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구비전승(삶의 이야기) 113

신방의 중 죽이고 급제하게 된 선비

신방의 중 죽이고 급제하게 된 선비 [태인면 설화 87] 옛날에, 옛날에는 서당으 댕길 때, 글 배가지고는 서울가서 과거를 목적이여. 그게가 출세여. 근게 한 천석꾼이가 이거 글을 많이 배웠는디, 여 농촌의 삼대 무식허먼 상놈이라 소리 듣고 상놈 세를 물었어. 옛날에는 상놈 세를 물었다고. 상놈되기도 원퉁헌디. 상놈 세를 물고 참 억울허거든. 인자 과거를 보러 갔는디, 대감 하나가 짝 빨아먹고 참봉 하나를 안 시켜줘. 근게 돈을 보내도라고 헌게, 집이도 돈이 떨어져 붓어. 근게 집이서 자그 부인이 편지를 허기를 '과거보고 오먼 집안 식구 굶어 죽으먼 묶어내라'고 편지가 왔어. 정신이 화닥닥 나가지고는 오는 판이여. 돈도 없고 걸어서 오는디 어디 만큼을 오닌게, 일녁이 저물어서 대밭 하나가 큰 놈이 나서는..

쌀노적을 돌노적과 바꾼 욕심장이

쌀노적을 돌노적과 바꾼 욕심장이 [태인면 설화 39] 한 사람이 있는디, 참 가난혀. 그리 있는 사램이 이 아들 하나 둬서 아들을 여웠어. 아달을 여웠는디, 며느리를 딱 얻어논게 며느리가 말이여 집안을 둘러본게 가산이 형편이 없고 그런가, “오늘부터는 울 집안 식구가 전부 나 시긴대로만 허쇼.” “그러라고.” “밖을 나가먼은 이 나갔다 올 때마다 독 한 뎅이쓱을 꼭 끄리고 오시 라고.” 근게 식구가 나가기만 나가먼은 독 한 뎅이쓱을 가져와. 그놈을 양, 걍 다리다리 싸서 큰 담을 맹글어서 맹글고 인자 독 줏은 놈 올리먼은 거기다 인자 큰 독을 인자 줏어다가 그놈을 딱 덮어놨어. 덮어놨는디 그 뒷집이가 장자1)가 있어. 부자가 있어. 가만히 이크 본게 아, 그 독 싸논디서 저녁이먼 김(金)이 막 이런 뇜이..

아버지의 유언

아버지의 유언 [태인면 설화 25] 옛날에 어떤 홀애비가 아들 둘 어 아들 셋을 데리꼬 살어, 홀애비가. [청중:홀애비가?] 홀애비가. 근디 인자 만날 이 새끼들 싯보고 밥 얻어오락 히서 퍼 먹어. 그런디 이놈이 인자 밥을 얻어갖고 와서 인자 저 아버지 대접허고 저도 먹고 늘 밥을 얻어 먹어. 이놈이 그런디 다 장남히서 컸네. 장남해서 다 컸는디 아 큰 아들놈이 있다가, “아부지!” “오냐.” “아 우리가 밥을 만날 밥만 얻어 먹어서 쓰겄소. 우리 뭣 살 직업을 하나 일러 주쇼.” 큰 놈이 그러니까, “응 내가 일러 주긴 일러 주는데 시방은 못 일러 준다.” “그믄 언지 일러 주실라오?” “내가 죽을 때 일러 주마.” [조사자:허허 참 죽을 때사?] 아 이것 참말로 기가 맥히지. 게 늘 밥을 얻어 먹어...

