 거요. 근게 자기 아들 말이, “그럽시다.” 그런게 자기 부모가 그걸 한 번 시험하기 위해서 하루는 돼야지를 큼직헌 놈을 잡어다가 딱허니 인자 거석 거석으로서 이제 딱 싸 놨어. 그래가지고 제 아들을 불렀어..

천냥짜리 이야기

천냥짜리 이야기 [태인면 설화 49] 옛날에 어떤 대감이 대감 노릇해서 돈을 잘 벌었어. 그런데 참 외남은자로 얘기를 많이 들을라고 금을 천 냥짜리를 하나 여 들포에다 달아 놨어. 달아 놓고 팔도 얘기를 공짜로 들을라고, 와서 얘기만 허면 밥은 해줘. 가는 노 노비 주고, 그런디 인자 팔도 사람들 얘기들을 하고서 거기다 금을 딱 놓고, “누구든지 어떠한 과객이던지 와서 이얘기를 나 듣기 싫도록 한다치먼 저 금땡이를 이놈 천 냥짜리를 준다.” [조사자:(웃음) 참 이거 대단허네.] 그러닌게 아 인자 팔도에서 인자 얘기꾼들이 걍 그 금땡이 천 냥짜리 탈라고 이냥 참 나래비서서 올라가네. 서울로. 그냥 이놈이 하고 나면 저놈이 허고 저놈이 허고 나면 이놈이 허고 그냥 아무리 잘 허는 잘 헌 사람도 얘기를 한 ..

천년 묵은 지네 각시

천년 묵은 지네 각시 [태인면 설화 33] 한양서 한량들이 날마다 활만 쏘고 놀아. 노는디 그 가운데서 정한량이 제일로 가난허단 말여. 근디 하루는 '우리가 활을 쏴서 지는 사람이 상을 한 상 잘 내기로 허자.' 게 그리갖고 내기 활을 쏘아 시방 쏘는디, 계란도 유골이라고 해필 꼭 불쌍한 정한량이 져 번졌네. 져 번졌으니 인자 정한량이 술을 내야겄단 말여. 근디 뭣이 있이야 내지. 근디 안 낼수도 없어. 남의 것도 많이 얻어먹어 놓고 자기만 안 낼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뭣이 있어야지. 집으로 와서 코를 쑥 빠쳐놓고 앉었지. 게 마느래님이 참 어진 마느래님이던가 그 양반이 뭐락헌고니는, “아 밖으가 안 노시고 왜 그러시오. 무슨 근심이 되시오?” 그런게 그 얘기를 힜어. “남의 것만 이적지 얻어먹고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