애매한 유기장수

애매한 유기장수 [태인면 설화 41] 옛 놈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디, 부엌띠기를 디릭고 갔단 말이여. 아, 부엌땡이 놈이, 가서 과거도 못허고, 돈은 떨어지고, 인자 팥죽이라도 사다 먹어야겄는디, 야 이 자슥이 그럼 부엌댕이도 멕어야 할텐데 저만처먹고 댕기거든? 근게 부엌댕이란 놈이 배가 고파 죽겄어 시방.근게, “가 팥죽을 한 그릇 사 오니라.” 근게 팥죽을 사갖고 들고 오다서는 손꾸락을 차꾸 건드기를 젓었쌌거든. “얌마! 뭐 손꾸락으로 그러냐.” “아, 내 콧덤뱅이가 여그 하나 빠졌는디 당초 찾어도 없소.”[일동:웃음] “저런 맞아 죽을 자식. 야 자식아 너 처먹어번지라. 코덤방이 빠져 거 먹겄냐?” 그놈 먹은게 배가 뽈록허니 좋지. “요놈아 웃통 벗어라!” 웃통 벗은게 뒤에 딱 써주기를 '이 ..

얌체 정승 골려 주고 평양감사 된 김서방의 계략

얌체 정승 골려 주고 평양감사 된 김서방의 계략 [태인면 설화 27] 예년에 한 사람이 서울로 과개를 갔어. 과개를 갔는디 아 이놈이 돈을 얼매를 썼는지 집안 살림을 다 털어 먹어도 아 초시 한 자리를 안 주네. 이놈으 정승이 얼매나 괘씸헐 것인가. 가만히 생각히보니까 인자 그놈한테 베슬 얻기는 틀렸어. 이 씹어갈 이놈으 자식을 어찌케 웬수를 갚으꼬. 그때가 칠월달인디. “대감님 저 집이를 좀 가봐야겄읍니다. 시골은 시방 어떻게 생겼는가 모른께 좀 가봐야겠읍니다.” “그믄 갈랑가? 갈라믄 물이라도 한 사발 먹고 가얄 것 아닌가?” 저는 약주먹고, 탁탁 탁배기만 그 사람 주고 그런 놈 욕심만헌 놈여. 그리서 인자 간다고 헌게 돈을 댓 냥 주드래여. 한 입이다 할딱 핥아먹어 버리고 그 돈냥 닷 냥 그놈 받어..

어사 박문수

어사 박문수 [태인면 설화 38] 박문수가 참 팔도를 팔도를 탐문(探門)하고 댕기는디 평양을 갔어. 평양 어디를 갔는디 어디 간 것이 요렇게 산이 쫍게 생긴 것이 있는디, 그 쫍은 질로 쑥 둘어간게 그가서 들어가니까 아, 들도 있고, 논도 많고, 밭도 많고, 아 지와집이 즐비허니 차말로 그 산꼴짝으가 오포같이 생깄어. '이거 어떤 집인고?' 거글 떡 가본게 인저 강원도에 제일로 높은 집을 찾어 가서, “이르 오너라!” 흔게 사랑으로 안사랑으로 모시거든? 근게 인제 들어갔지. 아 들어가서 보니까 괘비,1) 편지찔린 고비를 맨들아갖고 옛날에는 다 베랑박으다, 고비이다가 펜지오먼 다 찔러 논디.[청중:아먼!] 괘비가 막 솔찬히 많혀. 팔도에서 온 편지를 다 거다 찔러 놨어. 전라감사한티서 온 편지, 경상감사한..

어사 박문수

어사 박문수 [태인면 설화 2] 옛날에 그저 박문수 박어사, 저 얘기 들어서 있을 것이여. 박문수 박어사가 팔도 어산디, 각처 팔도 댕김서 성문1)하는 결과에 한 번은 평양을 갔어. 평양을 인제 가는디, 해가 요만 때나 됐던갑대. 아, 근게 일찌감치 그 잘 잘데를 인제 쉬고 갈 띠를 방문헌디 보니깐 저 산에 그 치다보니까 상하채가 있는디, 불벽사택2)으로 잘 져 놓거든? 점소허게.3) '저런 데 가서는 좀 자먼 잘만 허겄다.' 거그 가서 인제, “이리 오너라!” 했어. 서울말로. 그런게 어떤 부인이 하나 나오는디 보니까, [큰 소리로] 어처게 이쁘든지 말이여. 참 월궁에 선녀같고, 물찬 제비같고, 떠도노는 부용(芙蓉)같고, 돋어오는 반달같고, 물찬 제비같고 말이여. 기가 맥히게 이뻐. 그런 부인이 나오디..

엉터리 인자의 병 고치기

엉터리 인자의 병 고치기 [태인면 설화 34] 옛날에 어떤 홀어마니가 말야 가난해. 근디 애들이 일곱여. 아 그런게 인제 만날 넘의 집이 가서 빨래해 주고 품팔고 밭미로(메로) 댕겨도 보니까, 옛날에는 먼 장으로 댕임서 소금을 팔어다 먹는 자루가 있어 그놈을 따닥따닥 진 자루가 소금을 멧 백년을 팔아먹었는가 이놈이 간이 쩔어갖고는 팔어도 빠지도 않는 놈을 그저 담우에다 척 얹어놨드래여. 그 인제 옴서 그놈을 갖고 와서 여 속것이라거든. 옛날 속것 여자, 속것 밑을 지 어서 입었어, 그놈으로. 그놈을 지어 입었는디 이놈 인자 벗을 옷이 벗고 입을 옷이 있어야 빨어입지. 못 빨고 그대로 입고 살아. 애들이 일곱이 된게 애들 해주고 자기는 옷 해 입을 수가 없어. 그놈만 입고 사는디. 근디 그놈을 입고 살어도..

옹기장수의 송사(訟事)

옹기장수의 송사(訟事) [태인면 설화 1]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말이여, 여 지금 박어저? 어떤 사램이 가난허게 살아. 그런데 아들이 셋이고 딸이 둘이여. 근게 영감 마누래꺼정 뭐냐먼 다섯 식구거든. 그런디 그 집이 어디 사느냐 허먼은 농사도 못 짓고, 장사도 못 하고 넘의 얼 혀주고 벌어먹고 살어. 그런게 벌어먹고 사는데 고얀허단 말여. 근디 그 집은 산간집인데 마당이 좀 널뤄. 그 옹기 장사가 와 갖고 말여, 해마다 거그 와서 옹기 짐을 풀어 놓고 동니 사람한테 팔그든? 근게 여러 해를 여그서 옹기를 팔아 갔다 말이지. 근디 그 사람이 하루는 인제 그전에 안 물었는디 물어봤다 말여. “여보, 그 옹기를 한 짐 갖다 팔먼 얼매나 남소?” “아이 여보쇼. 얼매나 남다니? 옹기 장사는 오급(곱)이 남고, 사..

운봉(1) 영감과 전라감사의 화해

운봉(1) 영감과 전라감사의 화해 [태인면 설화 50] 옛날에 운봉영갬이 인자 그 선조 때부터서 한양서 수원(?怨)간 있어. 수원간 있는디, 스 전라감사가 내려 온다는 소리를 들은게 해필 꼭 수원간이 내려 오거든. 근게 수원간이 근게 전라 전라감산게 아, 운봉영감은 전라감사가 쥑일 수 있단 말이여. 얼마든지. 근게 식음을 전폐허고 이르고 있는 찰라, “아, 아부지, 왜 그러시냐고.” “야, 근심이 된다. 선조 때부터서 지금 전라감사로 내려온 집안허고 우리 집안허고 수원간이여. 수원간인디 이번에 내가 직퓜(職品)이 야찬게, 전라감사한티 죽을 것 아니냐.” 근게 아들이 일곱살 먹은 뇜이 곰곰 생각허더니, “그래요¿”근게 인자 각 신임 도임 잔치를 헌다고 싹 수집을 헌단 말이여. 그에 운봉영갬이 떠날라고 헌게..